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째 그믐밤의 테마!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라고 쓰고 ‘균형감각‘ 이라고 부를게요. 그렇지요.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나 답게 살아가려면 ’균형감각‘이 정말 필요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의 독서모임이었습니다. 저는 책을 주제로 두고 ‘우리’의 생각과 경험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모임을 참 좋아하거든요.
이번 그믐밤은 역대 최초로 29분 정시에 시작했어요. 12회만에 드디어!!
꾸물꾸물하게 비가 내릴막 말락하는 일요일 저녁이었지만 다들 일찌감치 서점에 오셔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시고 음악을 들으면서 차분히 모임을 기다리셨죠. 댁이 이 근처인데 제일 늦었다며 쑥스러워하셨던 @보니따 님도 사실 10분 전에 도착하셨어요. 모두들 그믐밤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일찍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1부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초록초록 문장카드 골라 읽기
한 장에 1억짜리 문장 카드들을 최대한 많이 겟하기 위한 11인의 거친 몸싸움 (오징어 게임 feat. 무슨서점)은 아니었고요, ^^ 각자 자신의 앞에 놓여진 문장 카드를 하나씩 골라 뒤집어 반대편에 적힌 글을 읽고 이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독서모임을 열 때 호스트로서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사실 이야기 내용이 어디 산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 것은 아니고요, (산으로 가면 어때요? 같이 이 산 저 산 등반하면 됩니다.) 그보다는 참여한 모두가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대화로 꾸려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에요. 누군가 대화를 독점해서도 안 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어색한 침묵만 흘러서도 안되지요. 그런데 이번 그믐밤은 정말 신기하게도 (누군가 초 시계로 시간을 재었다면 참석자들의 발언 시간이 거의 비슷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안내 멘트(=잔소리)를 더한 저의 발화 시간이 다른 분 대비 좀 길었을 뿐 다들 조곤조곤 차분차분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셔서 그 점이 너무 신기했어요. 누구의 강요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 모든 참가자들이 적재적소에 스스로 생각을 먼저 말씀하시고 경험을 솔직히 나눠주시다니요!! 정말 저의 독서모임 경험 통틀어 이번 모임은 베스트 시나리오, 석세스 케이스로 전 세계 독서모임 엑스포에 나가서 발표해야 됩니다. T.T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이번 모임이 책에 대한 마냥 찬양이 아니라 조금 아쉬웠던 부분, 생각이 달랐던 부분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거였어요. 원색적 비난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요모조모 뜯어보면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또 닮아갈 부분은 닮아가자,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자 하면서 읽어낼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균형감각! 나의 바깥에서 나를 바라보기. 내 안에서 바깥 세상 바라보기.
같은 작가님의 같은 글을 읽고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에 든든한 응원을 받은 느낌이에요.
12회 그믐밤 함께 해주신 여러분 모두 너무나 감사합니다.
내러티브에 대한 믿음, 가족과 연인 사이의 신뢰, 고용주의 신임, 신탁 재산, 1929년 월가 대폭락을 불러온 제도, 금융이라는 추상적인 구조에 대한 신용. 진실은 우리의 믿음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밖에 놓인 것일까. 믿음 그 자체가 현실이라면, 믿음을 조정하고 구부리는 일에 나서야 하는가, 혹은 막아야 하는가. 라쇼몽식 서사가 이 작품의 제일 큰 매력은 아니다. 3부를 무척 감탄하며 읽었다.
독서토론의 중요성을 실제 모임을 운영한 학교 선생님 눈높이에서 생생하게 잘 전달한다. 저자가 귀엽고(이렇게 표현해도 될까?) 입담이 좋다. 몇 번 맞장구도 크게 쳤다. 특히 모든 이에게 발언권을 줘야 한다는 부분.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 하지 말라는 행동을 아이는 꼭, 반드시, 기필코 하고 만다. 비단 아이뿐일까. 어른도 마찬가지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음에도 자신에게 금지된 것을 서슴없이 행하고 만다. 무모함인지 어리석음인지 알 수 없는 이런 행동 패턴은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문학작품 속에서 갈등과 파멸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요즘 즐겨 보고 있는 TV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문을 열어주지 마라.”는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문을 열어주고 금지된 존재를 안으로 들이면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문을, 열었네?”
서두가 길었지만 ‘에두아르크, 한창 좋은 나이 때의 한 부유한 남작을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9쪽)’로 시작하는 괴테의 <선택적 친화력>을 읽는 초반의 느낌이 딱 그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열지 말았어야 하는 문.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는 젊은 시절 뜨겁게 사랑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헤어지고 각자 다른 상대와 결혼한다. 하지만 사랑보다 조건을 좇은 결혼에 두 사람은 모두 실패하고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부부의 연을 맺는다. ‘드디어 두 사람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면 좋겠지만 괴테가 어떤 작가인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같은 작품으로 독일 문학의 거장에 오른 그는 등장인물의 삶을, 인생 여정을 사정없이 비틀어버린다. 놀라운 건 그런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것.
