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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잿더미의 유산 (팀 와이너)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다섯 가지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다가 가끔 필요하면 근처에 있는 험악한 덩치들을 격투기로 순식간에 제압하는 현장 요원? 아니면 어두운 방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해외공작 계획을 짜고, 동시에 자기들끼리도 암투를 벌이는 양복 입은 백인 중년 남성들?

만약 그렇다면 2차 세계대전부터 조지 W. 부시 정부까지, CIA의 역사를 다룬 팀 와이너의 『잿더미의 유산』을 읽으며 여러 번 놀라게 될 것이다. 꼭 1000페이지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헐, 이게 진짜야?”라고 혼잣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어떤 조직이 이렇게까지 무능하고 멍청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서다. 놀라기는 미국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닉슨은 CIA에서 올린 보고서 여백에 ‘쓸모없음. 신문으로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메모했다. 그 자신이 CIA 국장을 지내기도 했던 아버지 부시는 대통령이 된 뒤 “CIA보다 CNN이 더 낫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 관련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한다. 6·25 전쟁 당시 한국에 온 CIA 서울지부장이 자기 부하들이 어떤 사람인지 조사했더니 200명 중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CIA 서울지부는 한국인 대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는데, 이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사기꾼이었다. CIA의 공작 자금으로 풍족하게 살면서, 북한과 중국에서 만든 역정보를 보고하고 있었다.

CIA가 6·25 중 온갖 말도 안 되는 작전을 펼치고 번번이 실패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CIA는 그때마다 의회에 ‘전략작전 수행’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북한 내 저항세력을 우리가 통제하고 있다”고 허풍을 쳤다. 이후 소련, 쿠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읽는 독자가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충격과 경악을 잔뜩 선사하는 책이지만 함부로 의심할 수가 없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민완기자 출신이자 퓰리처상 수상자다. 게다가 서문에서 ‘익명의 소스나 루머는 전혀 인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공식 기록과 전현직 CIA 국장 10명을 비롯한 실명 취재원의 인터뷰로만 썼다’고 못을 박았다.

책이 그리는 CIA의 종합적인 이미지는 ‘통제받지 않은 채 국가 예산으로 황당한 짓거리를 벌이는 아마추어들’이다. 최고경영자가 비전이 없고 임원들이 무능할 때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긴 우화처럼 읽히기도 한다. 문득 우리의 국가정보원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잿더미의 유산(양장본 HardCover)
잿더미의 유산(양장본 HardCover)
520. 메디치 가문 이야기 (G. F. 영)

르네상스에서 종교 개혁까지, 대하 사극 시리즈를 보는 기분. 카테리나 데 메디치, 카테리나 스포르차, 안나 마리아 루도비카 같은 여걸들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역시 반듯한 모범생들보다 엇나가거나 모자란 인간들의 삶이 특히 재미있다. 권력자들의 이름은 잊혀졌는데 예술가, 사상가들의 이름은 불멸이 되었다.

메디치 가문 이야기
메디치 가문 이야기
519. 히치콕 (패트릭 맥길리건)

징그러울 정도로 길고 자세한 평전. 영화가 아니더라도 예술 분야를 꿈꾸는 이들은 읽으면 힘을 얻을 것 같다. 그처럼 걸출한 작품들을 내려면 좌절하지 않고 끝없이 협상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트뤼포가 아니었더라면 히치콕은 지금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걸출한 명성을 얻으려면 평단에서 강력한 옹호자를 구해야 한다는 뜻일까?

히치콕 Hitchcock
히치콕 Hitchcock
518. 도덕의 궤적 (마이클 셔머)

진화 과정에서 기본 감정이, 집단생활에서 정의에 대한 감각이, 국가와 함께 형사사법제도가 싹텄다고 분석. 응보적 정의를 회복적 정의로 바꾸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여태까지 도덕이 어떤 방향으로 확대됐다고 해서 그것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까지 대답해주는가 하는 의문은 든다.

도덕의 궤적 - 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
도덕의 궤적 - 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
517. 시간의 탄생 (알렉산더 데만트)

물리학 서적은 아니고, 시계, 달력, 일주일, 시대 구분 등 시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길고 자세한 이야기. 옛 그리스인에게는 연도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시간의 탄생
시간의 탄생
크람스코이 <관조자>

러시아화가 크람스코이가 그린 <관조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스메르쟈코프의 '관조'하는 자세를 이야기하며 언급한 그림이다.

Auto-GPT

Auto-GPT 어떻게 설치와 실행까진 완료했으나 프로그래머가 아닌 자가 감당할 수 없는 온갖 에러들로 수습이 안 됨. 덕분에 AI에 의한 인류 멸종이 며칠쯤 지연되었다.

챗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챗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젊은 여성들에게 연구를 맡기겠다고요?

