[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9-1 앞선 소설들이 현실을 관통하는 작품이었다면 <이응이응>은 SF장르이면서도 '이응'이 뜻하는 중의적 의미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할머니와 보리차차가 따뜻하게 기억에 남고 첨단기술로 성적욕구를 해결하는 설정이 신기했습니다 성욕해소에도 스토리가 첨가되는 모습에서 인간은 스토리의 영향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뭔가 오묘하면서도 여러색깔들이 보이는 신선한 작품이었습니다
이응 이응이 뭘까? 카톡으로 대화할 때 쓰는 'ㅇㅇ' 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예상한 것과 너무 달라서 놀랐네요. 엄마가 아닌 할머니와 손녀가 '이응'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도 특별한 설정같고, '위옹'이라는 모임에서 나누는 대화들도 새롭네요.
9-1. <이응 이응> 인간의 성욕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이응'이라는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고, 정체가 하나씩 밝혀지면서는 현재의 서사와 함께 앞에서 할머니가 어떤 식으로 이응을 사용했는지 떠올리며 읽게 되어 머릿속에서 두 갈래의 독서가 이루어진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때는 알지 못했으나 지금 정리하면서 생각하니 그렇네요~ 다른 작품도 물론 그런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이응'은 실재하지 않은 기계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되는 것 같아요) '이응'의 조작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인간의 욕구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것인지, 얼마나 섬세하고 까다로운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강아지 보리차차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은 같은 동물인 인간의 부자연스러운 표현 방식(절제이든 집착이든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든 간에..)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서로를 위로해주는 포옹과 섹스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묻고, 사람들이 동물이라는 정체성을 기억한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해도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성욕을 대하는 태도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요. (아, 점점 오독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네요. )
내가 제대로 읽고 있나? 한번씩 돌아가서 다시 읽어야 했어요. 읽으면서 멋진 신세계 생각도 나고 마침 어제 랩걸을 읽었어서 옥수수 부분도 친밀하게 읽었습니다. 카뮈의 팬티 이야기를 최근에 여기저기서 수근수근 들었는데 이 단편을 읽고나니 이방인도 빠르게 읽어봐야할 것 같네요. 미래에 내 욕구를 기계로 만족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아마 나 역시도 새근거리는 고양이 숨소리나, 내 손을 잡아주던 내 아이의 고사리 손길을 더 원하고 그리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9-1 책을 읽는 순간순간 궁금증으로 단숨에 읽게 되었네요. 이응이라는 것을 통해 그동안 숨겨둔 성욕이 본능인 면을 넘어 유용함 점으로 인정하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듯하면서도 여전히 이게 가능할까 싶은 의심이 여전히 남네요. 그래서 더 솔짓하게 읽어 내려간것 같아요.
9-1. 이것도 SF 장르에 속하나요? ㅎㅎ 새롭고 가장 통통 튀는 작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응이 뭔지 모르다가 점점 '혼자 즐기는 ㅅㅅㅁㅅ'이란 걸 알고, 그걸로 인해 미약하나마 인류가 평화쪽으로 기우는 것을 보며 끄덕끄덕했습니다. 슙. 호. 같은 감탄사도 귀여우면서 그것이 표현해 내고자 하는 느낌이 잘 전달 됐고요. ㅇㅣㅇ을 눈이라고 생각하는 화자도 참 귀여웠습니다. ^^ 마지막에 육체적 만족감 보다는 고전 문학이 더 좋다는 화자가 결국 이응에서 다채로운 육체적 감각 체험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것을 보며 순간적으로 느끼는 절정은 천천히 느리게 도달하는 지적체험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짜릿하기 때문에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이란 점도 다가 왔고요. 우열을 가리자는 게 아니라 어느 것 하나 버릴 건 없다는 뜻입니다.
상당히 모호한 단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이미지들이 한번에 몰아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응이 마약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ㅎㅎ 하지만 주인공이 경험하는 이응 속 스토리텔링이 마약이 보여주는 환각과 비슷한 것 같아서 약에 취한 듯이 몽롱한 상태로 읽었습니다. 정말 독특했어요.
