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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노화와 장수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과 식물은? 그들이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세포는 살아가는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분열하고 소멸할까? 무엇이 인간의 노화를 촉진하고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을 읽으며 이런 것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고 생각하게 됐다. 장수와 노화뿐 아니라 실험실 안 동물들,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학자들, 그 학자들을 외면하는 주류 의/과학계,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등에 대해서도.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세월의 무게를 덜어 주는 경이로운 노화 과학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세월의 무게를 덜어 주는 경이로운 노화 과학
20240429-낭독기초반-송정희성우-5

🚩5주차 완료/이번주 미션(★복독★필수)


📍<나에게, 낭독> 책에서 '가끔 서툰 나에게'를 녹음파일로 만들어주세요.


+ "내가 말을 이렇게 하고 산다고요?" 20~30번 다르게 연습 후 가장 딱 맞던 버전으로 녹음!

(다음주 월요일(5/6) 오후 3시전까지)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녹음파일로 만들어주세요.

(다음주 월요일(5/13) 오후 3시전까지)


1. 각각 적어도 한 개의 녹음파일을 단톡에 올려주세요.(여러 개의 녹음파일을 자유롭게 올리셔도 괜찮아요) 

2. '어떤 문장'이 내 마음에 와닿았는지 알려주세요.

3. 그 문장이 '왜' 내 마음에 닿았는지 알려주세요.

4. 읽으면서 '느낀 점'을 나눠주세요.(길어도 짧아도 괜찮아요)


 ⚠다음 수업은 5월 13일(월)입니다.

A4 종이 4~5장(스케치북도 좋아요)

크레파스, 색연필을 준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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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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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후 생각한 것들


  • 소리를 : '오이으' 모음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 읽는: 잉는


로즈웰 가는 길 - 코니 윌리스

(내 기준) 독특하고 참신한 SF소설을 쓰는 코니 윌리스의 소설.

외계인을 믿지 않는 여자가 외계인 덕후와 결혼하려는 친구를 말리러 외계인덕후들의 도시 로즈웰에 갔다가 진짜로 외계인을 만나 모험(?)에 휩쓸리는 이야기이다. UFO 출몰 지역, 51구역 등 외계인에 대해 미국에 떠도는 온갖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알고보니 절반은 진짜라는 설정도 웃기지만, 코니 윌리스 소설답게 수다와 말장난, 농담이 넘쳐나고 당연히 아주 상투적인 로맨스도 있다. '인간들은 말도 못하게 한심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워'라고 말하는 것 같은 코니 윌리스의 소설을 나는 참 좋아한다. 심심할 때 읽어볼 것을 추천, 그런데 매우 취향을 탈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해본다.

로즈웰 가는 길
로즈웰 가는 길
그림책 읽는 나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 독자의 상호작용이다. 같은 텍스트라 하더라도 읽는 이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글은 모두 다르게 읽힌다. 만약 당신이 그림책을 아이들만이 읽는 ‘쉬운’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할지 모른다. 능동적인 독자라는 전제 하에, 이 책은 글밥이 얼마 되지 않는 그림책들로도 인간의 사유는 확장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오랜 기간 특수학교에 재직해 온 경험을 다양한 국적의 그림책들과 연결짓는다. 보편적이고 선형적일 수 있었던 그림책의 교훈들은 저자의 개별적인 경험과 만나면서 그 의미와 해석이 더욱 풍부해지고 다채로워진다. 이중에는 J에게 읽혀주었던 것들도 있어서 이 책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다양한 관점으로 얘기해 볼 수 있었을텐데 싶어 조금은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다. 


책을 다 읽고나면, 우리가 그리고 사회가 대답하지 못한 몇 개의 질문들이 가슴 속 깊이 무겁게 자리한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충분한 배움과 경험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그 아이들이 자랐을 때 최소한의 일자리조차 사회가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리고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공감과 인식이 지난 이 십년간 계속 뒷걸음질 하고 있다는 것도. 


내가 사는 동네에는 인터넷에서 꽤 유명한 특수학교가 있다. 특수학교를 지으려하자 집 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주변 주민들이 항의한다는 기사에 댓글로 종종 등장하는데, 무려 강남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주변 집 값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근거로 언급된다. 특수학교를 짓자는 말이니 언뜻 보면 진보적인 주장인데 그 당위가 집 값이라니 조금 이상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누군가가 설득된다면 다행이겠지.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이 학교를 떠올린 건 조금 다른 이유에서였다. 책에서는 저자가 학교 아이들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체험 등을 다녀오는 경험이 몇 번 등장한다. 그런데 나는 동네에서 단 한 번도 장애아동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십 년 넘게 단 한 번도. 아마도 대부분 학교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겠지만 초등학교 근처에는 초등학생들이, 중학교 근처에는 중학생들이 많이 보이는 게 당연한데 왜 특수학교는 그렇지 않은가 싶어서 안타까웠다. 부디 내가 못 본 것이길, 동네에 있는 배리어프리 공원이나 산책로를 이 친구들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기를.


