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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북 트렌즈> 68호 '토픽' - 독서모임 플랫폼은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행하는 <K-북 트렌즈>에서 원고를 청탁 받아 글을 실었다. 원고와 링크를 소개한다.


<K-북 트렌즈>에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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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커뮤니티의 시대다. 운동화 제조 회사에서부터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기업들이 물건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힘을 쏟는다. 충성도 높은 팬을 한 장소에 모이게 해서 입소문을 일으키고 각종 피드백까지 받는 것이 정보와 상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환경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전략이 되었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 출판사와 서점들이 카페와 북클럽을 운영하고, 앱을 만들고,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북클럽 회원들에게 전용 에디션 도서와 굿즈를 제공해 소속감을 주는가 하면 신간 책 표지를 골라달라는 식으로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출판계의 사업 전략과 별개로, 책문화생태계 전체의 차원에서도 독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의 활동에는 전염성이 있다. 주변에 책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으면 책을 더 읽고 싶어진다. 주변에 축구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으면 축구 경기를 더 보고 싶어진다. 책을 읽는 사람이 축구 얘기를 하는 사람에 둘러싸이면 책 읽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책 읽는 시간을 줄이고 축구를 더 보게 된다. 반대도 성립한다. 독서 커뮤니티가 점점 줄고 있는 독자들을 지키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거기에 더해 독서 커뮤니티는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예산이 넉넉지 않은 출판사들의 홍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독서 커뮤니티의 형태와 규모는 다양할 수 있다. ‘한 도시 한 책 운동’처럼 지역 주민들이 같은 책을 읽는 거대한 모임도 가능하고, 학교나 기업 등 기존 조직 기반 위에서 활동하는 동호회 형태의 모임들도 있다. 서로 소속이 다른 사람들이 만든 다양한 개성의 독서 모임들이 모인 ‘독서 모임의 모임’을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자기 마음에 드는 독서 모임을 쉽게 찾고, 함께 책을 읽을 멤버를 구해 독서 모임을 조직할 수 있는 공간을 ‘독서 모임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물리적 장소의 제약 없이 누구나 온라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이다.


이 글에서는 사이트의 크기보다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보다 무게를 두고 한국의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 중 독파, 플라이북, 그믐, 스테디오 등의 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트레바리, 문토, 아그레아블, 넷플연가 등은 회원은 온라인으로 모집하지만 실제 독서 모임은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운영한다. 네이버 밴드, 카카오 오픈카톡방을 이용해 독서 모임을 여는 경우도 있지만 그 사이트 자체를 독서 모임을 위한 플랫폼이라 보기는 어렵다. 줌, 네이버 웨일, 구글 미트, 클럽하우스 등을 활용한 화상 혹은 음성 독서 모임은 텍스트 기록이 남지 않고 공간의 제약 대신 시간의 제약이 있다는 점(참여자들이 동시에 접속해야 한다.)에서 역시 한계가 있다.

 

메이트와 함께, 완독을 목표로 ‘독파’

 

독파는 문학동네 출판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용자들의 ‘완독 경험’에 무게를 둔다. 아침 기상, 다이어트, 운동 등의 일상 목표를 앱으로 공유하며 함께 도전하는 챌린지 유형의 독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문학동네가 챌린지 도서를 정하면 해당 책을 사거나 빌린 참여자들이 각자 읽어가는 상황을 기록하면서 서로 동기 부여를 해주고,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초기에는 문학동네 신간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지난해부터 다른 출판사의 책도 챌린지 도서로 선정하고 있다.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챌린지와 참가비 3,000원인 유료 챌린지가 있다.

 

 독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저자나 번역가, 편집자 등 대상 도서를 깊이 이해하는 전문가가 ‘독파 메이트’가 되어 참여자들의 독서를 돕는다는 것. 출판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니만큼 탄탄한 저자 네트워크와 내부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독파 메이트는 챌린지 기간 중간에 참여자들에게 ‘미션’이라고 부르는 간단한 과제를 내기도 하고 응원 동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챌린지 도서로 선정했을 때에는 하루키의 오랜 팬으로 유명한 임경선 작가를 섭외했는데 신청자가 900명 가까이 몰렸다. 챌린지 중간이나 끝날 시점에 열리는 저자나 번역가의 화상 북토크도 참여자들에게 매력적이다.

