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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온다 - 일본의 부상, 한국 경제의 위기
일본과 중국은 한반도의 역사에서 떼려야 떨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한 채,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는 어떤걸까? 가족과 친척 정도가 될 것 같다. 그 외의 모든 인간관계는 보지 않으면 끊기니까. 그렇다면 저 두 국가는 우리나라와 가족과 같은 관계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가족이라고 다 좋기만 한건 아니니까. 가족은 피로 맺어진 것이라서 뗄 수가 없고, 한중일은 땅덩어리가 가까이 붙어 있으니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러니 어쨌든 붙어 살아야 되는 팔자고(인간이든 국가든 사주팔자가 있다고 본다면) 땅덩어리 크기로만 친다면, 중국이 덩치 큰 성인이라면 일본은 고등학생 정도고 한국은 이제 좀 제 주장 드러낼려는 초딩3,4학년 정도로 볼 수 있다. ​ 또한 현재 시점에서 경제적인 크기로 본다면 중국이 덩치 큰 중년이고, 일본은 쪼그라든 장년이고, 한국은 덩치는 작지만 날렵한 2,30대 청년 정도가 아닐까? 이 세 나라가 서로 싸운다면 누가 젤 유리할까? 나는 단연코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중장년이 싸울때 옆에 있다가 재빠르게 치고 빠지는 전략이면 말이다. 이런 사실을 싸움을 조금밖에는 모르는 나도 알진데, 지금 한국의 대통령과 그 꼬붕들은 쪼그라든 중년의 나라인 일본이 저 멀리 있는 세계 최고의 덩치 싸움꾼이자 오야봉인 미국의 꼬붕 노릇을 하는데 빌붙으려고 하고 있다. 꼬붕의 꼬붕이 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김현철 교수의 표현) 싸움의 기본도 모르는 이런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한다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 이 책은 일본이 왜 쪼그라든 장년인지, 왜 미국에 빌붙으려 하는지, 겉보기보다 속이 얼마나 섞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임진왜란 이후 기우는 명과 일어서는 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벌인 광해군을 쫓아내고, 기우는 명에 붙었다가 결국 일어선 청에 나라가 거덜나는 인조와 그 꼬붕들의 모습이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잘 드러나는 '삼전도의 치욕'이 과연 먼 옛날의 일이기만 할까?
일본과
일본과
일본이 온다

일본과 중국은 한반도의 역사에서 떼려야 떨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한 채,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는 어떤걸까? 가족과 친척 정도가 될 것 같다. 그 외의 모든 인간관계는 보지 않으면 끊기니까. 그렇다면 저 두 국가는 우리나라와 가족과 같은 관계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가족이라고 다 좋기만 한건 아니니까.

 가족은 피로 맺어진 것이라서 뗄 수가 없고, 한중일은 땅덩어리가 가까이 붙어 있으니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러니 어쨌든 붙어 살아야 되는 팔자고(인간이든 국가든 사주팔자가 있다고 본다면) 땅덩어리 크기로만 친다면, 중국이 덩치 큰 성인이라면 일본은 고등학생 정도고 한국은 이제 좀 제 주장 드러낼려는 초딩3,4학년 정도로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시점에서 경제적인 크기로 본다면 중국이 덩치 큰 중년이고, 일본은 쪼그라든 장년이고, 한국은 덩치는 작지만 날렵한 2,30대 청년 정도가 아닐까?


 이 세 나라가 서로 싸운다면 누가 젤 유리할까? 나는 단연코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중장년이 싸울때 옆에 있다가 재빠르게 치고 빠지는 전략이면 말이다.

 이런 사실을 싸움을 조금밖에는 모르는 나도 알진데, 지금 한국의 대통령과 그 꼬붕들은 쪼그라든 중년의 나라인 일본이 저 멀리 있는 세계 최고의 덩치 싸움꾼이자 오야봉인 미국의 꼬붕 노릇을 하는데 빌붙으려고 하고 있다. 꼬붕의 꼬붕이 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김현철 교수의 표현) 싸움의 기본도 모르는 이런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한다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일본이 왜 쪼그라든 장년인지, 왜 미국에 빌붙으려 하는지, 겉보기보다 속이 얼마나 섞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임진왜란 이후 기우는 명과 일어서는 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벌인 광해군을 쫓아내고, 기우는 명에 붙었다가 결국 일어선 청에 나라가 거덜나는 인조와 그 꼬붕들의 모습이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잘 드러나는 '삼전도의 치욕'이 과연 먼 옛날의 일이기만 할까?