9-1. 이응이라는 말로 더 이상 공공연한 비밀이 아닌 것, 성욕이나 성에 대한 이미지가 한층 편해진 듯합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신선했고요. 할머니의 이응에 대한 시선, 죽음에 대한 관점이 아무 흥미로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9-2. 이 단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나는 내 욕구를 설계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세상에는 어떻게 그 많은 불행이 계획되어 있는 걸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06, 안보윤 외 지음
할머니는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거라고 했다. 이응처럼 코스를 선택할 순 없지만, 이응의 컬러볼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이응을 하는 것처럼 억눌려 있던 게 풀리면서 기분 좋게 흩어지는 거라고 했다. 아마 자신은 묵은 똥을 싼 것처럼 가뿐할 것 같은데, 몸뚱이를 갖고 사는 게 늘 조금은 힘겨웠으니 거기에서 풀려나면 얼마나 시원하겠느냐고 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08, 안보윤 외 지음
내가 잃어버린 화살은 모두 내 안에 있었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었다. 레인코트가 떨며 신음하는 나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끝없이 애정을 갈망하는 강아지처럼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이응 안에서 오래 포옹했다. 속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 몸으로 다른 몸에게 안겼다. 레인코트, 당신의 이름은 무슨 색이죠? 나는 묻고 싶었지만, 입 속의 말들이 소리로 나오지 않았다. 옛이응의 '호'가 아닌 지금 나를 가득 채우는 이 느낌을 표현할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다. 더 깊은 품으로 스며들고 싶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12, 안보윤 외 지음
내가 잃어버린 화살은 모두 내 안에 있었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었다. (중략) 보리차차, 이제 뛰지 않고 나는 거야? 날개로 나는 법을 배운 거야? 나는 울고 있었지만, 비옷을 입고 빗속을 걷는 것처럼 두 뺨은 눈물 자국 없이 보송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312-313, 안보윤 외 지음
다는 나만 정해진 단계에 따라 쾌감을 체험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몸이나 감각에 몰두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를 잊게 해주는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느리고 모호한 쾌감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도 찾지 않는 고전문학 서가에 앉아 책을 통해 누군가의 느낌이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글로 쓰고, 종이에 인쇄된 인간의 욕구가 나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을 만큼만 생생했고, 그렇기에 안전하게 나를 열 수 있었다. p296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그 짓이 맞나 틀리나 긴가민가할 땐 똑같은 짓을 한 번 더 해봐.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76, <이응 이응> 중, 안보윤 외 지음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홀가분한 목소리. 이응을 하고 나온 사람들을 잘 보면 사라졌던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92, 안보윤 외 지음
할머니는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거라고 했다. 이응처럼 코스를 선택할 순 없지만,이응의 컬러볼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바뀌는 것뿐이라고.이응을 하는 것처럼 억눌려 있던 게 풀리면서 기분 좋게 흩어지는 거라고 했다. 아마 자신은 묵은 똥을 싼 것처럼 가뿐할 것 같은데, 몸뚱이를 갖고 사는 게 늘 조금은 힘겨웠으니 거기에서 풀려나면 얼마나 시원하겠냐고 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이응이응>, 안보윤 외 지음
할머니와 나는 그 나무를 잘생긴 나무라고 불렀다. 우리는 나뭇잎 모양이나 열매를 보며 나무의 진짜 이름을 알려고 애쓰지 않았 다. 이름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을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나무는 잎을 다 떨군 채 짓빛 기둥으로 쉬고 있었다. 갈색 깃털의 새가 악보의 음표처럼 나뭇가지를 오르내렸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김멜라 <이응 이응>, 안보윤 외 지음
주황빛 광택제를 바른 첼로의 울림통 안으로 들어선 기분이랄까. 결과 빛깔이 다른 목재들이 실내를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서 있는 기둥은 약간 붉은빛이 돌았고, 복도 끝에 있는 계단 목재는 사막의 모래처럼 옅은 황색이었다. 서늘한 공기에선 적당한 농도의 풀 냄새가 났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김멜라 <이응 이응>,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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