 

〈K-Book Trends〉 61호 - 임경선 작가 인터뷰 바로가기

 

챌린지 도서는 한 달에 두 차례씩, 한 번에 7권가량으로 선정한다. 책 분량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챌린지 기간은 15일이다. 주로 소설과 에세이 등 문학 도서가 많이 선정되는 편이며, 독파 이용자도 진지한 문학 독자들이 많다. 이 중 일부는 ‘독파 앰배서더’로 임명돼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간편하게 앱을 다운로드 받아 바로 시작이 가능하며, UI가 직관적이고 쉽다. 다만 독파 이용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 함께 읽을 도서를 고르고 챌린지 일정을 정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문학동네가 가진다.

 

책 얘기하고 추천 받는 SNS ‘플라이북’

 

2013년 창업한 플라이북은 ‘책과 사람을 더 가까이’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독서 관련 사업을 시도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개인 맞춤형 책 추천 서비스에서 시작해 추천 책들을 정기 배송해주는 모델을 도입했고, 오프라인 거점에서 독서 모임도 운영한다(현재는 라이브러리 준비 중으로 잠시 중단 상태이다.). AI로 책을 추천해주는 키오스크를 여러 도서관에 설치하기도 했다. 회사와 이름이 같은 앱 플라이북에도 여러 기능이 있고, 앱 이용자들끼리 이 기능을 이용해 서로 소통하며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기본적으로 앱의 형태는 ‘책 얘기에 특화된 인스타그램’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용자들이 이미지와 함께 올린 책에 대한 감상, 마음에 드는 문장을 메인 피드에 보여준다. 회원들은 메인 피드를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다른 회원을 팔로우하며 소통할 수 있다.

 

플라이북 앱의 메뉴 중에는 ‘모임’이라는 탭이 따로 있다. 출판사들이 주관하는 서평단, 오프라인 북토크, 일반 회원들이 함께 읽을 사람을 모으는 독서 모임 등 다양한 기관이나 개인들이 함께 할 이들을 이곳에서 자유롭게 모을 수 있다. 독파와 달리 이용자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셈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플라이북 이용자들이 참여한 모임 횟수는 2,500회가 넘는다고 한다. 플라이북 멤버십이나 도서 대여 등 유료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앱을 이용하고 독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IT 업계 출신인 대표가 이끄는 기업답게 이용자들의 니즈를 빠르게 반영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철저히 한다는 게 강점이다. 이용자들의 성별, 연령, 관심사, 장르, 리뷰, 검색량 등을 포함한 독서 데이터를 월 평균 10만 건 이상 수집해 분석한다고 한다. 지난해 플라이북 앱 누적 이용자 수는 약 25만 명이며, 이들이 올린 게시 글은 11만 8,000여 개다. 매일 320건 이상의 글이 올라온 셈. 그러나 이 글들을 보려면 반드시 플라이북 앱을 내려 받아야 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감상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1년 4개월 만에 독서 모임 1,000개 ‘그믐’

 

‘지식공동체’를 표방하는 그믐은 2022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발 주자다. 그러나 1년 4개월 만에 독서 모임이 1,000개를 넘어서고 여러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한 북클럽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출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수준 높은 진지한 독자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출판계 인사들로부터 “이런 독자들을 어떻게 모으셨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을 정도.

그믐의 최대 강점은 개방성이다. 간단한 회원 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독서 모임을 열 수 있고,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다른 이용자들이 활동하는 모임을 ‘눈팅’하며 볼 수 있다. 회원들이 올린 글들은 그냥 밖으로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검색 엔진들이 잘 찾아낼 수 있게 저장된다. 실제로 검색 엔진에서 신간 도서를 찾으면 그믐에서 열린 독서 모임이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올라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믐의 독서 모임이 출판사들에게도 유용한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그믐이 빠르게 독서가들의 호응을 얻은 데에는 처음부터 온라인 독서 모임을 가장 잘할 수 있게 기능과 디자인을 설계한 덕이 컸다. 예를 들어 그믐에는 ‘스포일러 방지 기능’이 있다. 소설 독서 모임에서는 감상을 이야기하면서 뒷부분의 줄거리를 노출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런 경우에 이 기능을 사용하면 해당 문장을 클릭하기 전까지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게 글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덕분에 뒷부분을 읽은 사람은 눈치 보지 않고 자기 감상을 올릴 수 있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결말을 알게 될 걱정 없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다른 책들을 가상의 모임 책장에 꽂거나 개인 관심 책장에 담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 수집한 문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게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기능 등도 인기다.