일본이 온다 / 일본의 부상, 한국 경제의 위기

김현철(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많은 학자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처방전을 내놓았지만, 보수화된 자민당 정권의 권력 구조에서는 좋은 정책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보수 정치인들은 여전히 수출 대기업 지원 같은 낡고 오래된 정책만 반복할 뿐이었다. 결국 경제의 발목을 잡으니 장기침체는 여전히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이것이 바로 이웃 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ㅡ page 69

 일본인들은 최근 '포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포기하다'라는 일본어 단어(아키라메루)는 정치에서도, 언론에서도, 기업에서도, 심지어 가정에서도 자주 들린다. 이유는 '어쩔 수 없기'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는 뜻의 일본어 단어는 '쇼가나이'다. 정치에 참여해 투표를 해봐도 변화가 없고, 언론이 정론을 펴며 정치를 비판해봐도 바뀌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니 말이다. 기업의 느려 터진 의사결정은 종업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늘지 않는 소득을 가지고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내일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포기한 지 오래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의 절망이 심각하다. 정치는 이미 노인들이 장악했다. 투표율은 선거 때마다 점점 낮아지는데, 그 와중에 꼬박꼬박 투표장에 가는 사람들은 노인들이 대다수다. 그러니 자민당은 투표를 열심히 하는 층에 이익을 주는 정책에 더욱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젊은이들은 투표장에 잘 오지도 않으니 그들을 위한 정책은 선거 승리에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일본의 정치는 소위 '실버 민주주의silver democracy'가 되었다. 노인을 위한, 노인의 정치가 된 것이다. 일본의 정치가 점점 더 보수화되는 이면에는 이러한 실버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ㅡ page 70~71

 김덕영 교수가 성장 신화의 또 다른 축으로 제시한 것이 한국의 종교였다. 세속화된 종교가 정부와 재벌 간 동맹에 끼어들어 경제성장의 강력한 전도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기독교는 자신들의 교회조차도 끊임없이 성장시킴으로써 정부와 재벌의 성장 신화를 강력하게 구현해주었다. 그 결과 한국인은 정신세계 마저 황페화되고 풍요 속에서도 끊임없이 물질적 빈곤을 느끼는 '한국형 자본주의 정신세계'를 가지게 되었다. ㅡ page 82

 일본과 대만도 비슷한 농지 개혁을 단행했는데 그 효과가 대단했다. 이 나라들 모두 어느 정도 평등한 토대 위에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다. 아시아에서 농지 개혁을 단행하지 않은 나라들은 대부분 경제발전 속도가 늦거나 중간에 주저앉았다. 이승만 정권이 단행한 농지 개혁은 한국의 자본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 농지 개혁을 단행한 사람은 초대 농림부 장관이었던 조봉암 선생이었다. 조봉암은 이승만의 반대를 물리치고 강정택 차관과 강진국 국장 등과 함께 농지 개혁을 단행하였다. 이승만은 농지 개혁 등으로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켜버렸다. 이후 52년이 지난 2011년 1월 20일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가 선고되어 복권되었다.

 4.19 혁명으로 탄생한 장면 내각도 경제발전에 중요한 토대를 놓았다. 1961년부터 1966년까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바로 그것이었다. 5.16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이 계획에 맞추어 경제개발을 시동했고, 그 이후 5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계획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었다.


 박정희 정권이 이룩한 '한강의 기적'의 핵심은 바로 대기업에 의한 수출 주도 성장 정책이었다. 한정된 기업에 한정된 자금을 몰아주는 정책은, 일본이 경제발전 초기에 사용한 정책이었다. 만주 군관학교와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만주군에서 근무한 박정희는 일본이 만주국에서 사용한 이 모델을 차용해 수출 주도 성장 정책을 실시했다.


 '경사발전 모델'이라고도 불리는 이 발전 정책은 은행을 국유화한 뒤 중앙 관료들이 한정된 자금을 특정 기업에 몰아주는 방식이다. 경제개발 초기, 열악한 자금 사정 하에서 이 자금을 받은 기업들은 특혜 금융을 받은 것과 같았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실질이자가 마이너스 수준이다 보니 자금을 받는 것 자체가 특혜였다. 이 자금을 받은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쉽게 사업을 일으킬 수 있었고 또한 빠르게 키워나갈 수 있었다.


