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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장편소설 『캐럴』(문학과지성사)

2019년에 사는 잘 나가는 40대 성공한 사업가, 1999년에 사는 20대 복학생.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사는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매개로 기묘한 만남을 가지는데, 그 여자는 40대 컨설턴트의 아내이자 20대 복학생의 전 여친이다.

어떻게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사는 두 남자가 같은 여자와 연결돼 있는지 논리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여자야말로 이 작품에서 가장 설명이 되지 않는 존재이니까.

그냥 작품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게 편하다.


작품 속에선 두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반복해 교차한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셋을 포함한 몇몇 등장인물의 동선이 서로 이어지거나 어긋나면서 과거와 미래가 조금씩 포개진다.

이 과정에서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던 두 남자의 삶이 연결돼 있음이 드러나고, 심지어 두 남자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더 이상 언급하는 건 스포일러여서 생략한다.


읽는 내내 현실과 환상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한참 동안 헤매는 기분을 느꼈다.

뚜렷한 서사를 선호하는 내게 이 작품은 미로 같았다.

그것도 꽤 복잡한 미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다르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글쎄...

거기까지 동의하지는 않는다.

캐럴
캐럴
손홍규 장편소설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문학사상)

목차부터 의미심장하다.

1895년 4월 24일. 1956년 7월 19일. 2009년 5월 23일. 2014년 4월 16일.

작품을 읽다 보면 첫 번째 날짜는 전봉준의 처형일자, 두 번째 날짜는 박헌영의 처형일자임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세 번째 날짜와 네 번째 날짜는 굳이 작품을 읽지 않아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날임을 짐작할 수 있을 테다.


이 작품은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엮어냈다

작가는 방대하고도 치밀한 자료 조사 위에 자신만의 통찰을 더해 사건 속 죽음의 의미를 살핀다.

이 작품에서 네 죽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실패'다

전봉준은 동학농민운동에 실패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박헌영은 북한에서 사회주의혁명에 실패해 숙청됐다.

노무현은 자신이 꿈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실패한 뒤 죽음을 맞았으며, 세월호 참사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였다.


오늘날 우리가 죽은 이들이 꿈꿨던 세상보다 후퇴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2021년 대한민국 사회는 신분제 봉건제를 유지하고 있지 않으며, 사상의 자유를 대놓고 억압하지도 않고,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으며, 국민을 무책임하게 죽음으로 내몰지도 않으니 말이다.

죽은 이들의 꿈이 오늘날에 불완전하나마 실현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예언처럼 말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가 어떤 일을 했는지를 기록하는 게 역사라면 우리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기억하는 건 소설"이라고 말한다.

예언은 결국 삶을 이해하는 데에서 나온다는 의미일 테다.


작가가 작품 속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온전히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이 작품에는 역사에 이른 과거와 아직 이르지 않은 과거가 뒤섞여 있고, 작가가 작품 속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온정적이다.

박헌영은 독립운동가이면서 동시에 한국전쟁을 일으킨 전범으로 평가가 극단으로 갈리는 인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간적으로 훌륭한 사람일지는 몰라도, 훌륭한 정치인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도 이 작품이 의미 있는 이유는, 최근 한국소설에서 찾기 드문 무거운 주제 의식과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서 한 번 한국소설 신간 매대를 살펴보라.

다양성 면에서 과연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게중심을 잡아줄 만한 작품이 오랜만에 등장한 것 같아 반갑다.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 강렬했지만 스러진 존재의 희미하지만 영원한 온기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 강렬했지만 스러진 존재의 희미하지만 영원한 온기
윤고은 장편소설 『도서관 런웨이』(현대문학)

제목만 보면 SNS 셀럽이나 모델을 다룬 이야기인가 싶다.

처음 부분은 그렇게 오해할 만하다.

그런데 페이지를 더 넘기면 갑작스러운 실종 사건에 보험 이야기가 뒤섞인 제목과 영 딴판인 블랙코미디가 펼쳐진다.

여기서 끝이냐? 마지막에는 로맨스다.

그것도 가슴 아픈 로맨스.


윤고은 작가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재기발랄한 상상력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다루는 작가의 상상력은 종종 예언이 되기도 했다.

재난 지역 여행상품을 다룬 작품 <밤의 여행자들>이 대표적이다.