이렇듯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오히려 더 깊은 고민이 담겼다. 대부분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있는 ‘좋아요’ 버튼이 그믐에는 없다. 이용자들이 ‘좋아요’ 숫자를 의식하면 호응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생각을 올리기 주저하게 되고,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야 할 독서 모임에는 그런 효과가 치명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임 기한을 최대 29일까지로 정한 것 등의 개성도 ‘건강한 독서 커뮤니티의 모습’을 염두에 둔 설계다. 진지한 독자들을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그믐에서는 독서 모임에 참여한 작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황보름, 강양구, 조영주 작가 등이 자발적으로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후원과 독서 모임을 함께 ‘스테디오’

 

스테디오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텀블벅이 만든 월간 멤버십 후원 서비스다.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모임을 열면 팬들이 유료 구독하는 방식으로 해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왔다. 독자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독서 모임도 이 플랫폼을 이용해 열 수 있다. 실제로 ‘발행인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읽기 모임’, ‘미라클 모닝 독서 100일 챌린지’ 등의 독서 모임이 개설되어 있다. 아직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유료 모임을 누구나 쉽게 열 수 있고 결제 방식도 간편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수익성을 입증하기는커녕 아직 개념 정의도 명확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을 소개하는 일이 다소 부담스럽다. 임계점을 넘지 못하고 활동이 뜸해진 몇몇 커뮤니티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의 잠재력만큼은 거대하다고 믿는다. 앞서 설명한 독서 커뮤니티의 역할을 가장 충실하게 해낼 수 있는 장(場)이 바로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특히 독자들의 목소리가 텍스트로 기록돼 충분히 쌓이면 바로 비평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은 오프라인 독서 모임들과는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다. 책을 주제로 온라인 공간에서 피어날 수많은 대화들을 즐겁게 기다린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서울대 김승섭 교수 신간)-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공부

『아픔이 길이 되려면』 서울대 김승섭 교수의 신간입니다.

소수자들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질문해 온 보건학자 김승섭의 그동안의 연구를 소개합니다.


의학을 전공한 후 질병을 치료하는 보통 의사가 아닌 질병의 사회적 맥락을 연구하는 보건학자 김승섭은 자신의 공부를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언어라고 합니다.

소수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보이지 않는 상처가 당사자의 몸에 갇히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고통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1장에 일상에 많은 편견과 차별이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편견이 차별로 나타남을 깨닫게 됩니다. 말로는 절대로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암묵적으로 차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2016년 예일 대학교 아동 연구소에서 유아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비디오에 등장하는 백인 남아, 백인 여야, 흑인 남아, 흑인 여아의 모습을 보고 문제행동을 하는지 관찰하고 발견할 때마다 버튼을 누르라는 실험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문제 행동도 안 했지만 선생님들은 문제행동을 찾으려 하는 대상을 흑인 남아를 주시했습니다. 이는 암묵적 편견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남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 유아기 시절 흑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폭력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흑인 유아가 백인 유아에 배해 유아원을 그만둘 확률이 3배 이상 높은지 해석하는 단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암묵적 편견을 말해줍니다.

차별을 알아차릴 정도로 민감하면 좋으련만 차별을 차별인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반성하게 됩니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암묵적인 편견을 가지고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편견을 갖고 있는 생각일지 모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상식이 아닌 편견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공부가 가진 힘을 믿는다고 답했다. 공부가 당장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거나 속 시원한 말로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지는 못하지만, 인류가 유사한 문제를 두고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오랫동안 쌓아온 지식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얻게 되는 통찰이 있다고, 그 통찰의 힘이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고.

18쪽

우리의 암묵적 편견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공부라고 말해줍니다.

지식적인 공부가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공부가 필요할 때입니다.

2장의 측정되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소제목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대구모 조사에서 연구 참여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그런 데이터가 없습니다. 트랜스젠더의 의료 이용에 대한 논물이 전무하고 한국의 의과대학 교육에서 트랜스젠더 환자는 존재하지 않았는 것입니다.

트랜스젠더의 규모 자체의 자료도 없는 실정에 그들을 위한 의료정책을 논의하기도 힘든 현실인 것입니다. 더구나 현실에서 트랜스젠더가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자체가 쉽지 않아 병이 생겨도 쉽게 병원원을 찾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우리 사회는 나와 다르다고, 소수라는 이유로 없는 존재로 취급하곤 합니다. 지워진 존재라는 말처럼 옆에 있으면서도 전혀 보지 않으려 지워버린 것입니다. 더구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기에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2장에서 트랜스젠더나 3장의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오랜 세월 사회에서 배워왔던 것이죠.