인류 조상의 화석을 발굴한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가 비서 출신의 26살 제인 구달과 물리치료사 출신의 다이앤 포시, 23살 대학원생이던 갈디카스를 영장류 책임 연구자로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루이스 리키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지요. 하지만 그는 이 여성들에게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맡기고 적극 지원합니다.


그들은 각각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곁에서 어떤 남성 연구자들보다도 용감하고 지혜롭게, 또 끈기 있게 장기 연구를 지속했습니다. 계량적인 방법 대신 동물들의 행동을 이야기처럼 기록하면서, 어떠한 외부 비판에도 자신들만의 길을 가기를 포기하지 않았죠. 저자 사이 몽고메리는 『유인원과의 산책』에서 이 세 여성이 어떻게 자신들의 영혼과 연결된 동물들을 이해하고 살리는 일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합니다.


📌 (p.19-20) 세 여성과 동물 간에는 신뢰가, 그 어떤 것과도 다른 특별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 신뢰 관계를 위한 협정 내용을 작성한 장본인은 인간이 아니라 바로 동물이다. 이 관계는 동물이 주도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나를 죽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나의 신뢰는 단지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내게 엄청나게 가치 있다는 느낌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다.

유인원과의 산책
유인원과의 산책
번역가의 인생책 함께 읽기 ①

책으로 하는 세계 여행,

번역가의 가이드로 함께 떠나요.



“한 권의 책을 읽는 일은 하나의 세계를 여행하는 방법과 유사합니다. [번역가의 인생책]에서는 번역가가 가장 먼저 읽고 연구하고 번역한 문학 작품을 함께 이야기 합니다. 이를 통해 문학 작품을 보다 깊이 읽고 작가의 세계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29일동안 천천히 그리고 깊게, 번역가와 함께 새로운 책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기획의 말_김혜나 소설가


평론가에 이어 인생책을 소개해 주실 분들은 작가의 언어로 그 작품을 가장 먼저 만나고, 번역을 통해 세계를 여행하는 번역가들입니다. [번역가의 인생책 함께 읽기]에서는 세 분의 번역가와 함께 합니다.


처음 함께 하는 분은 윤석헌 번역가입니다. 함께 읽을 작품은 윤석헌 번역가가 번역한, 아니 에르노의 <젊은 남자>입니다.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의 최신작인 <젊은 남자>는 작가가 오십 대 시절 만났던 젊은 남자와의 만남을 그린 자전적 이야기로,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던 원고를 2022년 5월 보완해서 출간되었습니다. <젊은 남자>에는 프랑스 원문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번역가의 길잡이로 떠나는 프랑스 문학 여행, 함께 하실래요?



신청 기간 4/25(화)~ 5/1(월) (아래 인생책 함께 읽기 링크를 클릭하면 ‘참여 신청’ 하실 수 있습니다.)


모임 기간 : 5/2(화)~5/30(화) (모임은 29일간 열립니다. 참여 신청을 하시면 그믐의 알림과 개인 이메일로 모임 진행 상황을 안내해 드립니다.)


아니 에르노, <젊은 남자> 함께 읽기



5월 25일에는 윤석헌 번역가와 함께하는 북토크도 열립니다.

오프라인 북토크 : 5월 25일(목) 저녁 7시, 초콜릿책방(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북토크 신청과 관련한 공지는 다시 전하겠습니다.




윤석헌 번역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파리8대학에서 조르주 페렉 연구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호르헤 셈프룬의 『잘 가거라, 찬란한 빛이여…』, 크리스텔 다보스의 『거울로 드나드는 여자』, 아니 에르노의 『사건』, 델핀 드 비강의 『충실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조르주 페렉의 『나는 태어났다』 등이 있다.




번역가와 ‘함께 읽기’란!


-책은 각자 준비합니다.

-모임지기인 번역가가 이끄는 방식에 따라 29일 동안 책을 함께 읽습니다.

-번역가가 던지는 책에 관한 질문에 답해봅니다.

-그날 읽은 분량에 대한 소감을 남기거나, 좋았던 문장을 공유합니다. 다른 참여자들의 단상을 읽고 내 생각을 보탭니다.

-책 한 권을 완독하는 동시에 책에 관해 깊고, 맥락 있는 대화를 서로 나눕니다.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그믐의 홍보 활동을 위한 콘텐츠 제작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참여 관련 궁금한 사항은 gmeum@gmeum.com으로 문의 주세요

516. 오리지널 마인드 (엘리너 와크텔)

세계적인 작가와 사상가 16명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 제인 구달과 올리버 색스는 즐겁고, 조지 스타이너와 해럴드 블룸은 다 동의하진 않아도 공부가 됐다.

오리지널 마인드
오리지널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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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수전 팔루디 『다크룸』(아르테)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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