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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 | 다와다 요코, 목욕탕

책읽는수요일 (231123~231123)


❝ 별점: ★★★★

❝ 한줄평: 삶과 죽음, 그 사이 무수한 경계를 유영하는 정체성

❝ 키워드: 물고기 | 비늘 | 몸 | 소통 | ‘나’ | 이름 | 말 | 사랑 | 삶과 죽음 | 지구 | 경계 | 정체성

❝ 추천: 다와다 요코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


❝ 결국 이 모든 변화와 변모는 정체성의 유동성을 가리키고 그 끝은 바로 죽음이다. (p.114) ❞

/ 옮긴이 해제 | 경계의 안팎으로 사유하는 이야기


🫧 첫 문장: 인간의 몸은 팔십 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p.7)


📝 (23/11/23) 읻다 넘나리 서포터즈 두 번째 도서 서평 제출 후 우수 참여자 중 한 명으로 뽑혀 편집자 김소띠 님의 최애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바로 다와다 요코의 『목욕탕』! 은행나무 에세 시리즈에서 『지구에 아로새겨진』과 『별에 어른거리는』으로 이름을 알게 된 작가인데 아직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었다. 다와다 요코의 소설 중 편집자님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하셔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길래 궁금한 마음에 세 번째 서평을 제출하고 바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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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전에 왜 제목이 ‘목욕탕’일까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서도 제목의 의미가 확 와닿지는 않았다. ‘욕조’가 있는 공간이어서? 독일어 'bad'의 뜻이 ‘목욕’, ‘목욕물’도 있던데 내가 모르는 언어라 번역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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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늘 있는 여자’라는 설정에서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가 잠깐 떠오르기도 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좀 더 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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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문장과 후반부의 문장이 오버랩되며 인간의 유동성이 지구의 유동성으로 확장되는 부분에서는 전율이 일었다.


| 인간의 몸은 팔십 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울 속에 매일 아침 다른 얼굴이 비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마와 뺨의 피부는 매 순간 그 아래에서 흐르는 물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늪의 진창과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인간의 움직임처럼 변한다. (p.7)


| 지구는 칠십 퍼센트가 물로 뒤덮여 있다고들 한다. 그래서 지구 표면이 매일 다른 모양을 보여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하수는 아래에서 지구를 움직이고 바다의 파도들은 해변을 갉아먹고 위에서는 사람들이 암석을 파괴하고 계곡에다가 논을 만들고 바다를 둘러싼다.

 그렇게 지구의 모양이 변해간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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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 그 사이의 끊임없는 정체성의 유동성에 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화자와 크산더, 호텔에서 만난 지하실의 여자 모두 계속해서 이전의 정체성에서 새로운 정체성으로 넘어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나는 투명한 관이다.’(p.101)라고 말하는 부분은 우리가 죽음으로 가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 “사람들이 죽으면 더는 괴로워할 일이 없다는 말은 틀린 거예요. 사람들은 죽으면 더욱더 동경하는 게 많아져요.”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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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와 말, 소통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통역을 하러 간 자리에서 통역자인 ‘나’가 없이는 서로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크산더에게 독일어를 배우며 그와 사랑에 빠진 ‘나’. 혀를 잃어 말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나‘의 정체성은 흔들리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말을 잃게 되자 진짜 자아를 찾아 나서게 된다. 다와다 요코의 많은 작품들이 ‘외국어에서 모국어로 역행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해체하고 탈경계적 글쓰기를 지향’(출판사 서평)한다고 설명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이 흥미로워서 작품들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말을 가르쳐준 사람에게 나는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진다. 크산더가 내 앞에서 해주는 말들을 반복하는 동안 내 혀는 그의 소유로 넘어갔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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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보다 더 내 취향이었던 다와다 요코의 작품! 김소띠 님 다시 한번 책 선물 감사합니다💗 이렇게 책을 통해 다른 좋은 책을 만날 때면 정말 책 사이를 유영하는 한 마리 물고기가 되고 싶은 심정... 🫧


(*읻다 넘나리 서포터즈에서 우수 참여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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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목욕탕
전쟁의 기술 -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

로버트 그린의 책은 러닝머신에서 오디오 북으로 들으면 재밌다. 전쟁의 기술은 언젠가 책으로 읽은 거 같은데 윌라 오디오 북에 새롭게 등록이 되었길래 다시 듣고 있다. 읽었던 내용이지만 기억이 안 난다.