ㅡ page 84~85

 세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1960년에 중진국이었던 101개 국가 중 2008년까지 선진국으로 도약한 국가는 대한민국과 아일랜드, 대만 등 13개국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50년 동안 그 상태에 머물러 있거나 심지어 더 가난해졌다. 그렇기에 중진국 함정은 예외적인 것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에 가까우며 거기에서 탈출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지나친 불균형 성장으로 성장동력이 소진되거나 생산 비용이 과도하게 상승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또 부정부패가 만연해 정치가 불안정해지거나 소득 양극화 심화로 사회적 통합이 잘 안 되어서 그런 경우도 있다. 중진국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국가들로는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기적적으로 선진국이 되었을까? 199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 물결'을 잘 이용한 결과다. '한강의 기적'으로 후진국에서 중진국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세계화의 기적'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한 것이다. ㅡ page 95

 사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을 연결한 국가다. 1982년 5월 서울대학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전화선을 통해 연결한 SDNsoftware-defined networking이 인터넷의 시초였다.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이것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연결된 인터넷이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네트워크였다. 이 연결을 주도한 전길남 박사는 '세계 인터넷 개척자 30인' 중 1명으로 인터넷 소사이어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인터넷이 획기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때였다.. 1994년 김영삼 정부는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개편한 뒤, 전국에 초고속 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한국통신(현 KT)에서 코넷kORNET이란 이름으로 월드와이드웹 기반의 인터넷 상용 서비스를 최초로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초고속 통신망 ADSL이 전국적으로 깔리게 된 것은 김대중 정부 때였다. 김대중 정부의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에 임명된 대우전자 출신의 배순훈 장관이 ADSL을 전국적으로 깔았다.


 당시 정부와 통신업계 주요 인사들은 속도가 일반 전화 모뎀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기존의 ISDN 동축케이블coaxial cable로 인터넷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순훈 장관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전화 기지국을 기반으로 ADSL 광케이블fiber-optical cable을 설치해버렸다. ADSL광케이블은 기지국 의존성이 높지만 한국은 기지국 반경 5km 내에 인구가 밀집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배순훈 장관의 선택이 적절했던 것이다. 만약 이때 일본과 독일처럼 ISDN 동축케이블을 깔았다면 한국의 인터넷 발전은 훨씬 늦어졌을 것이다. ㅡ page 116~117

 한국처럼 광케이블로 인터넷망을 구축한 선택은, 아날로그식 판단으로는 무모한 선택이었다. 그것도 기간망뿐만 아니라 각 가정까지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은 무모함을 넘어 무식한 선택일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영역이다 보니 이러한 무모함과 과감함이 오히려 올바른 선택이 되었고, 일본의 합리적인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것이었다.


ㅡ page 120

 미중 경쟁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

 IMF 논문에 따르면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일대일로 경쟁하면 한국은 최대 피해국이 된다. 10년에 걸쳐서 GDP가 6%나 하락하는 분석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분석 결과는 한국의 무역 구조를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중국은 한국의 1위 교역국이고 미국은 2위다. 그러니 이 나라들이 경제전쟁에 돌입하면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한다. 이 중간재를 중국에서 조립해 미국이나 유럽 등에 수출하기 때문에 양국이 경제전쟁을 하게 되면 최대 피해국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OECD 선진국과 연합해 중국과 경쟁할 때도 한국의 피해는 매우 크다. 10년에 걸쳐서 GDP가 5%나 하락한다고 IMF 논문은 분석했다. 이것은 세계가 미국 경제블럭과 중국 경제블럭으로 나뉘어 대결하는 신냉전 구도가 되면 한국의 피해가 가장 크다는 뜻이다.


 한국은 좁은 내수 시장 때문에 통상으로 성장해온 나라다. 그 통상 지역은 미국을 위시한 민주주의 블럭뿐만 아니라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블록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지난 30년간의 세계화 속에서 우리는 브릭스 국가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이나 중진국과도 교역을 많이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블록화되면 우리나라는 최대 피해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IMF 논문은 이런 우리나라에도 희망의 길이 있다고 함께 제시했다. 분석 시나리오 중에 한국이 미국과도 교역하고 중국과도 계속 교역한다면 한국 경제는 10년간 걸쳐서 플러스 1%의 성장을 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중국과 직접 맞붙어 경쟁하든 OECD 선진국과 연합헤 경쟁하든 한국이 양 진영과 모두 교역한다면 우리나라는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국익을 위해 양쪽 진영 모두와 교역하는 것이 가능한가다.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한쪽을 선택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한강의 기적 때는 미국을 위시한 자유 진영을 적극적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IMF 논문이 분석한 것처럼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순간 한국 경제는 추락할 것이다. 이런 일을 피하려면 어느 한쪽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국익을 위해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 시절이었다면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한국 경제는 '새우' 크기의 최빈국 중 하나였기에 자유 진영의 시장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경제는 새우가 아니다. 돌고래도 아니고 범고래 수준의 선진국 경제다. 세계화의 기적을 통해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되었다. 때문에 어느 진영이든 자유롭게 교역하면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이것을 '전략적 자율성'이라고 했다. 동맹이라고 해서 미국을 일방적으로 추종할 필요가 없다며 프랑스는 미국의 졸개가 아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경제 협력 파트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인접해 있는 한국이 필요하고, 중국도 미국 중심 진영을 흔들기 위해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적절히만 활용하면 한국은 계속 성장할 수 있다. 경제성장이라는 국익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선택을 해야 하고, 우리는 또한 그럴 능력이 있다.*


