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가혹해? 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래, 하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소금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무엇인가가 소금 속에 있다는 것이 우주에서 나만 아는 비밀 같았다. 가슴에서부터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것이 동시에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던 여자가 묵직한 소금 자루를 자전거 뒤에 싣는 것이 보였다. 여자 앞에 자리를 잡은 아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페달을 밟자 묵직한 소금의 무게가 여자의 발에 실렸다. 여자가 석양을 등지고 사막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는 말들 중 어떤 것도 쉽게 꺼낼 수가 없었다. 나는 길게 늘어지는 여자의 그림자를 사진 속에 담았다. 말 대신 꼭 보여주고 싶었다. 진주에게 그리고 허니쿠키에게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33, 안보윤 외 지음
말 대신 꼭 보여주고 싶었다. 진주에게 그리고 허니쿠키에게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 작은 방주들-, 안보윤 외 지음
근면 성실이 더는 성공의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걸, 심지어 무능도 전략적으로 증명해야 실업 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초현실적인 형벌을 받으며 복기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작은 방주들-, 안보윤 외 지음
가상 세계와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 역시, 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는 거의 없다는 거였다. 나는 하루종일 별서듯 텅 빈 바탕 화면을 노려봤다. 시위를 하듯 점심 식사도 거른 체 퇴근 시간을 맞았다. 온 마음이 사막처럼 황량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무보직 대기발령 AI의 밀린 상사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얘야, 가보지도 않은 곳이 그리울 수도 있단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19, 안보윤 외 지음
나는 나와 진주에게 공통으로 닥친 불행의 인과관계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십을 앞둔 여성 둘의 잠적과 대기의 상태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설계된 낙오와 조난 상태에 대해. 하지만 결론은 영 엉뚱한 지점에서 맺어졌다. 가상 세계와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 역시, 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는 거의 없다는 거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17p, 안보윤 외 지음
사막 한가운테서,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고 있어. 물론, 여자의 생각이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밀도 끝도없이 그 눈빛이 그렇게 보였다. 모멸감도 죄책감도 담겨 있지 않은 맑고 단단한 눈. 느닷없이 눈물이 핑 돌았다. 얼른 손등으로 눈가를 홈쳤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32p, 안보윤 외 지음
말 대신 꼭 보여주고 싶었다. 진주에게 그리고 허니쿠키에게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33, 안보윤 외 지음
뭐가 있다고 치는 것. 없는데 있다고 치는 것. 치자, 치자, 치자, 중얼거리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작은 방주들>224쪽, 안보윤 외 지음
사막 한가운데서,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고 있어. 물론, 여자의 생각이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밑도 끝도 없이 그 눈빛이 그렇게 보였다. 모멸감도 죄책감도 담겨 있지 않은 맑고 단단한 눈. 느닷없이 눈물이 핑 돌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32p, 안보윤 외 지음
질투와 아쉬움이 역력한 허니쿠키의 얼굴을 보는데 희열이 느껴졌다. 내가 그의 마음 한구석에 예리한 구멍을 낸 느낌이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신주희 <작은 방주들>, 안보윤 외 지음
근면 성실이 더는 성공의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걸, 심지어 무능도 전략적으로 증명해야 실업 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초현실적인 형벌을 받으며 복기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신주희 <작은 방주들>, 안보윤 외 지음
7-2. 213p 남으면 줍고, 모자라면 버티고, 이제는 좀 쉬엄쉬엄하자는 나를 비웃듯 진주는 꾸준히 뭔가를 배우고 실행하는 일에 시간을 썼다. 216p 인사 발령은 회사 고유의 조치예요. 직원의 동의 없이도 할 수 있고, 은재 님을 벽만 보게 앉혀놔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어요. 224p 낯선 질문들이 입 속을 맴돌았다. 뭐가 있다고 치는 것. 없는데 있다고 치는 것. 치자, 치자, 치자, 중얼거리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거짓말도 치는 거고, 사기도 치는 거고, 뒤통수도 치는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32p 사막 한 가운데서,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고 있어. 233p 진주에게 그리고 허니쿠키에게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7-2. p.218 '너 친구, 우유니에 와 있을지도 모르잖아?' 하던 서툰 한국어 발음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이어 진주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가보지도 않은 곳이 그리울 수도 있단다, 했던 것이.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선택] 7-3. 신주희 작가의 질문 저는 무엇인가가 힘들 때 시원한 맥주 첫 모금, 퇴근길에 들을 좋은 음악, 때로는 보고 싶은 사람의 어떤 표정이나 말 등을 떠올립니다. 그것으로 잠시 괴로움을 버틸 수 있는 위안을 얻지요. 하지만 그렇게 시시한 것으로 받는 위안이 결코 구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둘은 엄연히 다르다고 구분하던 때가요.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거창하게 생각했던 구원은 점점 더 작고 사소해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떨까. A. 여러분들에게 구원이란 무엇일까요? B. 구원이 있다면, 그건 가능한 것일까요? C. 작고 소박한 위안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는 것일까요?
