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생소한 작가 [그라치아 델레다]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 [코지마]를 읽었다.
읽은 계기는 정말 우연! 이다.
도서관에 갔는데 강렬한 여자의 사진이 박힌 표지가 눈에 들어왔고,
200페이지도 안되보이는 얇은 분량이길래 후루룩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어버렸다.
다 읽고 난 이후 감상은
"작가 한명이 태어날때까지 이런 순탄하지 않은 삶의 여정을 거쳐야 하는 것인가~"
1871년 생인 작가 그라치아 델레다가 태어난 이탈리아 사르댜냐 섬.
그녀는 대체적으로 부유한 집안의 다섯번째 딸로 태어나는데 아버지의 죽음 이후 서서히 몰락해가는 집안에서 여자로서의 역할과 계급적 차이가 존재했던 이탈리아 사회의 모순을 직접 몸으로 느끼는 가운데 성장한다.
이 성장기를 그대로 그려낸 소설 [코지마]는 그녀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을 조금은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느 부분이 소설적 요소인 픽션일지가 궁금한 책 [코지마]
무엇보다 자식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부모님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코지마의 엄마 프란체스카와 아빠 안토니오의 모습은... 자꾸만 우리네 부모들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졌다.
어릴적에는 천재로 추앙받고, 온 가족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알콜 중독에 빠진 큰 오빠 산투스,
어릴적에는 말썽꾸러기로, 문제아로, 온 가족의 질타를 받았으나 결국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둘째 오빠 안드레아의 모습에서는 사람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코지마가 글을 쓰는데 있어 글쓰기 수업과 목동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경험들을 하게 해주며 글쓰는데 있어 적극적인 도움을 준 것이 '안드레아'인 점도 재미있다.
또한 코지마에게 있어 '잉크와 펜, 그녀의 원과와 책 몇 권을 놓으니, 신비로운 예술을 경배하는 작은 제단'(p.86)이 만들어졌다는 표현에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보다 더한 것이 필요할까~ 하는 공감도 들었다.
프란체스카 부인의 사촌들이 찾아와 엄마 프란체스카의 불행을 이야기하며 의도하지 않았으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은 ...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보는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모습은 의도적으로든 아니든 굳이 찾아와 상처를 주는 이들이 세상에 흔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책이 조금 몽환적으로 느껴진 부분은 외할머니가 꿈에 등장하는 부분과 엘리아 노인이 가지고 있는 금화들 이야기이다. 실제 이것이 코지마가 겪은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꾸며낸 이야기인지가 궁금하다. 왜냐면 특히 외할머니의 꿈 이야기의 경우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예지몽이나 마찬가지인데, 과연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읽는데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을만큼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코지마'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작가를 만나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한다.
조금은 생소한 이탈리아 섬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하는 분에게도 추천한다.
사랑 앞에서 조금은 부끄럽고, 주저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분에게도 추천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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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오이디푸스 왕』과 을유세계문학전집의 『오이디푸스 왕 외』에는 공통적으로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가 실려 있다. 거기에 더해 민음사 판에는 「아이아스」와 「트라키스 여인들」이, 을유문화사 판에는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이 있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는 자기 운명에 대해 항변하며, 최후에는 구원도 받는다. 그 때문에 오히려 「오이디푸스 왕」이 애써 부여 받은 의미들이 퇴색된다.
오이디푸스의 선택이 인간적이라고, 그의 퇴장이 숭고하다고 해석하면 얼마간 위로가 된다. 하지만 과연 비참한 상황에 애써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 신의 섭리라는 건 그냥 잔인한 장난에 불과한 게 아닌지 반문하고 싶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 벌어지는 비극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학대당하다 죽는 아이에게 숭고함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 죽음 앞에서 의미를 찾는 것보다 그저 말문이 막히는 게 마땅한 반응 아닐까? 진실은 얼마나 추구할 가치가 있는 걸까? 시한부 인생을 사는 어린아이에게 진실을 알려줘야 할까? 이오카스테는 진실을 먼저 알았으나 그 앞에서 멈추려 했다.
장강명 작가의 사이파이 소설은 처음 읽는데 한국적인 코드가 촘촘하게 박혀있어서 한국 소설을 읽는 맛이 난다. 아, 그래 이래서 한국 음식을 먹곤 했지 싶은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