다크 투어리즘을 한발 앞서 다뤘던 이 작품은 올해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도서관 런웨이>에서 작가는 결혼 제도를 보험 상품에 포함하는 상상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안심결혼보험'은 결혼 준비 비용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외도 등 결혼 생활의 안정에 필요한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보장한다.

게다가 건강한 사람만 가입할 수 있으니,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은 곧 결혼하기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보증이 된다.

보험은 미혼인 사람에게도 이득이다.

만기까지 미혼으로 남으면 원금의 130%를 환급해주니까.

이게 과연 불가능한 상상일까?

지금도 결혼 전에 상대방의 학력이나 재력, 건강 상태를 서류로 확인하는 사례가 많은데?

작품을 읽고 머지않은 미래에 정말로 결혼보험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작가가 여기서 이야기를 끝냈다면, 세태를 풍자하는 그저 그런 블랙코미디로 끝났을 테다.

작품의 마지막에는 사랑할 대상이 사라져 버린 후에도 사랑을 이어가려는 강한 의지를 다지는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랑에는 정답이 없고 불확실성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고.

사랑을 지키는 힘은 그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용기에서 나오지 보험과 같은 제도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그러므로 사랑이라는 런웨이에선 눈치 보지 말고 자기만의 걸음을 걸어가야 한다고.

좋은 소설이었다.

도서관 런웨이
도서관 런웨이
장류진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창비)

거두절미하고 경쾌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벌어졌던 가상화폐 광풍이 이 작품의 배경이고, 평범한 미혼 여성 직장인 셋의 투자기가 주된 서사의 줄기다.

게다가 장류진 작가는 직장인의 애환을 무겁지 않게 풀어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데뷔와 동시에 문단에서 스타로 떠오른 작가다.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는데, 가상화폐 광풍이 불 적에 어설프게 뛰어들었다가 몇백만 원을 날린 경험이 있어서 의도적으로 몇 달간 이 작품을 외면해왔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작품을 읽는 동안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왔다.

덕분에 작품에 빨리, 그리고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시세가 매초 급변하는데 거래는 24시간 멈추지 않고 이뤄진다.

잠들기 전에 끝을 모르고 오르던 시세가 잠에서 깨어나니 곤두박질치기 일쑤다.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가상화폐로 벼락부자가 됐다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들리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수시로 호가창을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하다 보니 본업은 엉망이 된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부자가 될 기회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하다.


작가는 평범한 청년이 왜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드는지 그 심리를 실감 나게 묘사한다.

침실이 따로 있는 집에 살고 싶은 마음,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 욕실의 물이 방으로 넘치지 않는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 곰팡이가 피지 않는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 유통기한이 임박한 우유 대신 유기농 목장 우유를 먹고 싶은 마음이 뭐 그리 대단한 욕심이라는 말인가.

하지만 쥐꼬리만 한 월급을 모아봤자 물가와 부동산 시세 인상을 따라갈 수 없으니 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게 많은 청년의 현실 아닌가.

욕심이라고 말하기에도 서글프다.


소설의 결말은 이런 서사와 어울리지 않게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가 주인공의 인생을 바꿔놓거나 직장을 그만둬도 될 만큼 큰돈을 벌어다 주지는 않았다.

적당히 현실감이 있는 해피엔딩이다.


혹자는 가상화폐 광풍이 대한민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작가가 지나치게 가볍게 짚은 것 아니냐고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선 가상화폐로 돈을 번 사람보다 잃은 사람이 더 많으니까.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꼭 작가가 짚을 필요가 있을까?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걸 냉정하게 보여준 것만으로도, 가상화폐 투자의 명암을 드러내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싶은데 말이다.

딱 이 정도의 무게감이 좋다.

달까지 가자
달까지 가자
강화길 장편소설 『대불호텔의 유령』(문학동네)

용두사미.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떠오른 단어다.

1부와 2부가 마치 <삼거리 극장>처럼 잘 만든 컬트 무비(이 책의 홍보 문구에서 보이는 호러의 느낌은 별로 없다)의 분위기를 풍겨서 마지막을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마지막 부분인 3부의 내용(그리고 이 작품의 주제로 보이는)은 책 뒤표지에 실린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원한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대물림된 깊은 원한의 감정과 불신, 차별과 혐오를 '사랑의 힘'으로 이겨낸다는 결론은 조금 안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형철 평론가가 추천한 작품이 대체로 쎄한 편인데 역시.