새삼스럽지만 볼테르는 말을 참 잘한다.


"우리가 성공할 때는 칼날 바로 끝에서 성공하며 우리가 죽을 땐 손에 든 그 무기로 죽는다."


전쟁의 기술 -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
전쟁의 기술 -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
출판사 레모에게 받은 세번째 책

후기를 쓸 것인데 말이지요^^;

대표 없는 곳에 과세도 없던 땅 이야기

미국은 대표 없는 곳에 과세도 없다는 유명한 문구 위에 세워졌다. 미국의 보수는 작은 나라를 내세우며 개인의 선택과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나라의 보수주의보다도 자유를 사랑하는 보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흥미로웠다. 뉴딜정책도 미국 역사에서 상당히 예외적인 경험처럼 보이는데, 복지국가 만들기라니? 물론 실패했다고 결론내리긴 했지만, 복지의 토대가 매우 약한 미국에서는 어떤 복지투쟁이 있었는지 새삼 궁금해져서 서평을 신청해서 읽게 되었다.


어느 나라의 사람들이나 그렇겠지만 미국의 시민권자도 과세를 싫어했으며, 역사적 경험 때문에라도 미국 시민들은 세금에 더욱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대공황 이후 뉴딜 체제가 세워지고, 민주당은 사회보장체제가 작동하는 국가로 나아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유권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직접적인 과세보다는 사회보험제도를 활용해서 간접적으로 과세하는 형식을 택했다.


시간이 흐르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이제 소득세나 사회보험제도도 일반 중산층 시민들의 삶에 제법 타격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국의 자유주의 보수는 국가가 지출을 늘리는 것보다는 감세를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국가지출은 어디로 새는지 모를 돈이었고, ‘복지 여왕’ 같은 부정수급자들에게 낭비하느니 감세를 시행하는 게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감세 정책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에도 유리하다.


복지 여왕에 대한 공격은 많은 중산층 백인이 자신들이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억울하게 세금을 뜯기는 납세자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복지와 사회보장제도의 수혜자는 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백인은 점점 저소득층 유색인종이 복지를 받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레이건 정부 시절 복지거부는 절정에 달한다. 결국 민주당도 복지거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느끼고, 뉴딜을 이어받은 위대한 미국 사회를 건설하는 비전을 내려놓게 된다.


이렇게 보수주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조세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게 되면서 미국의 공공서비스는 민간 기업에 의해 제공되고, 소득재분배의 역할을 수행했던 제도들은 그 힘을 잃고 파괴되거나 명맥만 남아 재분배의 역할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정치로 인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깊은 갈등, 소외됐다고 느낀 중산층 백인과 빈곤에서 벗어날 사다리를 박탈당한 유색인종 저소득층 사이에는 깊은 골이 생겨 정치적으로 극단화된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정치상황은 참고할 만하다. 경제 지식과 미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어서 사실 본문 읽기는 굉장히 어려웠다. 마지막에 옮긴이의 글이 없었다면 의미 파악도 힘들었을 것 같다. 어려운 내용을 번역하느라 고심하신 흔적이 느껴진다. 옮긴이의 글을 본문 읽기 전에 먼저 읽었으면 읽기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한국에서는 잦은 예산 삭감으로 제도가 망가져가고 있고, 최근에는 ‘시럽급여’ 라는 ‘복지여왕’에 버금가는 모욕적인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 시국에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
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
돌아오는 5월에는

