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꿈을 쫓아 빠르게 돌아가는 가상의 세계와 달리, 현실의 사정은 정확할 정도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간다
7-1. 은재가 우유니 사막에서 소금을 캐는 여자의 눈을 보며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을 위한 방주는 결국 자신 안에 만들어야함을 알게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 단편은 여러가지 대비되는 모습들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방주라는 명칭은 얼핏 구원을 의미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와 대비되는 냉혹한 현실이 뒤이어 묘사가 되고, 코인으로 성공(?)한 허니쿠키와 주인공의 모습이 같은 우유니 사막을 소재로 대비가 되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에 여자의 그림자가 자기 자신과 대비되는 모습도 보였구요. ai나 비트코인 같은 현대적인 플롯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것 도 좋았지만, 이런 대비적인 모습이 더 인상 깊었던 작품이였습니다.
7-1 코인이야기. 무보직 대기발령 등으로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지지만 안정되지 못한 현실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뭐 있다고 치는 것.없는데 있다고 치는 것. 치자, 치자 치자"(224쪽)라는 말이 삼포니 사포니 하며 현실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현실이 암울해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스스로 젊은세대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인 것 같습니다.
무슨 주식이 오르고, 어디 회사가 상장을 하고.. 남이 주는 정보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사람들과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고 있'는 우유니의 여자. 나는 둘 중 어떤 사람에 더 가까운지를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작은 방주에 하나만 실을 수 있다면 그건 바로 나 자신이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요.
7-1. <작은 방주들>은 AI와 암호화폐 같은 실재하지 않은 것들에 휘둘리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할까에 대한 글로 읽었습니다. 도통 손에 잡히지 않은 것들에 빠져 지내지만 결국 '그 안에도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 그걸 아는 것은 자기 자신일 뿐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고,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려,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야'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유니 사막은 은재, 진주, 허니쿠키 모두에게 '방주'와 같은 곳이네요. (진주의 암호화폐 회사에서 만들었던 아크 지갑도 방주고요.) 그러니 결국 셋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방주를 향해 걸어가는 삶을 살고 있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실패하거나 실패하는 중이거나 아직 실패를 깨닫지 못하는 중인 인물로 보여졌어요. 그리고 셋 중 가장 방주에 대해 직접적인 욕망이 없던 은재만 우유니 사막에 도달하고, 거기에서 실재하는 소금을 캐는 여인과 아이를 보면서 모든 실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 너머에도 인간의 따스함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앞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반인들에게까지 스물스물 지펴오르는 이 시대에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이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7-1. 얼마 전 갑작스럽게 다음주까지 퇴직 희망자를 받겠다는 대표의 발표에 놀란 지인이 있습니다. 본인도 황당했겠지만, 저도 뉴스에서만 보았던 코인 업계의 현실이 이런 건가 해 충격이었습니다. 주변에 다행히도 코인으로 크게 망한 사람이 없어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목인 작은 방주들과 코인 회사명과의 관계는 무엇인가에 대해도 생가해 보았고요. 그리고, 허니쿠키가 정말 화자의 뒤통수를 친 건지, 무슨 의도로 자꾸 화자에게 접근을 하는 건지, 진주는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 밝히지 않은 점도 이 소설이 갖고 있는 매력 같습니다.
7-1. 직장에서의 위치, 존재감과 친구에 대한 생각, 태도가 블록체인이라든가 우유니에 대한 생소함을 너머 공감을 불렀습니다. 진주의 이야기도 궁금해졌고요. 그녀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방주를 찾아 안전하기를.
화제로 지정된 대화
7-2. 이 단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소금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무엇인가가 소금 속에 있다는 것이 우주에서 나만 아는 비밀 같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33쪽, 안보윤 외 지음
코로나 창궐, 암호화화폐, 무보직 대기발령, AI...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보거나 듣고 있는 소재들을 직장생활의 애환(?)에 녹여낸 이야기라 우선 흡인력이 좋았습니다. 관계와 관계들 속에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제가 알거나 만난 적이 있는 누군가들을 닮아있어서 속이 쓰리다가도 애닳았습니다. 은재님도, 진주씨도, 허니쿠키님까지도 방주가 닿은 아라랏산 정상에서 다시 마주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온기 가득한 저들 각자의 암염을 꺼내어 보이면서..