1부와 2부로 촘촘하게 쌓은 이야기의 힘이 마지막에 맥 없이 풀렸다면 지나치게 박한 평가인가.

조금 더 밀어붙였다면 좋았을 텐데.

대불호텔의 유령
대불호텔의 유령
정한아 소설집 『술과 바닐라』(문학동네)

요즘은 과거보다 못하지만, 초기에 대산대학문학상의 위세는 대단했다.

1회 당선자가 김애란 작가, 2회 당선자가 윤고은 작가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당선과 동시에 등단을 인정받고, 당선작은 계간 창작과비평 지면에 실리니 어지간한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 당선보다 권위 있고 실속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난다 긴다 하는 대학생 문사가 모두 공모를 노렸다.

내가 처음 응모했던 2005년 4회 공모의 소설 부문 당선자가 정한아 작가였다.

그런 인연(?) 때문에 나는 작가의 작품을 등단작부터 대부분을 따라 읽었다.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었던 작가는 나이가 들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소설을 읽는 일은 값싸게 간접적으로 다른 인생을 경험해보는 일이다.

작가의 작품을 따라 읽는 과정은 작가의 변화한 삶과 내 또래 여성의 내밀한 고민을 엿보는 일이기도 했다.

작가는 작품 속 다채로운 여성의 삶을 통해 '슈퍼맘'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모성애와 한 인간으로서의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여성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준다.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고뇌, 엄마인 나와 한 인간으로서의 나 사이의 충돌, 모성과 죄의식 사이에서 느끼는 혼란, 막연한 불안감이 작품 곳곳에서 섬세하게 드러난다.

소설과 작가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현실감이 느껴졌다.

이 소설집은 지금까지 읽은 일하는 여성의 현실을 다룬 작품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작품이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인 <달의 바다>와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를 읽으며 느꼈던 발랄함이 그립지만, 앞으로 작가가 나이를 먹으며 소설에 자신의 삶을 어떻게 녹일지도 기대가 된다.

독자로서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건 꽤 괜찮은 일이다.

술과 바닐라
술과 바닐라
하라다 히카 소설 『낮술』(문학동네)

제목답게 주인공이 술을 마시는 시간은 낮인데, 그 이유는 주인공의 직업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른 나이에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확신이 없는 남자와 얼떨결에 결혼했다가 짧게 살고 이혼한 여자다.

경제력 부족으로 딸을 전남편에게 맡긴 주인공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호구지책으로 '지킴이'라는 일을 한다.

주인공은 야간에 고객에게서 의뢰받은 일을 하는데, 일의 종류는 말동무가 돼주는 일부터 청소까지 다양하다.

퇴근 시간이 낮이다 보니, 하루 일과의 마지막은 귀가 전에 반주를 마시는 일이다.


책은 짧은 에피소드 16개로 구성돼 있고,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술과 안주가 등장해 입맛을 돋운다.

주인공은 처음에 자괴감과 슬픔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낮술을 마셨지만, 다양한 고객과 만나며 현실에 지지 않을 용기를 얻는다.

작가는 변화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술과 안주를 녹인다.

한 끼를 맛있게 먹기 위한 주인공의 집착이 꽤 귀엽게 느껴진다.


이 소설 내용을 그대로 20~30분 분량의 심야 드라마 16편으로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드라마 작가 출신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영상이 자연스럽게 눈앞에 떠오르더라.

술이 당긴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내용을 쉽게 따라갈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결국 주문해버렸어. 기세 좋게 말이지"와 같은 일본 드라마 특유의 오글거리는 문장만 무시한다면 치유물로 훌륭한 소설이다.

낮술 1 - 시원한 한 잔의 기쁨
낮술 1 - 시원한 한 잔의 기쁨
강일권 비평집 『K-POP 신화의 그림자』(안나푸르나)

사전에서 비평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봤다.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여 가치를 논함'이라는 의미가 가장 먼저 보였다.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 영역을 살펴보면, 사전에 나온 의미대로 비평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사물의 그름과 추함을 분석해 가치를 논하는 순간, 비평의 대상을 비롯해 여럿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논쟁을 겁내지 않는 대한민국의 몇 안 되는 대중음악평론가이다.

그러다 보니 저자가 여기저기서 공격받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그 공격이 저자에게 유효타를 입히는 모습을 본 일이 없다.

저자의 무기는 탄탄한 논리와 방대한 지식이다.