올해 5월에도 광주를 기억하는 책이 나왔다. 올해는 5.18 43주년이다. 4.3사건 75주년이기도 하다. 학살 가해자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의 사과로 이번 5.18 추념식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 책의 시작도 바로 그 학살 가해자를 분석하면서 출발한다. <오월의 정치사회학>은 그동안의 5.18 연구에서 조명받지 못했거나 미진한 부분을 보충해나가는 책이다. 특히 가해자의 행동 동기를 분석하고 대중의 침묵을 조명한 점이 이전에 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더하여 국가의 학살 은폐와 학살의 발생 원인을 사회학적 요인으로 분석하여 다룬다.


저자는 가해자 중에서 징집된 일반 군인을 분리해내는 시도를 한다. 군인들은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국가의 부름에 의해 의도치 않은 명령을 수행한 국가폭력의 대상자이며 사건의 목격자이다.


더불어 광주가 철저히 고립되는 데 기여했던 대중의 외면에는 언론통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애초 공인방송에서는 검열된 정보가 흘러나오고, 모두가 적(간첩)으로 가리키는 사람들에게서 전해지는 정보만이 진실인 상황이었다. 더불어 도덕적 우위를 가진 사회엘리트들의 침묵(물론 발설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암묵적 동조와 지지를 뜻하게 되었다.

대중들의 침묵 속에서 국가는 계엄령을 내리며 5.18을 사태로 규정한다. 당시 국가의 논리를 바탕으로 공론장에서 아직도 5.18을 부정하는 상황을 두고 저자는 적극적 제지를 촉구한다.


학살 이후 한국의 권위주의 정부는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학살을 가렸다. 망각의 홍수 속에서 저자는 국가가 만든 공적 기억에 대항하는 저항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주목하자고 한다.


학살에 대한 반성과 재발방지는 곧 민주주의의 내면화이다. 이 때문에 5.18이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의미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반성과 함께 과거 정권의 논리를 답습하고 부인하는 이들이 공존하고 있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그리고 또 거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는 반드시 반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월의 정치사회학 - 그날의 죽음에 대한 또 하나의 시선
오월의 정치사회학 - 그날의 죽음에 대한 또 하나의 시선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죽음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래서 세계 어디를 가든 장례 문화는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형태는 다를지언정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추모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어떤 죽음은 애도받지 못한 채, 송두리째 세상에서 잘려나간다.


제노사이드를 다룬 여러 책들을 읽다 보면, 가위가 색종이를 자르듯이 너무 쉽게 뭉텅이로 잘려나간 사람들이 보인다. 몇십만명이라는 숫자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아 정말 끔찍하구나. 심각하구나. 라는 파편적인 감상에서 멈추게 된다.


다른 책들이 제노사이드가 일어났던 발단전개과정, 학술적 정보 측면에서 더 뛰어날 수 있겠으나 이 책은 실제 학살이 일어났던 장소에서 오는 무게감을 정말 묵직하게 전달해 준다. 죽은 사람들을 숫자로 마주하는 게 아니라 공간으로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전달해 준다. 학술적인 책뿐만 아니라 이런 책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그 모습을 간접적으로 마주하며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제노사이드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혹자는 말한다. 과거는 과거의 일일 뿐 아니냐고. 나는 이 말을 아주 싫어한다. 시간이 과거/현재/미래인 줄 아나? 과거의 모습이 쌓여서 지금의 모습이 되고 현재가 된다. 세계 인권 헌장이 무슨 연유로 만들어졌는가? 대규모 학살 사건에 정부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이 자연스러운가? 사상의 자유는 언제부터 누릴 수 있는 것이었나?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다 보면 손에 쥐고 있는 권리가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기억하겠다는 말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책임진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이 20세기의 제노사이드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누군가는 여행기 읽고 너무 비장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다. 글쎄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감상평 치고는 오히려 얄팍하고 너무나도 타인의 시선인 게 아닐까.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 타인의 고통이, 떠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 타인의 고통이, 떠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가정폭력과 포퓰리즘