이런 생각과 편견은 소수자인 그들을 스스로 혐오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한국 사회가 나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말한들 받아들여질까?"같은 고민을 해야 했다. 그렇게 침묵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잘못된 것인지 의심하게 되고 어는 순간 스스로를 혐오하는 단계에 이른다.

223쪽


차별, 불편의 문제를 당하는 수는 늘 대다수가 아니라 소수입니다. 그래서 힘이 약하고 자신의 편이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다는 생각은 더 나약하게 만들고요. 특히 동성애자의 경우 말을 꺼낸다는 것이 더 어려운 환경이니 더 할 거고요. 그렇게 침묵하고 그 침묵이 자기혐오가 된다는 것이 너무 슬픈 현실입니다.


책에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그들을 고통을 모른척하고 살고 있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나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모른척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들의 고통을 바라봐 주고 질문하고 응답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 그렇다면 한 개인의 몸 안에 있는 고통, 슬픔이라고 하는 것들이 사회적 고통이 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계기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 고통에 누군가가 응답하기 시작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 응답을 잘해낼수록, 많은 사람이 함께할수록 그 고통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고요. ”

309쪽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다양한 이들에 대한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마침내 읽은 힐링 스페이스물 (이런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 원조! 불편한 편의점. 베스트셀러를 읽을 때는 원래 그리 너그럽지 않은 편인데 (남들이 많이 좋아해 줬으니 굳이 나까지 라는 심술 발동) 이 책은 읽으면서 마음이 한없이 몰랑몰랑해졌다.


오래된 친구의 미소처럼 낯선 동네에서 더욱 반갑게 다가오던 편의점 불빛들, 얄팍한 주머니 사정에도 이것저것 고르는 행복한 고민을 선사해준 진열대, 눈치 보지 않고 언 몸을 녹일 수 있었던 구석 자리 작은 테이블.

편의점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인데 앞으로는 <불편한 편의점>도 그 기억 한 켠에 정답게 자리할 것 같다.

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060. 장미의 이름

"장미의 아름다운 색과 향기는 사라질지라도 남은게 하나 있으니 그 이름이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보다 훨씬 아름다운 말이다.

059. 왕좌의 게임

대서사의 힘이란 지친 하루를 보낸 사람의 잠을 뺏어가는 능력이다. 시즌 8을 한달만에 다 봤다. 그렇게 한달 동안 날밤을 샜다. 마약처럼 이 이야기가 끊긴다는 건 상상할 수 없고, 견딜 수도 없어서 다음 화를 클릭하게 된다.

058. 죽은 자의 집 청소

연민,추측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문장들 대신 묘사를 더 추가했으면 어땠을까. 매우 흥미롭게 읽다가 그 부분에 들어서면 상상의 나래가 뚝 끊김다. 때론 공감의 말보단 그 상황을 보여주는 게 더 강력할 때가 많다. 죽음이 흔적처럼 남은 공간들을 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은 자의 집 청소
누구나의 일생

마스다 미리의 <오늘을 산다>시리즈 첫 번째 편 <누구나의 일생>. 정말 오랜만에 마스다 미리의 책을 펼쳐본다. 우연히 어떤 팟캐스트를 듣다가 마스다 미리가 어떻게 데뷔했는지를 들었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우연한 계기로 일러스트를 그리게 되었고 의뢰를 받은 대로 일을 늘려가다가 만화까지 그리게 되었다. 데뷔하는 과정을 떠올려봐도 정말 마스다 미리 답다, 아니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1969년생인 마스다 미리는 이제 더는 20~30대 여성의 심리를 대변하는 작품을 내놓지 않지만 40대를 지나 50대가 되어서일까 삶을 바라보는 곳에 죽음도 같이 자리한다. <누구나의 일생>의 배경은 코로나를 관통하는 시기인 2021년과 2022년이다. 관계가 단절된 사회의 모습을 자연스레 작품 및 작품 안의 작품에 녹여냈다.

<누구나의 일생>은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졌고 마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작가인 마스다 미리가 등장인물인 만화가 하시다 나쓰코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시다 나쓰코는 작품 속에서 필명으로 쓰유쿠사 나쓰코라는 이름으로 인스타에 '화과자 가게의 하루코'라는 만화를 올린다. 작가 -> 등장인물 -> 등장인물의 필명 캐릭터 -> 등장인물이 그리는 만화 속 주인공.. 이런 식이다.