저자는 첫 번째 저서인 이 책에서도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첫 번째 목차 제목부터 '활보하는 가짜 레전드'이고, 표절 가수와 작곡가의 실명을 거론하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뒤이어 '쇼미더머니'의 영향, 음원사재기 논란, 심의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룬 비평이 줄줄이 이어진다.

어디에도 주례사 비평은 없다.


비평집이니 읽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쓸데없는 수사를 배제한 간결한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사한다.

읽기 쉬우면서도, 확실한 근거와 논리를 보여주기에 좋은 문장이다.

저자가 힙합과 알앤비 비평가인 만큼, 해당 장르의 음악을 언급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해당 장르의 음악을 몰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풀어서 설명해야 할 부분은 잘 풀어져 있어 가독성이 훌륭하다.


첫술에 배부르겠냐마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책 후반부에 실린 비평과 분석 또한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K-POP 신화의 그림자>라는 제목과 잘 어울렸던 전반부와 비교해 색깔이 다르다.

전반부를 대목차 <K-POP 신화의 그림자>로 묶고, 후반부를 다른 이름의 대목차로 묶은 뒤, 그 아래에 소목차를 두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례사 비평 같은 감상만 남기는 건, 저자를 향한 예의가 아닌 듯해 마지막에 겐세이를 보탠다.

K-POP 신화의 그림자 - 투올더뮤직키즈
K-POP 신화의 그림자 - 투올더뮤직키즈
김경욱 장편소설 『나라가 당신 것이니』(문학동네)

스릴러를 기대했는데, 기대와 달리 소동극에 가까웠다.

이 작품은 과거 안기부(더 멀리는 중정) 소속이었던 칠순 노인 몇 명이 모시던 상사의 지령을 받아 한국과 미국을 떠도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올드보이들은 영화 <1987>에 등장하는 치안본부 '박처원' 치안감처럼 세상이 빨갱이로 가득 차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상사의 지령을 맹목적으로 받든다.

여전히 과거에 젖어 사는 이들은 작품이 끝나기 직전까지 시대착오적이면서도 과대망상에 빠진 태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종종 올드보이의 시점에서 보는 세상을 실제인지 환상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서술함으로써 과대망상 효과를 극대화한다.

스케일이 큰 블랙코미디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개연성 면에서 아쉬웠다.

올드보이들이 상사를 찾는 여정은 퍼즐을 풀어가는 과정을 닮았는데, 우연과 우연이 작품 끝까지 겹쳐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차라리 상사를 만나지 못하고 자멸하는 설정이 낫지 않았을까.

그런 설정을 했다면 올드보이들이 마지막에 각성하기 어려웠겠지만, 더 설득력 있는 무언가를 내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나라가 당신 것이니
나라가 ��당신 것이니
최유안 소설집 『보통 맛』(민음사)

읽는 내내 미묘하고도 불편한 긴장감이 서늘하게 몸을 감쌌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은 몇 작품을 제외하면 누구나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겪어봤을 만한 상황을 그린다.

그런데도 읽는 내내 낯설었다.

드러내면 불편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다양한 감정을, 소설이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우리가 인간관계 속에서 수시로 경험하는, 남들에게 대놓고 말하기 어려우면서도 찝찝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만 끝내 실패한다.

이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데, 우리는 그 모습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드라마 <미생>이 화제를 모으던 시절을 떠올려 보자.

당시 술자리에서 자신을 '오 차장'이라고 자처하는 '마 부장'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좋은 가족, 좋은 친구, 좋은 동료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멀리서 봤을 때는 좋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별로여서 사이가 어색해지고, 좋은 사이였는데 일로 엮여 원수가 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한 풍경 아닌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외부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의 차이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이 소설집은 그 차이를 미시적으로 살피며, 우리에게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다.


이 소설집은 단지 우리가 그런 약하고 한심한 존재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결국 실패하지만, 그 실패를 통해 나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우리가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려면, 좋은 사람이 되려는 의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 소설집이 독자에게 전하는 핵심 주제다.

보통 맛
보통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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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6인의 평론가들이 주목한 이 계절의 소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2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 있던 이 책, 망나니누나와 함께 되살려봐요.
[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이런 주제로도 독서모임이?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함께 풀어요.스몰 색채 워크샵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그믐 라이브 채팅 : 5월 16일 목요일 저녁 7시, 편지가게 글월 사장님과 함께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권여선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수전 팔루디 『다크룸』(아르테)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2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0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9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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