가정이 딱히 본인 인생에서 안전한 울타리로 기능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살면서 버튼 눌릴 일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의 제목도 어찌 보면 나의 버튼을 누를 만한 제목이어서, 목차도 보지 않고 바로 책을 집으로 들였다. 그래서 책 내용이 가정폭력/포퓰리즘으로 완전히 다른 주제 두 개를 합쳐놓은 것이라는 건 몰랐다. 가정폭력과 포퓰리즘의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국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책은 많이 없는 것 같은데(있었을수도 제가 무지했을수도), 그렇기에 제목만 보고 바로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내용은 가정폭력의 연구가 그동안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 최근에는 가정폭력이 어떻게 규명되는지 등을 다뤘다.


폭력이 일어나는 순간에는 폭력과 그 분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신체 자세, 지시 행위, 언어 표현은 폭력이 일어나는 구체적인 사회적 상황에서 비로소 폭력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p31.


정확하고 이론적인 이 문장이 와닿았다. 말로 설명하지 못해 울고 침묵했던 과거의 행동을 설명하는 용어가 생겼다. 폭력을 다루는 책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가정폭력에 대한 학제적 접근과 가해자&피해자 외 제3자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니 가정폭력에 관심 있는 독자분들께 추천한다.


포퓰리즘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내용이어서 잘 읽혔다. 한국 정치의 양극화(사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와 좌파 포퓰리즘에 대해 궁금했던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포퓰리즘은 이데올로기인가? 정치전략인가? 그도 아니면 그냥 정치 스타일인가?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 지점에 대한 논의들을 소개하고 있다. 생각보다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은 그리 상충하지 않으며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포퓰리즘을 지향점으로 삼으면 위험한 이유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가정폭력과 포퓰리즘
가정폭력과 포퓰리즘
백치라 불린 사람들-왜 탈시설화인가?

이번 책도 내가 들었던 수업 내용과 관련이 깊었다.  특수교육 수업이었는데, 그 수업의 교수님은 늘 수업 마무리 시간에 학생들에게 토론을 진행하게 했다. 매 강의시간마다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가 꼭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주제는 단연 '탈시설화' 였다.


토론을 하면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지적장애 당사자가 아닌 내가 의견을 내도 괜찮은지에 대한 문제,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내용이 장애인 혐오적인지 아닌지에 관한 끊임없는 고민이 그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직접 지적장애인을 만난 경험이 있는지 회고해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지적장애인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중고교시절 '특정 학급'과 '특정 지하철' 뿐이었다. 그곳이 아니면 지적장애인들은 내가 볼 수 없는 시설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터였다. 사회에서 내가 본 지적장애인들의 일부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래서 '탈시설화'에 내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항상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 책은 지적 장애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정신질환은 그 스스로 기록을 남길 수 있지만 지적장애는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없다. 더구나 탁월한 지능을 활용하여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들은 지적 장애나 낮은 지능에 대한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자는 가혹하게 소외되고 배제당한 존재가 아닌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 구성원의 면모를 찾기 위해 당시 일상생활 자료를 분석해 기록하였다. 지적장애인들은 이전에는 분명한 사회의 일원이었으나 18세기 초를 기점으로 배제당했다. 이들은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근대의 편의성에 맞추어 치료대상이 되거나 시설에 가둬졌다. 이후의 역사는 지적장애인들이 사회로 돌아오기 위해 벌인 투쟁이었다.


탈시설화로 이야기를 시작하긴 했는데, 분명 이 책은 탈시설화에 대한 답을 내려주는 책은 아니다. 다만 기록되지 않은 삶을 보여 주며 이 사람들, 이 존재들을 이렇게 대해도 되나? 라는 질문을 던질 뿐이다.