* 선택하지 않는 것을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비판하면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자며 '전략적 명확성'을 주장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잘못된 주장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함께하자)'이니 '안미경미(안보는 미국과, 경제도 미국과 함꼐하자)'니 하는 주장도 매우 잘못된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전략적 자율성을 가지고 어느 나라든 자유롭게 교역하면 된다. 이것이 자유무역이라는 글로벌 보편적 가치와도 일치한다. ㅡ page 219~222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나?

자녀 세대의 경제 행동도 마찬가지로 달라질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6~7만 달러 시대를 살아갈 세대라면, 기존의 통념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유명한 논문 <우리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dren>(1930)에서 다다음 세대를 향한 조언을 유언처럼 남겼다. 그는 이 논문에서 "앞으로 2%대의 경제성장을 할 것이기 때문에 특히 2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경제적 비관주의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이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등의 경제적 비관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돈이나 재화에 대한 지나친 사랑을 버리고 수단보다는 목적을, 효율보다는 선함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1930년에 발표한 논문이지만, 주요 내용은 2030년의 우리 자녀 세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민소득 6~7만 달러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는 경제가 제로성장 혹은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비관주의를 버려야 한다. 선진국이 되었기에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없어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는 1~2%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해나갈 것이다. 그러니 우선 경제적 비관주의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모든 세대에 만연한 물질주의, 물신주의도 함께 버려야 한다. 돈이면 최고고 돈만 있으면 다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케인스의 조언처럼 수단보다 목적을, 효율보다 선함을 추구해야 한다. 돈은 목적을 위한 수단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그리고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는 의미다.


ㅡ page282~283

  1905년으로 퇴행하는 한국과 일본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해하려면 '1965년 체제'와 '1990년 체제'를 알아야 한다. 1990년은 일본의 장기 경제침체 속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일본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때다. 그 이후에 한국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화와 디지털화의 흐름을 타고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그대로만 가면 일본과의 경제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거대한 판을 흔들기 시작했고, 한국은 다시 일본 밑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꼬붕의 꼬붕'이 된 것이다.


 '꼬붕의 꼬붕' 구조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와 청구권 협정이었다. 서로 식민지의 불법성을 묻어둔 채 일본의 자금을 받아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이때도 미국의 압력이 있었고 한국과 일본의 보수파가 합작했다. 한국의 쿠테타 세력은 반공을 국시로 내걸면서 일본 보수파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같은 만주국 경험을 가진 '쇼와의 요괴' 기시는 뒤에서 돈으로 해결했다. 당시 일본의 우익이 함께 움직였는데, 그들의 검은돈이 한국에 흘러들어와 박정희 쿠테타 세력을 도왔다. 쿠테타 세력은 검은돈을 이용해 정권을 안정시켰고 일본으로부터 받은 청구권 자금을 가지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이것이 '한강의 기적'을 만든 밑거름 중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에는 다른 면도 있었다. 한국이 일본의 도움을 받아 자유주의 국제경제 질서에 편입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한국은 가발과 섬유 등을 오야붕인 미국에 수출했고, 전기 전자산업 등에서는 꼬붕인 일본의 하청으로 편입되어 꼬붕의 꼬붕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철저히 일본을 모방하는 전략을 취했다. 재벌의 형태도, 산업의 유형도, 기업의 조직도 그리고 그 운용 시스템도 모두 일본을 모방했다.


 그러던 한국이 1990년대부터 일본과 결별하며 독자적으로 새로운 길을 가기 시작했다. 또 세계화 물결 속에서 세계 7위의 선진 통상국가가 되었고, 디지털화에 앞장서 세계 최고의 디지털왕국이 되었다. 이제는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고, 곧 일본을 추월할 시점에 왔다. 하지만 최근에 한국은 1990년 체제를 버리고 1965년 체제로 퇴행하기 시작했다. 다시 일본의 하위로 편입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서울대 일본연구소의 남기정 소장은 이것이 "1965년 체제가 아니라 1905년 체제로의 퇴행"이라고 한탄했다........ 이 모든 변화의 시발점이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의 탄생이었다.


ㅡ page 306~309

 이 시대의 '친일파'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친일파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일본 만화나 영화를 좋아하고, 일본에 자주 놀러 가면 '친일파'일까? 그렇지 않다. 친일과 친일파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친일파의 정의는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족행위처벌법에 정확히 규정되어 있다.