작품의 중후반부에 가면 독자가 멈칫, 하고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게 하는 전개가 펼쳐진다. 아득하게 놀란 마음을 간신히 붙들어 매고 책의 첫 페이지로 돌아가 보면 달개비꽃이 그려져 있고, 이런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 달개비꽃(쓰유쿠사) 작은 파란색 꽃잎.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지는 덧없는 꽃. 작품 속 등장인물이 왜 필명으로 쓰유쿠사를 썼는지 이해가 간다.

누구나의 인생, 어쩌면 모두 다 쓰유쿠사, 달개비 꽃과 같다는 이야기. 먹먹하게 오래도록 생각할 거리를 주는 마스다 미리. 기대도 없이, 절망도 없이 오늘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해탈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일 아닐까. 마스다 미리의 다음 작품도 역시 기대하게 된다.

누구나의 일생 - 오늘이 소중한 이야기 (양장본)
누구나의 일생 - 오늘이 소중한 이야기 (양장본)
057. 패스트 라이브즈

노라가 뉴욕 집 앞에서 떠나보낸 건 해성이었다. 그건 곧 어릴 적 첫사랑이기도 했고, 그녀 마음 구석에 스스로 숨겨둔 나영이기도 했다. 해성이 탄 택시를 뒤로 하고 집 앞 거리를 걸어오며 우는 노라를 본다.


최근 외국에서 한국 이민자의 서사가 주목받는 일이 잦다. 하지만 이런 주목마저도 어쩌면 서구 사회에 녹아들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한국인을 보여주는 것 같다. 노라와 아서가 함께 거리를 걸을 때 마냥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해외에 나가서 동양인과 서양인 커플이 보이면 복잡한 마음이 든다. 동양인을 향한 시선과 의도, 그 위치를 쭈뼛거리며 받아내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패스트 라이브즈
패스트 라이브즈
[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

그믐북클럽 14기를 모집합니다!

그믐북클럽에서는 그믐이 엄선한 좋은 책을 끝까지 읽고 질문에 대답하며 사유하는 힘을 기르실 수 있습니다. 그믐에서 추천하는 책을 무료로 받아 함께 읽으며,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기 원하시는 독자 20명을 초대합니다.

 

그믐북클럽이 열네 번째로 선정한 책은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니클라스 브렌보르, 2024, 북트리거)입니다.

  

12기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13기 <흐르는 강물처럼>은 각각 비문학, 문학 분야에서 거듭된 삶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묵직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자, 이제 14기에서는 분위기를 다소 바꿔 또 다른 분야를 읽고 탐구해 보려 합니다. 


여기 작은보호탑해파리라 불리는 손톱만큼 작은 해파리가 있습니다. 이 해파리는 갑자기 수온이 변하거나 먹이가 부족해지는 등의 적대적인 환경을 만나면 미성체 단계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나비가 다시 애벌레가 되는 식이지요. 이런 과정을 한없이 되풀이하는 게 가능하다니 그야말로 죽지않고 영원히 사는 것일까요? 이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해파리의 생애에 관해 연구한 자료만을 알려주는 어렵고 난해한 생물학 도서는 아닙니다.  

덴마크의 젊은 과학자인 작가는 지구상 불멸의 삶을 사는 동식물의 사례를 통해 장수의 비결에 대해 과학적으로 살펴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 것이지요 


‘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그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 현재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노쇠하지 않기를, 어쩔 수 없이 늙어야 한다면 천천히 건강하게 늙기를 바랍니다.  그믐북클럽 14기에서는 노화와 장수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 삶을 어떻게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29일이 될 거에요. 


- 모집 기간: 3월 25일(월) ~ 4월 2일(화) 오후 6시까지

- 모집 인원 : 20명 

- 모집 대상

• 노화의 과학적 원리와 장수의 비밀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

•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

• 딱딱하지 않은 교양 과학 도서를 통해 상식과 재미를 둘 다 얻기 원하시는  분    

• 그믐북클럽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며 함께읽기를 경험하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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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6. 2년 8개월 28일 밤 (살만 루슈디)

귓불이 없는 사람들이 괴상하지만 동시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초능력을 어느 날 갑자기 얻는데 이들은 실은 인간 철학자와 마족 공주의 후손들이었다. 인간과 마족들이 1001일 동안 전쟁을 벌이는데 마족 공주와 후손들은 인간 편에 서서 마족과 싸운다. 이렇게 줄거리를 적어 놓으면 무슨 웹소설이냐 하겠지만 살만 루슈디의 2015년작 장편소설.

2년 8개월 28일 밤
2년 8개월 28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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