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수상소감 & 작품론 & 인터뷰 ■■■■
금요일부터 이틀 동안은 작품 관련한 글 세 편을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눕니다.
저는 수상 소감이나 인터뷰를 읽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요. 소설을 쓴 작가가 이 글을 어떻게 쓰게 됐는지, 쓰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당선되고 나서 어땠는지에 대해서 소감과 뒷 이야기를 읽으면 더 잘 알 수 있잖아요. 평론은 조금 어려울 때는 있지만, 제가 읽은 소설에 대해서 다른 이들이 정확하게 짚어내고 표현해낸 걸 읽을 때 반갑고 좋아요. 물론 저의 생각과 평론가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럴 때는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가는 게 재밌고요.
수상소감이나 인터뷰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금 더 엿볼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수상작품집에 실린 안보윤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 ‘완전한 사과’(2021년 김승옥문학상 수상)라는 작품도 읽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2일 동안, 같이 읽으면 더 좋을 안보윤 작가님의 인터뷰도 공유드려요.
https://www.mk.co.kr/news/culture/10808152
이번에는 어떻게 읽으셨는지 묻는 질문 하나만 드려요. 편하게 이야기 나눠주세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3-1. 어떻게 읽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지점 등을 적어주세요.
솔로몽북스
행복해지려고 소설을 썼다. 작품에서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집중을 하던 때가 있었다.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질문에 빨려들어간다 라는 것들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현대문학 대상받은 작품도 읽어 볼께요
솔로몽북스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 질문이 어느 날 문득,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 라는 질문으로 조금씩 틀어졌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90,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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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ulove
“ 한글 낱자들을 연이어 붙이면 글자가 되고, 그 글자들을 소리 내 읽으면 세계가 시작됩니다. 말과 소리를 수줍게 싸서 누군가에게 건네면 관계가 시작되고, 주렁주렁 얽힌 무수한 타래를 박제시키면 역사가 됩니다. 글자를 몇 개 조합하는 것만으로 와락 일어서는 세계란 얼마나 매혹적인지요. 그러나 그 세계는 끈질기게 이어 붙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붕괴되어버리기도 합니다. ”
“ 여기서 소설은 애도의 두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승규 엄마가 그랬듯, 타자의 상실을 내 안에 삼킴으로써 그를 추억하며 남은 삶을 사는 방식. 혹은 타자를 자신의 서사 안에 가두기를 두려워하며 자기 몫의 윤리적 책임을 지속하는 방식. ‘나’는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이제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사람의 얼굴, “비리고 물컹한 것”을 입에 물고 있는 표정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 윤리적 인간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나름의 ‘애도의 방식’으로 복수(復讐)와 애도, 복수(複數)의 애도에 도달한 소설의 표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 질문이 어느 날 문득,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 라는 질문으로 조금씩 틀어졌어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90 | 인터뷰_김유태, 잘 여문 이야기의 공을 굴리는 마음,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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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ulove
3-1.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남겨진 사람. 둘은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라는 질문이 좀 더 와닿게 느껴지네요.
글자가 단어, 문장을 넘어 세계가 시작된다는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편의 작품으로 만난 작가님의 세계는 온전히 감당하기엔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서 매혹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작품에서 만나게 될 ‘안보윤의 세계’가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작품들 정말 잘 읽었어요~!
오늘도
<애도의 방식>을 읽으면서 '비리고 물컹한 것을 입에 물고 있는 표정'이라는 표현이 인상깊었습니다. 작품론을 읽으면서 비리고 물컹한 것을 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동주라는 말에 '아, 그렇구나. 작가가 하는 표현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표현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작가 인터뷰를 보니 '이미 으깨진 것을 기어코 한 번 더 으깨놓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가 실려있었습니다. 동주와 승규 엄마의 마음을 그리기 위해 작가가 특별히 '함박스테이크'를 선택한거더라고요. 작품론과 작가인터뷰를 본 뒤 다시 보는 소설은 더 깊게, 더 깊은만큼 더 아프고 저리게 다가왔습니다.