 일본 정부와 통모해 한일합병에 적극 협력했거나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조약 또는 문서에 조인한 자, 일본 정부로부터 작위를 받았거나 일본 제국의회 의원이 되었던 자, 독립 운동자나 그 가족을 악의로 살상 박해하거나 지휘한 자, 작위를 받은 자,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 고문 참의, 칙임관 이상의 관리, 밀정 행위자, 독립운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거나 그 단체의 수뇌 간부로 활동한 자, 군 경찰의 관리로서 악질 행위를 한 자, 군수공업을 책임 경영한 자, 도 부의 자문 또는 결의기관의 의원이 된 자 중에서 일제에 아부해 죄적이 현저한 자, 관공리 중 악질적 죄적이 현저한 자, 일본 국책을 추진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각 단체 본부의 수뇌 간부 중 악질적인 자, 종교 사회 문화 경제 기타 각 분야에서 악질적 언론 저작과 지도를 한 자, 일제에 대한 악질적인 아부로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

 소위 사회지도층으로써 반민족적 행위를 한 자 중에 특히 죄질이 나쁜 자를 친일파로 규정하고 있다. 학자도 마찬가지다. 나처럼 일본을 좋아하고 연구하는 것만으로 친일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일본 전공 학자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주요의사결정 자리에서 반민족적 행위를 하는 사람은 이 시대의 친일파가 되는 것이다. 김태효 1차장은 나카소네가 총리를 퇴임한 뒤 만든 세계평화연구소의 상을 2009년에 받았다. 말이 상이지 일본을 위해 활동할 주요 인물들에게 상과 상금을 주며 친일파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그동안 숨을 죽이고 살아오던 '토착왜구((일제시대때 친일파 였다가, 이승만 정권에서 경찰과 군 그리고 정치계로 진출했고, 박정희 정권에서 반공주의자로 변신해서 지금까지 자신들의 정체를 감추며 대대로 내려오는 친일파들)) 들이 윤석렬 정부들어서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ㅡ page 312~313

  식민지 근대화론의 오류

친일파 중 또 한 그룹이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다. 이들은 조선총독부의 역사관을 이어받아 서울대를 근거지로 등장한 경제학자 그룹이다. 처음에는 경제사를 연구하는 연구자였지만 일본과의 접촉을 통해 친일파로 돌아섰다. 이들은 일본을 어설프게 연구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도 그랬지만 일본을 처음 접하면 그들의 선진성에 압도된다. 거리는 깨끗하고, 사람들은 친절하며, 음식은 맛있고, 영화는 매혹적이다.


 기업과 산업도 찬란하다. 소니는 혁신의 아이콘이고 도요타는 일본식 경영의 진수처럼 보인다. 전자왕국과 자동차왕국은 마치 일본군의 불침 항모 같다. 그곳에 일하는 근로자들은 카미카제 특공대처럼 목숨을 걸고 일하는 전사로 보인다.


 하지만 3~4년쯤 지나면 일본의 이면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깨끗한 거리와 달리 집 안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게 되고, 겉으로 드러난 일본인의 친절 뒤에 숨은 차가운 미소를 느끼게 된다. 기업과 산업, 경제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누누이 설명했듯이, 장기침체 속에 헤매는 것을 보면 어용 지식인과 해외 장학생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일본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면면이 보인다.


 하지만 식미지 근대화론자들은 이러한 속내와 뒷모습을 보기도 전에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의 국수적인 우익학자들이 만들어놓은 데이터와 일본의 찬란한 겉모습만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그러고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란 이상한 논리를 한국에서, 그것도 서울대에서 당당히 가르쳤다.


 그들의 논지는 명료하다. 첫째는, 전근대적 봉건사회였던 조선은 내부적 모순으로 붕괴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소위 "너희들이 못나서 자멸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둘째는, 근대화된 일본이 식민지배를 하면서 조선이 비로소 근대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일본이 근대화해주었기(?) 때문에 해방 이후에도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학적으로 잘못된 주장이기에 간단히 무너진다. 철도나 도로를 건설하면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올라가게 돼 있다. 특히 식민지 시대처럼 최빈국인 상황일 때는 조금만 투자해도 경제성장률이 자연스럽게 오른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투자인가다. 이것이 조선을 위한 것이었다면 일본 덕분이다. 하지만 일본의 투자는 물자를 수탈하기 위한 것이었고, 조선을 발판으로 대륙을 침략하기 위한 것이었다.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그 목적이 문제였다. 그리고 일본의 근대화 덕분에 한국이 잘살게 되었다는 것도 오류다. 한강의 기적과 세계화의 기적은 물론 일본과의 교류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세계사적 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한 결과다. 한강의 기적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잘 이용했고, 또 세계화의 기적은 세계화와 디지털화의 흐름에 잘 올라탄 덕분이다.