A. 순간의 구원이 있고, 영원의 구원이 있다 싶습니다. 무덤들과 산과 강을 건너는 네이게이션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 때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나, 쉬 잠들지 못하는 일요일 밤에 홀로 찾은 심야영화관 같은 순간의 구원. 영원의 구원은 각자가 바라고 믿고 견디는 영혼에 관련된 구원. B. 구원은 있고, 가능하다 여깁니다, 저는. 그래야 지금을 살 수 있다 싶습니다. 순간이든 영원이든 C. 작고 소박한 위안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가능할 수도 있지만, 상호 관계에 근거한 것이라 너무나 깨지기 쉬운 구원이 아닐런지.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상호 관계가 어쩌면 구원을 영원히 미제로 만드는 핵심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좀 슬프지만요...
@신주희 영원한 미제. 그래서 사람들이 신을 찾고, 무형이나 유형의 구원의 근거를 찾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마도.
A. 제게 구원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스스로의 인정인듯 합니다 우선 그들과의 관계가 나의 뿌리이고 나 스스로의 인정이 나의 다음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까요 B. 구원이 가능할까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인정도 나 스스로의 인정도 쉽지는 않은 문제이니까요 C. 작고 소박한 위안은 지금처럼 책들 속에 빠지면서 이를 나눌수 있는 공간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 혼자 여유롭게 즐기는 시간입니다 소소한 위안 속에서 재충천하고 나아갈 수 있는 쉼은 참 중요한 거 같습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잃어버린 나와 내 로맨스의 복원🛠️『사랑도 복원이 될까요?』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송승환 시인과 함께 시를 읽습니다
[문학실험실/신간] 송승환 시집『파』(문학실험실, 2026) 출간 이벤트. 시집 완독회!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읽기 모임보들레르 산문 시집 <파리의 우울> 읽기 1
새벽엔 느낌 좋은 소설로 하루 시작해요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느낌 좋은 소설 읽기] 2. 오버스토리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4월 16일, 체호프를 낭독합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싱글챌린지로 읽었어요
아니 에르노-세월 혼자 읽기 챌린지숨결이 바람 될 때MT 법학 싱글 챌린지밀크맨 독파하기
스토리 탐험단이 시즌 2로 돌아왔어요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10번째 여정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스토리 탐험단 9번째 여정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유디테의 자본주의 알아가기
지긋지긋한 자본주의왔다네 정말로 자본주의의종말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동구권 SF 읽어보신 적 있나요?
[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
그믐의 흑백요리사, 김경순
브런치와 디저트 제대로 만들어보기ㅡ샌드위치와 수프디저트와 브런치 제대로 만들어보기솥밥 제대로 만들어보기
혼자 읽어서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
웰다잉 오디세이 1분기에 이 책들을 읽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독서모임에도 요령이 있나요?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7. 북클럽 사용설명서 @시홍서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