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읽고 사유해요

D-29
연말이라 그런가 <북명 너머에서>의 성자와 조옥과 함께 명동에 있는 살롱에 가고 싶다. 계란노른자 올린 커피도 꼭 먹어볼테다ㅎㅎ
솔직히 조옥이나 성자와는 별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이유로 둘다 숨이 막히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래도 연말에 시간을 보낸다면,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에 등장했던 '오반장'정도가 좋을 듯 합니다. 적당히 재미난 농담도 던지고 심드렁 제 이야기도 듣는 둥 마는 둥 부담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 합니다...
8-3.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의 원진무, 이영서씨와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의미있는 연말이 될 거 같아요.
8-3. 저는 다방에 가서 DJ 오빠 만나보고 싶네요. 좋아하는 노래 틀어주시겠죠? 연말이니까요. 남의 혀처럼 입 안을 헤집는 비리고 뭉근한 형체의 노르자를 혼자 떠먹으며 그가 레코드 판을 하나씩 고르며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당당하게 훔쳐보겠습니다. :)
저는 조옥이요. 조옥이 백화점 그만두고 어디갔는지, 빌려준 돈은 어디다 썼는지 제가 연말에 술 한잔 먹이면서 잘 다독여보겠습니다. 하하
8-3. 2023년 수상작은 아니지만, '이응이응'의 할머니와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순례주택의 순례 씨 같은 너낌~
성진이요. 분수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별 헛짓거리'를 다 하고 다닌 성진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어보고 싶어요. 크게 성공해서 고향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소녀일 것 같아요.
8-3. 저는 에꼴드빠리에 가보고 싶어요. 거기서 조옥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녀만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성자가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선택] 8-4. 지혜 작가에게 한 마디
<북명 너머에서>를 읽으며 제게 북명이나, 성자, 이무기, 구덩이 같은 것들이 있는가, 있다면 과연 무엇(누구, 어디)인가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성자는 어느 순간 커피를 붓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조옥을 참을 수 없어 합니다. 처음에는 조옥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런 마음이 든 걸 보면 그동안 조옥과 함께 해오면서 참을 수 없는 마음들이 쌓여온 거 겠죠? 처음에는 좋아보이는 것들도 어느 순간 퇴색하기도 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아픔의 흔적도 있지만 반짝이는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게 우리의 삶 아닐까 생각하며 <북명 너머에서>를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또한 이 소설에서 사랑이라는 상태가 애정과 미움, 호감과 질투, 선망과 살의.. 같은 양립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온갖 먼지와 흙, 공기와 바람이 머무는 정체불명의 구덩이처럼요. 그건 이십 대 초반의 서툰 사랑의 감각일수도 있고 익숙치 않은 사회생활에서 맞닥뜨린 당황스런 감정일수도 있을거예요. 그런 '쉽게 말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해 가능하면 신문 한쪽 면처럼, 감정을 펼쳐 보이도록, 성자와 조옥을 통해 표현하려고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
성자의 세밀한 심리묘사에 저도 모르게 몰입한 작품이였습니다. 불우(?)한 어릴적 가정 환경에서 자란 성자가 주옥의 모습을 이상향에 투영시킨 듯 보였습니다. '구덩이' 라는 플롯도 흥미로웠구요. 보통 작품을 쓰실때, 입체적 구성이나(중간에 현대로 와서 남편의 모습을 묘사) 플롯같은 소설속 장치들을 미리 설계 후에 쓰시는지, 아니면 바로바로 즉흥적으로 쭉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플롯...을 완벽하게 쓰고 시작하려고 매번 노력하지만 초기의 플롯이 소설 후반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이 소설에서는 플롯도 중요하지만 시간적 구성(현재의 성자가 과거의 성자에 대해 회상하는 구조)을 설정하는데 공을 들였어요. 즉흥적으로 쓰이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구분하기는 어려운데, 무엇을 쓸지 알게 되면(혹은 알고 싶어지면) 다른 부분을 만들어가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계획과 즉흥이 한데 섞이는 것 같아요. 이 소설에서는 백화점, 성자의 회상, 조옥 같은 중요한 소재부터 시작하고 다른 부분은 쓰면서 완성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퇴고를 아주 많이 합니다. :)
8-4 작가님의 사진을 보니 젊은 작가 같은데 부모님세대 전의 이야기를 어떻게 현실감있게 글로 표현했는지 직접 경험한 이야기 같았습니다. 과거의 이야기의 등장하는 북명 백화점은 무엇을 모델로 삼은 건지 궁금하네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북명의의미는 무엇인지도 궁금하구요.
이 소설을 쓰고 나서 특히 '나이가 몇이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요, 그만큼 과거 부분의 묘사가 잘 되었다는 평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ㅎㅎ 북명은 실제 모델이 있는,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백화점이에요.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그곳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언젠가 가본 적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소설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북명는 중의적인 단어인데요, '동서남북' 중 가장 신비로운 방향이자 소설 속 분위기에 어울리는 '북명'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혹은 읽어주신 분들이 생각하는 '각자의 북명'이 있다면, 그 의미 또한 맞다고 생각합니다. :)
'북명'이라는 백화점이름이 신기하네요. 정말 신비로운 느낌도 들고요. 80년대 가족을 책임지는게 당연히 여겨지는 성자의 삶에 찾아든 조옥은 20대 성자에게는 약간의 동경이자 일탈같은 느낌일까요?? 우리들 누구에게나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모습이 그리고 유령이 되어버린 여러 조각들이 있겠지요?? 80년대라는 과거로의 여행 뿐 아니라 나만의 이무기의가 남긴 구덩이는 무얼까 생각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작가님에게도 그런 과거의 잔상들이 있으실까요? 북명이라는 공간과 성자와 조옥이라는 멋진 인물과의 만남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무기를 수만 마리 키우거나 키웠던 사람으로서ㅎㅎ저의 구덩이들 덕분에 소설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성자가 소녀가장같은 면이 있지만 성자는 그 사실에 크게 영향받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조옥을 만나게 한 것 같기도 해요. 조옥은 성자에게 되고 싶은 사람이자 될 수 없는, 만날 수 없는 연인일지도 모르겠어요. 연인을 만난 이무기가 기꺼이 용이 되길 포기했듯이, 어떤 이무기들은 용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이미 찾았을지도 모르니까요. :)
크리스마스 아침 작가님의 답글을 보니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발견한 것같아요 ^^ (크리스마스 이브밤에 조용히 글을 올린 보람이 있습니다) <북명 너머에서>를 읽고 흐릿했던 저의 생각들이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정리가 되네요~ 이무기는 자신의 연인을 위해 기꺼이 용이 되기를 포기하고 자신이 만든 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는 문장을 보니....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수많은 이무기들이 존재하는거 같아요 오늘도 내가 한 선택과 내가 만든 웅덩이 속 내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했던 연인으로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이무기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8-4. 작가님의 작품을 이번 기회로 처음 읽게 되었는데요. ‘구덩이’라는 소재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구덩이 안에도 끝은 있겠지만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절대 그 깊이와 끝을 알 수 없을 테니까요. 오랜만에 조옥처럼 지금은 만나지 않는, 혹은 만날 수 없는 옛 시절의 그리운 이도 떠올려보게 되었어요. 성자를 만나게 된다면 따뜻하게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작가님의 작품 활동도 기대할게요 ㅎㅎ
아마도 1979년 10.26 사건으로 사망한 박정희 대통령과 관계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을 나옵니다. 단지 시간의 흐름이나 시대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셨을까요?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으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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