 내가 특히 문제라고 보는 것은,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첫 번째 주장이다. 조선이 못나서 자멸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 말이다. 이것은 한국의 자본주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다........... 일본의 조직에서는 리더가 좀 무능해도, 구성원들은 리더의 지시에 순응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조직은 돌아간다. 하지만 한국의 조직에서는 리더가 무능하면 구성원들이 즉각 반발하기 때문에 조직 자체가 기능하지 않는다. 더구나 순조롭게 돌아가는 조직이라도 한국의 구성원들은 언젠가는 스스로 소황제에 도전한다. 소황제가 리더십을 발휘해 성과를 잘 내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반드시 조직 내에서 "니가 뭔데?"라며 도전하는 구성원이 나오고 소황제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나의 오랜 숙제가 풀리는 듯했다. 한국의 자본주의 정신은 '니가 뭔데'로 대표되는 도전 정신이다. 이러한 도전 정신이 충만한 황제들은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왔고, 그러한 성과 덕분에 한국이 전체적으로 성장해 온 것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나는 일본에서 <일본의 주군 경영과 한국의 황제 경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독자가 공감해주었다. ㅡ page 316~321

 우리는 근대화(modernization, 학자들에 따라서는 '탈식민'이라고도 한다)를 경제적 부의 달성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근대화에는 개인의 자각과 자주성의 확립이라는 정신적인 면도 함께 있다. 경제적 부는 이미 많이 이룩했으니, 이제 또 하나 남은 과제가 자주성의 확립이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과 자국 이기주의가 범람하는 대변혁의 시대에는, 우리의 위치를 자각하고 주체성과 자주성을 확립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을 실현해야 우리는 비로소 근대화를 완성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그토록 꿈에서도 그리던 조국 근대화를


ㅡ page 326


일본이 온다 - 일본의 부상, 한국 경제의 위기
일본이 온다 - 일본의 부상, 한국 경제의 위기
810. 루팡의 딸 (요코제키 다이)

경찰 집안의 아들과 도둑 집안의 딸이 연인 관계인데, 때마침 벌어지는 살인사건. 루팡의 딸 시리즈 1권으로 일본과 한국 두 나라에서 모두 큰 인기를 모았고,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기는 하는데, 나는 좀 몰입이 어려웠다.

루팡의 딸
루팡의 딸
809. 기묘한 괴담하우스 (사와무라 이치)

사와무라 이치는 단편을 훨씬 더 잘 쓰는 작가인가 보다. 수록작 일곱 편 중 처음 세 편은 그야말로 박수를 치며 읽었다. 특히 어린이의 시선에서 집단 괴롭힘 가해자의 가담 경위와 죄의식을 다룬 「아이들의 세계」가 탁월했다. 「인간이 제일 무섭다는 사람」을 읽고 나면 “귀신 따위는 무섭지 않고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을 쉽사리 할 수 없게 되지만, 그래도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다.

기묘한 괴담하우스
기묘한 괴담하우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거짓말·유토피아

목차만 보고 또 조셉 캠벨 사골 우려먹는 책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괜찮다. 사골 국물이긴 한데 일단 건더기도 많고 재료도 신선한 걸 쓰고 다대기 양념도 너무 짜거나 싱겁지 않게 밸런스가 잡혀있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거짓말·유토피아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거짓말·유토피아
[공지] 그믐이 새롭게 단장했어요.

오늘 그믐에 접속해서 깜짝 놀라신 분들 있으시죠?


[홈] 에서 보여지는 모임 이미지가 확 달라졌어요!


기존에는 모임지기의 모임 설명이 제목 아래 보였는데요, 이제는 회색 말풍선으로 모임의 가장 최근 대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모바일 화면도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기존엔 PC 화면과 동일한 디자인이었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서 책 이미지를 가운데 배치하였어요. 책 이미지 하단에 i 를 누르시면 모임에 대한 상세 정보도 바로 확인하실 수 있어요.


그믐은 회원들이 사이트를 더욱더 편하게 즐겁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기능 뿐 아니라 디자인 측면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이번 업데이트도 그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앞으로 더욱 멋지고 깔끔해진 그믐에서 의미있고 즐거운 대화 나누시길 바랄게요. 여러분의 다양한 아이디어는 1:1 문의를 통해 상시 받고 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그믐이에요.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책 읽는 우리들이 더욱더 많아지는 그날까지,


감사합니다.