작가 인터뷰에서 계속 쓰는 게 맞는 걸까 싶어 다른 일을 알아보기도 하셨다고 했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써주셔서, 그렇게 써주신 덕분에 작가님의 소설에 저에게 와닿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delispace
안보윤 작가님의 수상소감과 인터뷰는 제 나름으로는 긴장을 낮추고 편하게 술술 읽었고, 소설을 쓰게 된 계기와 계속 쓰게 된 계기 모두 특이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또 소설에 바로 붙은 작품론을 읽으니까 더욱 기억에 남는 튼실한 독서가 되었는데요. 특히 제가 읽으면서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동주의 '서늘한 면'과 평론가가 깨우쳐준 '애도'라는 단어의 복잡다단한 의미(이해도는 떨어지지만 ㅜㅜ 프로이트와 데리다를 연상케 하는)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delispace
“ 그럼에도 죽어 누워 있는 승규 옆에서 "앞? 뒤?"라고 되뇌는 '나'의 중얼거림은 서늘한 데가 있다. 이렇게 의심의 눈으로 다시 읽어보면 "웃는 얼굴"의 주어가 감추어져 있다는 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
“ 정신분석학에서 '성공적인' 애도란 상실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 이때 죽은 이와의 분리는 공유했던 기억을 내면화하고, 죽은 이를 향했던 사랑의 에너지를 거두어 새로운 대상에 쏟음으로써 가능해진다. <...> 소설은 애도의 두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승규 엄마가 그랬듯, 타자의 상실을 내 안에 삼킴으로써 그를 추억하며 남은 삶을 사는 방식. 혹은 타자를 자신의 서사 안에 가두기를 두려워하며 자기 몫의 윤리적 책임을 지속하는 방식. <...> 이 윤리적 인간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나름의 '애도의 방식'으로 복수(復讐)와 애도, 그리고 복수(複數)의 애도에 도달한 소설의 표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결국 '나'에게 승규의 책임을 물으려는 쪽도, 그 반다로 그 책 임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쪽도, 모두 승규의 죽음이 아닌 '나'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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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co
이 사건의 과정은 필요없고 오로지 결과만을 지충하는 이 사회에 대해서 다시 묻고싶어지네요.
신이나
살아남은자들에 대해서 주목하시고 이야기한다는 부분에 공감해요.
가해자는 죽고 피해자는 살아남아 오히려 가해자처럼 취급되고 어떤 이유에서든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 그걸 삼키고 남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안보윤 작가님의 글을 읽고 살아낸다의 느낌을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신이나
그러면 저는 '나도 여기 있어, 내가 그걸 너와 함께 보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지는데, 바로 그때가 제 안에서 문장이 불려 나오는 순간인 것 같아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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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3-1. 작품론을 통해 작품 전반에 대해, 인물에 대해 다시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사건이 있었던 날 승규의 행동은 저에게는 '반격'보다는 '변화'로 읽혔는데, 승규에서 반격과 변화는 비슷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반격'은 외부를 향한 것이라면 변화는 내부를 향한 것이고, 그러므로 반격은 승규를 향한 것일 수 있지만 변화는 동주 자신을 보호하는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작품이 複數의 애도이지만 復讐의 애도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안보윤 작가님 인터뷰에서는 '진심이 왜곡되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너무 진심인데 그것이 타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되는 순간'을 생각하여 [어떤 진심]을 구상하셨다는 부분이 와 닿았고 작가님의 골방의 감각은 '누군가의 뒤통수를 계속 보고 있는 느낌'이라는 지점도 인물을 탐구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메이플레이
3-1
<애도의 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작가로서 소설이라는 공을 만들어 독자에게 굴리고, 독자가 어떤 형태의 것을 내게 굴려줄까 기대하면서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결국 글이란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특히 질문에 답해주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더욱더 그런 마음을 충분히 느끼게 되네요. 일방적인 글이 아닌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글이 이런 것 같아요.
Henry
수상소감을 읽으며 다음의 부사들에서 작가님이 작품들을 손에서 떠나보내기 까지의 마음과 자세를 느껴서 좋았습니닫.
끈질기게
여전히
조심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