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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는 일에는 의미가 있다(이한솔 )

"여보, 인내하며 지켜 나가는 일에는 의미가 있어요"

어떤 문장들은 습관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지."

곤은 자동적으로 응수했다.

칠천원 짜리 와인이 따라진 유리잔이 서로를 부딪치자 "쟁!"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역설적인 이한솔 단편소설 '축배' 중에서

나는야 세컨드 1 ( 김경미 시인)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 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 번째,

첫 번째가 아닌, 순수하고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이 아니라 늘 다음,인

부적합,인 그러니까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 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장정일 시인)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장정일 

 

내가 단추를 눌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술타령 (신천희 시인 -소야스님)

술타령

                              신천희(소야스님)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취하라 (샤를 보들레르 )

취하라

                샤를 보들레르 

 

늘 취해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본질적인 문제이다. 

 

어깨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하는,

시간 신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늘 취해있어야 한다.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 

 

술이든 시든, 미덕이든

그대가 마음 내키는 대로 

 

다만 계속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개울가의 푸른 풀밭에서나

그대 방안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그대가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파도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짓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 시냐고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파도가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주겠지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시간 신에게 구속받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거든 취하라”

"늘 취해 있으라”

"술이든 시든, 미덕이든 그대가 마음 내키는 대로.”

삼십세 (최승자 시인)

삼십세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릎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 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아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릎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깔았네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 지성 시인선16, 1989>

상추 (박소란 시인)

상추

          박소란 

 

퇴근길에 상추를 산다

야채를 먹어보려고

좀 건강해지려고


슈퍼에서 한봉지 천오백원

회원 가입을 하고 포인트를 적립한다

남들처럼 잘 살아보려고 

 

어떤 이는 화분에 상추를 기른다는데

아 예뻐라 정성으로 물을 주면서 

 

때가 되면 그것을 솎아 먹겠지 

 

상추를 먹으면

단잠에 들 수 있다는데

상추가 피를 맑게 한다는데 

 

나는 건강해질 것인가

상추로 인해

행복해질 것인가 

 

밥을 데운다 

 

냉장고에서 묵은 쌈장을 끄집어낸다

상추가 포장된 비닐을 사정없이 찢는다

찢은 비닐을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치는 나는 행복해질 것인가 

“왜 결혼하려는 거야?”(윤미나)

“왜 결혼하려는 거야?”

결혼해야겠다고 느끼는 솔직한 이유는 이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가장 즐거워지니까” 

 

나의 시계가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아예 고장 난 것은 아니니,

누군가를 지금 당장 만나야 한다고 스스로 닥달하거나

결혼을 향해 무작정 눈감고 질주하지 말고

지금 걸어가는 나의 인생길에 자연스레 따라오게끔 해야겠다.

혼자서도 하루하루를 즐기며 꽃이 핀 길을 걷다 보면,

어느 길 한모퉁에서 “날씨 참 좋지 안았요?”라며 같이 길을 걷는 사람이 생겨나겠지.

만약 그 긴 시간 “꽃길을 걸어보아도 누구하나 말거는 이가 없다면?

그래도 괜찮다.

꽃이 가득한 길을 걸었으니 그것도 꽃길이다 ! 

 

(윤미나 저, ‘38살, 아직도 연애중입니다’ 중 ‘38살 연애의 끝에서 깨달은 점’에서) 

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낮술 한잔을 권하다 (박상천 시인)

낮술 한잔을 권하다

                   - 박상천 시인 

 

낮술에는 밤술에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 것. 그 금기를 깨트리고 낮술 몇 잔을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아담과 이브의 눈이 밝아지면서 낮술 몇 잔에 세상은 환해진다.

우리의 삶은 항상 금지선 앞에서 멈칫거리고 때로는 그 선을 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라. 그 선이 오늘 나의 후회와 바꿀 만큼 그리 대단한 것이었는지.

낮술에는 바로 그 선을 넘는 짜릿함이 있어 첫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입술에서부터 ‘싸아’하니 온몸으로 흩어져 간다. 안전선이라는 허명에 속아 의미 없는 금지선 앞에 서서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그대에게 오늘 낮술 한 잔을 권하노니, 그대여 두려워 마라, 낮술 한잔에 세상은 환해지고 우리의 허물어진 기억들, 그 머언 옛날의 황홀한 사랑까지 다시 찾아오나니.

서른살 (진은영 시인)

서른살

                        진은영  


어두운 복도 끝에서 괘종시계 치는 소리1시와 2시 사이에도11시와 12시 사이에도똑같이 한 번만 울리는 것그것은 뜻하지 않은 환기, 소독 없는 각성몇 시와 몇 시 중간 지대를 지나고 있는지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무언가의 절반만큼 내가 왔다는 것돌아가든 나아가든 모든 것은 너의 결정에 달렸다는 듯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죽을 때까지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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