기존 화면으로 보이는 분들은 현재 페이지에서 '새로고침'을 하시면, 업데이트가 바로 적용됩니다.
23-059 | 에드거 앨런 포, 유레카

읻다 넘나리 1기 (231115~231121)


❝ 별점: ★★★☆

❝ 한줄평: 놀라운 우주적 상상력으로 써내려 간 ‘진리의 책’

❝ 키워드: 우주 | 비밀 | 합일 | 상상 | 공리 | 직관 | 무한 | 끌어당김과 밀어냄 | 확산 | 복사 | 응축 | 순환 | 상대성 | 작용과 반작용

❝ 추천: 에드거 앨런 포의 놀라운 우주적 상상력이 궁금한 사람


❝ 우주적 상상력 안에서 합일하는 진리와 아름다움 ❞

/ 출판사 소개글


❝ 지금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면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라. 우주적 순환의 거룩한 심장이 뛰고 있는 소리인지도 모르니까. (p.184) ❞

/ 옮긴이의 말 | 우주라는 사건


📝 (23/11/22) ‘에드거 앨런 포’라는 이름과 표지에 끌려 고른 책. 사전까지 찾아가며 열심히 읽다가 책의 1/3 정도를 읽은 후에 도저히 혼자 이 글을 읽을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에 출판사 서평을 먼저 찾아보았다. 다른 넘나리 분들의 후기를 보니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으신 분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유레카』는 에드거 앨런 포가 1848년에 했던 강연 〈우주의 구조에 대하여〉의 내용을 엮은 책이라고 한다.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네 가지는 공리, 끌어당김과 밀어냄, 유한과 무한, 그리고 관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 이 글에서 언급된 공리는 공리(公理,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진리나 도리.)와 공리(空理, (1) 사실과 동떨어지거나 실제로 소용되지 않는 이론. (2) 만유(萬有)에 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이치.)였는데 나는 公理의 뜻만 알고 있었던 걸 이글을 읽으며 깨달았다. 


✦ ‘끌어당김’과 ‘밀어냄’이 곧 물질이라(p.50)고 말하며 모든 현상을 ‘끌어당김’과 ‘밀어냄’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나중에 물질과 에너지의 등가성으로 설명되었다는 게 신기했다.


✦ 인간은 무한이라는 개념의 ‘허깨비’를 애지중지하지만 사실 우주에도 유한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에 놀랐다. 그리고 포의 설명을 읽으면서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 숫자로 저렇게 설명해도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아 정말 이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참으로 사소하고 우주의 입장에서는 ‘무’로 느껴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 옮긴이의 말에서 ‘우주가 태초의 입자에서 무수한 많음으로 나뉘고, 그 같음이 무수한 다름으로 나뉨으로써 관계가 생기고, 무연의 옳음이 무수한 관계들의 그름으로 나뉨으로써 세상에 악이 존재하게 되었’으나 ‘만물이 하나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은 개개인의 고통과 행복이 언젠가 하나로 뭉뚱그려져 상쇄되리라는 것을 의미’(p.182-183)한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현대 과학의 9가지 발견을 시적 직관으로 예견했다고 평가받는 이 글을 에드거 앨런 포 자신은 <머리말>에서 ‘이 글을 오로지 예술 작품으로서 바치는 바다’라고 말하며 ‘나의 사후에 이 작품이 오로지 시로서 평가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글을 읽으면서는 ‘도대체 왜 포는 이 글을 시로 읽어달라고 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니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가 다시 무로 돌아가는 순환이 ‘우주라는 완벽한 신의 플롯’(p.146)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우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글이 포에게는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포 자신이 써내려 간 아름다운 시일 수 있겠다는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다시 읽으면 정말 시처럼 느껴질까? 미래의 내가 할 독서가 문득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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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물질적이면서 정신적인 우주의 — 물리적, 형이상학적, 수학적 측면에 대해 — 그 본질, 기원, 창조, 현재 상태, 운명에 대해 — 이야기할 작정이다. (p.11)


| (...) 나무는 나무이거나 나무가 아니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 즉, 나무이면서 동시에 나무가 아닐 수는 없다는거예요 (...) 이제 그에게 묻겠어요. 왜냐고 말이에요.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에요 — 그 누구도 두 번째 답을 내놓진 못할 거예요. 유일한 답은 이거예요 — '그것은 나무가 나무이거나 나무 아닌 다른 어떤 것일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시 말하지만 밀 씨의 유일한 답이에요 (p.24)


| 옳음은 긍정적이고, 그름은 부정적이며 — 옳은 것의 부정에 불과하다. 이것은 차가움이 뜨거움의 부정이고 — 어둠이 빛의 부정인 것과 같다. 어떤 것이 그르려면,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과의 관계에서 글러야 한다 — 그것이 충족하지 못하는 어떤 조건, 그것이 위반하는 어떤 법칙, 그것이 괴롭히는 어떤 존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그르게 하는 존재나 법칙, 조건이 없다면 —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존재나 법칙, 조건이 아예 없다면 — 그것은 그를 수 없으며 따라서 옳아야 한다. (p.74-75)