책을 읽고 나서도 난제는 여전했다. 지적장애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게 어떤 일이 바람직한지는 내가 쉽사리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그럼에도 탈시설화 운동에 대한 맥락을 안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맥락을 모르고 입장을 정하는 것과 맥락을 알고 사회 공론장에 참여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확실한 것은 장애인은 사람이며 또한 권리를 보장받는 시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사회는 이 사람들도 비장애인과 차이없이 어떤 공간이든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민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 사회가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할 만하다.


저자가 탈시설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장애라는 관념이 없이 다 같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칭찬하는, 다소 과거를 낭만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한계는 존재한다. 또한 지적장애의 중요한 논의점 중 하나인 성폭력이나 성교육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서, 이런 담론을 기대하는 독자는 다른 책을 찾아보아야겠다.

백치라 불린 사람들 - 지능과 관념 · 법 · 문화 · 인종 담론이 미친 지적 장애의 역사
백치라 불린 사람들 - 지능과 관념 · 법 · 문화 · 인종 담론이 미친 지적 장애의 역사
유럽 역사에서 본 로마법의 위상

생일선물로 책 달라고 친구들에게 조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처음으로 선물받은 책.


수업시간에 몇 번 흘려들었던 말로, 현대 유럽의 법이 성립되는 데에 로마법이 영향을 미쳤다는 걸 정말 대강 알고만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쳤는지는 전혀 몰랐다.


개인적으로 법에 대한 관심도 조금 있었고, (특히 국제법...제노사이드를 다루는) 유럽의 법을 이룬 토대가 궁금해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책이었다! 법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입문용으로 읽기 좋은 책이다. 다만 법학에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면 읽기에 조금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럼에도 참을성을 가지고 읽다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은 아니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았다.


현대에서 로마법 연구가 어떤 의미가 있느냐? 라는 질문을 한다면 당장 엄청난 필요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여러 국제기구의 등장과 세계 분쟁이 자주 발생하면서 국제법의 중요성이 대두된 만큼 (그렇다고 믿고 싶다) 국제법이 등장한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어 두면 좋을 책이다. 로마의 실용적인 측면에 관심이 많은 사람, 법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 국제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주말에 충분히 읽을만하다.

유럽 역사에서 본 로마법
유럽 역사에서 본 로마법
디케의 눈물

나는 정치사상가 샹탈 무페Chantal Mouffe가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로 남긴 글의 의미를 확실히 알게 됐다.

"민주주의는 불확실하고 일어날 법하지 않은 어떤 것이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항상 허약한 정복이며, 심화시키는 만큼 방어도 중요하다. 일단 도달하면 그 지속성을 보증할 민주주의의 문턱 같은 것은 없다."

 '검찰독재'와 '경제독재', '검찰공화국'과 '삼성왕국' 모두 무섭고 두렵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핵심 중 하나는 '일인일표제'다. 한 표를 가진 주권자 한 명이 검찰이나 재벌과 싸워 이길 수 없다. 한 표, 한 표가 모이면 달라진다. 또한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 외 '광장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촛불 하나하나가 모이면 달라진다.


ㅡ page 192

 이상과 같은 현상 앞에서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쓴 「유토피아」의 다음과 같은 문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번영을 구가하는 여러 공화국commonwealth에서 내가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공화국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이익만을 불려나가는 부자들의 음모뿐입니다. 그들은 사악하게 얻은 것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를 가능한 한 헐값에 사들일 계획을 세웁니다. 그런 것을 두고 부자들이 공화국의 이름으로 지켜야 하는 것인 양 주장하면 곧 법이 됩니다."


ㅡ page 197

디케의 눈물 - 대한검국에 맞선 조국의 호소
디케의 눈물 - 대한검국에 맞선 조국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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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6인의 평론가들이 주목한 이 계절의 소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2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 있던 이 책, 망나니누나와 함께 되살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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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로도 독서모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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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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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권여선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수전 팔루디 『다크룸』(아르테)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2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0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9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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