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나는 어떻게 되었나? 배제되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나는 어떻게 되었나? 박탈당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3쪽, 안보윤 외 지음
장희의 눈에 비치는 것은 나인데 어째서 분노가 느껴지는 것인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이게 분노라면 어째서 이토록 단숨에 서글퍼지는 것인지를 납득해보려는 것처럼 조용히 시선을 맞받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4쪽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그렇게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더니 결국 더러운 병에 걸렸다고. 통화를 하다 울었는지 눈은 퉁퉁 부어 있고 목은 잠겨 있었는데도 입에서는 그런 말이 나오더라.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김병운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p154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진무 삼촌, 그이가 더러운 병에 걸렸다는 말,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더니 결국 죽었다는 말, 잘못 알고 말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갖고 말한 것인지 영영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어쨌든 사실이 아니었던 말. 나는 그 말을 내뱉던 순간에 그녀가 마주했을 불안의 크기에 대해 생각했다. 감염과 죽음이 동의어인 줄 알았던 그 무지한 시절에, 장희의 미래를 오염과 타락, 징벌로밖에 상상할 수 없었던 그 막막한 날들에 그녀가 감당했을 공포의 무게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건 장희의 성장과 함께 증식한 불안이 아니었을까. 장희가 누군가를 원하고 만지고 사랑하는 게 이상할 게 없는 나이가 됨으로써 완성된 공포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그건 왜 응당 불안이고 공포였을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1, 안보윤 외 지음
나는요, 형님을 만나고 나서 알게 됐어요. 이영서 씨는 말했다.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오늘 장희 군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삼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54, 안보윤 외 지음
내가 자꾸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게 사실은 살고 싶어서라는 걸 알았던 장희.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보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유심히 귀 기울여주었던 장희.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57, 안보윤 외 지음
안전을 바라는 마음?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그거 혐오였어. 헷갈릴 것도 없고 선해할 것도 없어. 장희가 나를 향하던 눈빛만큼이나 선연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래서 동성애 하라는 거야? 아니잖아. 남자랑 섹스하라는 거야? 아니잖아. 거기에 무슨 자유가 있고 해방이 있는데? 그런데도 나는 그 마음을 사랑이랍시고 놓지를 못했던 거야. 그게 나를 어떻게 좀먹는지도 모르고, 나를 반쯤 죽여서 딱 반만 살게 하는 줄도 모르고······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했던 거야. 나는 그랬던 거야.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64, 안보윤 외 지음
우리는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그리고 카운터가 0을 가리키는 바로 그 순간에, 한 시절의 끝이자 시작을 알리는 것 같은 바로 그 순간에 눈을 들어 서로를 바라봤다. 장희가 먼저 웃으며 말했고 내가 따라 웃으며 들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72, 안보윤 외 지음
나를 죽게한게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것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그리고 몇 초 뒤에, 서로를 향하는 눈짓과 손짓, 표정에서 스며 나오던 아쉬움이 두 사람을 어떠한 양감으로 살짝 움켜쥐었다 편 것처럼 주춤하게 했을 때 통화는 예기되었음에도 예기치 않은 것처럼 갑자기 종료되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처음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나중에는 단정해진 글씨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언제든 우리 집에 또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어. 그 말이 나는 참 좋았고.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169쪽, 안보윤 외 지음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아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54, 안보윤 외 지음
나는 그 순간 장희의 어깨를 툭 하고 건드려보았다. 이영서 씨에게서 어떤 소중한 것을 건네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장희 역시 그것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 154, 안보윤 외 지음
그리고 어느 해부터인가 장희 니가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는지 카드 안에 추신처럼 한두 문장을 더 적었지. 그때 너는 또 오라고 썼어. 처음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나중에는 단정해진 글씨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언제든 우리 집에 또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어. 그 말이 나는 참 좋았고.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9p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어떤 날들은 말해지지 않아야만 간신히 멀어질 수 있으니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162, 안보윤 외 지음
나는요, 형님을 만나고 나서 알게 됐어요. (중략)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p.154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도저히 안으로 들어 갈 수도 없고 이대로 떠날 수도 없어서 누군가 내 목에 줄이더라도 채워놓은 것처럼 숨 막혔던 밤들. 눈물이 나는데도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겠다며 걷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딜 때마다 물에 젖었다. 그대로 얼어버린 신발이라도 신은 것 마냥 비참했던 밤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안전을 바라는 마음?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그거 혐오였어. 헷갈릴 것도 없고 선해할 것도 없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안보윤 외 지음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 증정] 완독 기대평 쓰고, '코스모스' 받기![그믐앤솔러지클럽] 3. [책증정] 일곱 빛깔로 길어올린 일곱 가지 이야기, 『한강』[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읽고 미국 현지 NASA 탐방가요!
[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같은 책, 다른 모임!
[2024 여름_빌게이츠 추천도서] 데이비드 부룩스, 《사람을 안다는 것》 읽기[웅진지식북클럽] 2. <사람을 안다는 것> 함께 읽어요[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편지 가게 글월] 서로 꿈을 이야기하며 안부를 전하는 글쓰기를 하고자 합니다.
쉽게 읽히는 환경책들
[그믐클래식 2025] 11월, 침묵의 봄 [책증정] <해냈어요, 멸망> 그믐에서 만나는 가장 편안한 멸망 이야기[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창원 안온] <숨은 시스템> 함께 읽기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노벨문학상이 궁금하다면?
[밀리의 서재로 📙 읽기] 31. 사탄탱고[책 증정]2020 노벨문학상, 루이즈 글릭 대표작 <야생 붓꽃>을 함께 읽어요.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하드 SF 의 정석
[도서 증정] <탄젠트>(그렉 베어)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함께 읽는 SF소설] 01.별을 위한 시간
사이언스 북스의 책들
[사이언스북스/책 증정]진화의 눈으로 다시 읽는 세계, 『자연스럽다는 말』 함께 읽기 [서평단 모집] 음모론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에 투여하는 치료제! 『숫자 한국』[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책 추천하는 그믐밤
[그믐밤] 41. 2026년, '웰다잉' 프로젝트 책을 함께 추천해요.[그믐밤] 39. 추석 연휴 동안 읽을 책, 읽어야 할 책 이야기해요. [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베오의 <마담 보바리>
절제는 감정의 부재가 아니라 투명함을 위한 것 읽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Lego Ergo Sum 플로베르의 스타일에 관한 인용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 나타난 보바리즘의 개념과 구현
내가 사는 '집' 🏠
[책 증정_삼프레스] 모두의 주거 여정 비추는 집 이야기 『스위트 홈』 저자와 함께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읽기<한국 소설이 좋아서 2>최양선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독서 모임에서 유튜브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00:00 Intro – 인트로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00:00 ~ 28:12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8:13–53:09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53:09-01:26:36
선과 악에 대하여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다산북스/책 증정] 『악은 성실하다』를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밀리의 서재로 📙 읽기] 14. 다윈 영의 악의 기원<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