| 그리하여 끌어당김과 밀어냄 —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 이라는 두 참원리는 가장 엄격한 동료애를 발휘하며 영원히 동행한다. 그리하여 육체와 영혼은 손을 맞잡고 걷는다. (p.88)


| 인간의 뇌는 분명히 '무한'에 기울어 있으며, 무한 개념이라는 허깨비를 애지중지한다. 이 불가능한 관념을 상상해내자 이것을 지적으로 믿으려는 희망에서 열정적으로 갈망하는 게 아닌가 싶다. (p.125)


| (...) 지구상에서의 모든 거리가 실은 사소하여 — 거대한 우주적 양에 비하면 절대적 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p.139)


| 대칭성이야말로 우주의 — 그 대칭성의 숭고함 면에서 시들 중 가장 숭고한 시에 불과한 우주의 — 시적 본질이다. 대칭성과 정합성은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용어이므로 — 시와 진리는 하나다. 사물은 진리에 비례하여 정합하며 — 정합성에 비례하여 참되다. 다시 말하지만, 완벽한 정합성은 절대적 진리일 수밖에 없다. (p.157)


| 이 견해에서, 또한 이 견해에서만 우리는 거룩한 불의의 — 무정한 운명의 — 수수께끼를 이해할 수 있다. 이 견해에서 만악의 존재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이 되는데, 하지만 이 견해에서는 그 이상이 — 견딜 수 있는 것이 — 된다. 우리의 영혼은 더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가한 슬픔에 저항하지 않고, 자신의 기쁨을 확대하려는 바람으로 — 그것이 헛된 바람일지라도— 스스로의 목적을 증진하고자 한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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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유레카
[원북성북] 2023 성북구 한 책이 최종 선포되었습니다.

지난 10월 초, 2023 성북구 올해의 한 책 최종 투표 모임 소식을 전했었는데요. 11월 17일, 올해의 한 책이 최종 선포되었습니다.

 

201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성북구 한 책 읽기’에서는 문학과 어린이 분야에서 올해의 한 권의 책을 선정하는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선정했습니다.

 

올해에는 그 과정에서 그믐과의 협업으로 비문학 한 책을 최초로 선정해 그 영역을 넓혔습니다. 또한 그믐에서 최종후보도서를 함께 읽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성북구 한 책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경험의 장을 제공했습니다.

 

성북구 올해의 한 책은 문학, 어린이, 비문학 세 분야에서 선정되었으며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문학), 은경 작가의 <애니캔>(어린이), 김희경 작가의 <에이징 솔로>(비문학)입니다.

 

올해 한 책을 선포하는 선포식 현장에는 300여 명의 관객 그리고 성북구 한책추진단과 올해의 한 책 작가, 편집자, 출판 관계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다음은 올해 성북구 한 책 비문학 후보 도서 함께 읽기 모임입니다. 최종 선정도서를 비롯 나머지 3권의 책들도 여럿이 함께 모여 치열하게 나눈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 [비문학 부문] 2023 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최종후보도서

2023 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 생각의힘 | 2023) 
동물권력 (남종영 | 북트리거 | 2022)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이인규 | 마티 | 2023)
에이징 솔로 (김희경 | 동아시아 | 2023)


2023 성북구 한 책 ‘비문학’ 선정 관련해 함께 해주신 출판사 관계자분들, 작가님들, 성북문화재단 담당자분들, 서포터즈분들 그리고 열심히 읽고 생각 나눠주신 그믐의 회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808. 시시리바의 집 (사와무라 이치)

히가 자매 시리즈 3편. 나는 이 시리즈 1편 『보기왕이 온다』보다 2편 『즈우노메 인형』이 더 좋았고, 2편보다 이 소설이 더 좋다. 프롤로그가 진짜 무서웠고,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필력도 인상적이다. 결말은 깔끔하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한데, 깔끔해서 좋고 또 찜찜해서 좋다.

시시리바의 집
시시리바의 집
807. 즈우노메 인형 (사와무라 이치)

히가 자매 시리즈 2편. 주인공은 히가 마코토. 과거 장면에서 히가 미하루가 나오며, 히가 고토코는 언급만 되다가 결말에 잠시 등장한다. 핵심 아이디어는 『링』에서 가져왔고, 작품도 스스로 『링』의 오마주임을 숨기지 않는다. 이야기는 무서웠고, 진상은 상당히 슬펐다.

즈우노메 인형
즈우노메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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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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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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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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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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