시작은 에두아르트가 아내에게 친구 대위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엔 극구반대하던 샤를로테도 어느날 에두아르트에게 양녀 오틸리에를 기숙학교에서 데려오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그러자 에두아르트, 너무나 흔쾌히 받아들인다. “당신은 오틸리에를 데려오시오. 난 대위를 데려오리다. 신의 이름을 걸고 한번 실험해 봅시다!(25쪽)”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데 열두 살 먹은 애도 아닌 어른이 성인 남성과 젊은 처녀를 집으로 들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모르는걸까? 너무나 어처구니없지만 ‘실험’한다고 했으니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듯이 일은 결국 벌어지고 만다. 에두아르트는 오틸리에를 보자마자 단박에 빠져들고, 대위는 샤를로테에게 이끌리게 된다. 오틸리에는 샤를로테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에두아르트를 거절하지 못하고 샤를로테 역시 대위를 가슴에 품게 된다.
불빛이 어두워지자마자 마음속의 애정과 상상력이 눈앞의 현실을 넘어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 134쪽
소설에 어울리지 않다고 여겼던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본문에 들어가서 풀렸다. 같이 모여 있으면 얼른 붙잡아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자연 물질이 있다는 화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거였다. 인간도 물질이니 서로 끌리고 밀어내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 싶지만 금기시된 남녀 간의 불륜, 그것도 이중 불륜을 다룬 소설은 출간 당시 크게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가장 난해하고 다의적인 작품’이라는 <선택적 친화력>에 대해 막상 괴테는 ‘경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니 그의 삶과 작품이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 짐작케한다.
"당신이 '우주 알 이야기'의 작가였다면, 당신의 미래를 알더라도 날 찾으러 올거야?"
"음...아니, 난 못 갈 것 같아. 당신이 나중에 너무 슬프잖아."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 것 같더라. 그런데, 나는 여전히 미래를 알더라도 당신을 만나고 싶으니까 날 꼭 만나러 와줘. 나를 위한다는 마음 때문에 혹시라도 내가 당신을 만나고 싶다는 내 마음의 깊이를 당신의 걱정보다 작게 가늠하지 말아줘. 그러니까 꼭 만나러 와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신랑처럼 나도 그를 만나러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게 남겨질 상대방을 위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보니 나도 그의 마음은 덜 헤아렸던 것 같다.
나는 어떤 일을 겪게 되더라도 그를 향해 가고 싶을 텐데,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란 생각은 못하고 정작 그가 원하는 그의 마음은 덜 헤아렸었다.
"그러니까 꼭 만나러 와줘"라고 여러번 당부하며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예전같았으면 아주머니나 보람에게 감정이입을 더 했을 것 같다. 남겨진 사람의 입장을 그들의 상실감을 더 아프게 느꼈을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오롯이 자신의 선택대로 한발 한발 나아간 남자에게 더 마음이 갔다. 그 한걸음이 얼마나 무섭고 슬펐을까 하는 생각에. 그럼에도 내딛은 그 발걸음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했을까.
여러번 눈 맞추며 당부했지만 역시나 나는 안다. 그는 여전히 나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할 사람이란 걸.
더 많이 아껴주고 소중하게 대해야지.
너무나 귀하고 귀한 시간이다. 함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그믐북클럽 6기를 모집합니다!
그믐북클럽 5기에 이어 6기에서도, 여러분과 함께 읽을 책을 투표하는 모임을 열어보았는데요,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1번 <게토의 저항자들> 10명, 2번 <구멍가게 이야기>는 3명, 3번 <실크로드>는 16명이 선택했어요.
그중 가장 많은 분들이 선택해주신 책을 그믐북클럽 도서로 정했습니다. 그믐북클럽이 여섯 번째로 선정한 책은 수전 휫필드 외 전 세계 석학 80인이 참여한 책 <실크로드>입니다.
그믐북클럽에 당첨되신 분들에게는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 드리고, 그믐북클럽 6기에 초대합니다. 이번 기회에 실크로드의 모든 것이 담긴 <실크로드>를 소장하고, 그믐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읽으며, 낯선 지명과 신비의 역사 속으로 29일간 함께 걸으실 독자 20명을 초대합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 전 세계 석학 80인의 다양한 글을 통해 깊이있는 지식의 향연을 즐기고 싶은 분
• 650컷의 생생한 사진 및 글을 통해 실크로드 문화를 완벽히 이해하고 싶으신 분
• 그믐북클럽의 질문에 대답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보다 더 적극적으로 책을 읽고 싶은 분
• 29일 동안 꾸준한 독서를 통해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는 습관을 체화하고 싶은 분
- 모집 기간: 7월 18일(화) ~ 7월 27일(목) 오후 6시까지
*7월 27일 오후 6시까지 추가 정보 입력 및 참여 신청 버튼 누른 자에 한함
- 활동 기간: 7월 28일(금)~8월 25일(금) 29일간
*당첨자 발표일: 7월 28일
- 모집 인원 : 20명
*제공 가능한 책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어 20분께만 도서 증정이 가능합니다.
*‘참여 신청’ 은 필수! ‘추가 정보 입력’은 책이 필요하신 분들만!
그믐북클럽 6기 참여 신청하기
그믐북클럽 활동은 이렇게 해요!
• 그믐과 <실크로드>를 함께 읽고 모임지기의 질문에 답변을 남겨주세요.
• 모임지기가 던지는 질문 중 최소 5개 이상의 질문에 답글을 남기며 대화에 참여합니다.
• 활동 기간 중 모임에 관한 소식을 그믐 레터(이메일)와 문자로 안내 드립니다.
• 모든 질문에 답글을 달아 주신 분들께는 활동 기간이 끝난 후 ‘그믐북클럽 수료증’을 발급해드립니다.
※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광고 소재나 콘텐츠 제작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