뜨거워졌다 얼어붙었다 하는 기분을 억누르며 나는 나와 진주에게 공통으로 닥친 불행의 인과관계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십을 앞둔 여성 둘의 잠적과 대기의 상태에 대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17 <작은 방주들> 중., 안보윤 외 지음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소금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무언가가 소금 속에 있다는 것이 우주에서 나만 아는 비밀 같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그러니까 진주가 한다던 새로운 일의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붙잡고 어디론가 휩쓸려 가는 일처럼 보였다. p22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그러니까 사십을 앞둔 여성 둘의 잠적과 대기의 상태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설계된 낙오와 조난 상태에 대해. 하지만 결론은 영 엉뚱한 지점에서 맺어졌다. 가상 세계와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 역시, 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는 거의 없다는 거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217쪽, 안보윤 외 지음
뜨거워졌다 얼어붙었다 하는 기분을 억누르며 나는 나와 진주에게 공통으로 닥친 불행의 인과관계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십을 앞둔 여성 둘의 잠적과 대기의 상태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설계된 낙오와 조난 상태에 대해. 하지만 결론은 영 엉뚱한 지점에서 맺어졌다. 가상 세계와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 역시, 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는 거의 없다는 거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17, 안보윤 외 지음
낯선 질문들이 입 속을 맴돌았다. 뭐가 있다고 치는 것. 없는데 있다고 치는 것. 치자, 치자, 치자, 중얼거리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거짓말도 치는 거고, 사기도 치는 거고, 뒤통수도 치는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실종된 친구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집요하게 피어오르는 의심을 막을 길이 없었다. 곧이어 갑자기 사라진 진주에게 내내 뒤통수를 얻어맞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진주야, 도대체 왜, 어디로 사라진 거니? 갑자기 벌도 나비도 하기 싫어서? 네가 가졌던 꿀이 몽땅 사라져서? 도대체, 왜? 나는 다가오는 여행 날짜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엉뚱하게도 이 모든 더러운 기분들이 허니쿠키를 향해 맹렬하게 솟구쳤다. 빙글거리는 저 얼굴을 차갑고 딱딱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취기 때문인지 머릿속에서 윙윙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24-225, 안보윤 외 지음
나는 한동안 그림자처럼 앉아 소금 캐는 여자를 봤다. 검은 피부에 날렵하고 단단해 보이는 팔, 일을 하는 데 허튼 구석이 없는 손길,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가장 정확한 것을 움켜쥐는 동작이 반복되었다. 쉽지도 빠르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낡은 소금 자루가 천천히 채워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러면서 종종 여자의 눈과 마주쳤다. 피할 수 없을 만큼 맑고 투명한 눈이었다. 무엇인가 실재하지 않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이 인간을 흔들기 이전의 눈, 그런 눈이 나를 차분하게 올려다보곤 했다. 나는 그 눈을 바라보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막 한가운데서,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고 있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32, 안보윤 외 지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가혹해? 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래, 하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소금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 이렇게 만져지고 따뜻하다는 거,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게 실은 우리가 살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서글펐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무엇인가가 소금 속에 있다는 것이 우주에서 나만 아는 비밀 같았다. 가슴에서부터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것이 동시에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던 여자가 묵직한 소금 자루를 자전거 뒤에 싣는 것이 보였다. 여자 앞에 자리를 잡은 아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페달을 밟자 묵직한 소금의 무게가 여자의 발에 실렸다. 여자가 석양을 등지고 사막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는 말들 중 어떤 것도 쉽게 꺼낼 수가 없었다. 나는 길게 늘어지는 여자의 그림자를 사진 속에 담았다. 말 대신 꼭 보여주고 싶었다. 진주에게 그리고 허니쿠키에게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 걸음을 멈추고 끝 너머로 눈을 돌리는 것, 그게 최후에는 꼭 자기 자신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233, 안보윤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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