전 직장에서 좋아하던 선배의 전자메일 서명에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고 적혀 있었다. 사십 대에 들어선 지금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한다. 일상에서 신념을 가지고 사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그런 이를 보면 자연스레 존경심이 생긴다. 오늘이 그랬다.

그림책 읽는 나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그림책 읽는 나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20240422-낭독기초반-송정희성우-4

🚩4주차 완료/이번주 미션


📍<나에게, 낭독> 책에서 '삶이 묻어나는 소리'를 복독(반복해서 낭독) 후 '녹음파일'을 만들어주세요.

(다음주 월요일(4/29) 오후 3시전까지)


1. 적어도 한 개의 녹음파일을 단톡에 올려주세요. (여러 개의 녹음파일을 자유롭게 올리셔도 괜찮아요) 

2. '어떤 문장'이 내 마음에 와닿았는지 알려주세요.

3. 그 문장이 '왜' 내 마음에 닿았는지 알려주세요.

4. 읽으면서 '느낀 점'을 나눠주세요. (길어도 짧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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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꾸미지 않고, 진심을 담아서 소리를 꺼내면 된다.'


2. 가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진심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적인 마음이 들곤 했다. 내 진심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할 때가 많았고 그 행동이 익숙해졌다. 그렇게 나는 점점 고장난 상태인 줄도 모르고 살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목소리는 정직하다. 진심인지 아닌지 다 드러난다. 불안한 마음, 두려운 마음, 편안한 마음. 뿌듯한 마음. 숨겨지지 않고 목소리에 담긴 마음들. 그걸 어렴풋이 알아가며 낭독했다. 스스로에게 진심의 가치를 되찾는 문장이라 마음에 와닿았다.


3. 초보 낭독자의 고민이 담긴 텍스트에 공감이 잘 되어서 그럴까. 이번 낭독 과제를 하면서는 처음으로 마음이 편했다. 더듬거나 발음이 뭉개져도, 그런 나를 받아들이며 낭독을 했다. '괜찮아요.' 선생님의 목소리가 자주 떠올랐다. 그 말을 나도 따라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다. 정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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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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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후 생각한 것들


▶ 소리를/ 읽는/

발음 잘 안 됨 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초승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객창 한등에 정든 임 그리워 잠 못 들어 하는 분이나, 못 견디게 쓰린 가슴을 움 켜잡은 무슨 한번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달을 보아주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다. (••·) 내가 한 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러한지는 모르지마는, 내가 그 달을 많이 보고 또 보기를 원하지만, 그 달은 한 있는 사람만 보아주는 것이 아니라 늦게 돌아가는 술주정꾼과 노 름하다 오줌 누러 나온 사람도 보고, 어떤 때는 도둑놈도 보 는 것이다. 어떻든지, 그믐달은 가장 정 있는 사람이 보는 중에, 또는 가장 한 있는 사람이 보아주고, 또 가장 무정한 사람이 보는 동시에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많이 보아준다.
초승달
초승달
992.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곽재식)

어떻게 저렇게 책을 빨리 쓸 수 있나 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작가가 두 사람 있는 한 분은 정명섭 작가, 또 한 분은 곽재식 작가다. 괴물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졌을까 추측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전라도에서 꽤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듯한 삼구일두귀가 ‘행운의 편지’ 방식으로 전파됐을 거라든가, 강철이라는 요괴는 전쟁에 대한 추상적인 비유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풍문부터 실록까지 괴물이 만난 조선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풍문부터 실록까지 괴물이 만난 조선
991. 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 (김영준)

한겨레신문 연재할 때부터 언제 책이 나올까 궁금해 하며 기다렸다. 예술과 윤리를 둘러싼 이야기들에서 균열을 포착하고 거기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결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글이 아니건만 읽고 나면 어쩐지 나는 그 전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는 작가 자신을 설명하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
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
빈 서판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스티븐 핑커는 인지 심리학자(cognitive psychology) 및 언어 심리학자이며 진화 심리학과 ‘마음에 대한 컴퓨터 이론 (the compuational theory of mind)’의 지지자라고 소개한다. 


역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인지 심리학이란 행동주의 심리학(behaviorism)에 상반되는 현대 심리학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인지 심리학의 한 분야로서 언어 심리학이란 인간의 언어 기능 또는 능력이 행동주의 심리학이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라고 한다. 스티븐 핑커뿐 아니라 노암 촘스키와 같이 진보적 입장에 선 과학자들도 인간의 언어 능력은 선천적이라 한다. 보통 사람들도 쉽게, 진화론적으로 인간에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게는 언어 능력과 이성적 추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마나 스티븐 핑커에 대한 이런 소개가 필요한 이유는 나처럼 그의 학문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소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효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인지심리학, 진화 심리학에 대한 간소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심리학적 이해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혹은 무엇이라 파악하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에 따라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 방식과 그 문제에 대한 처방과 해결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는 ‘빈 서판(Blank Slate), 고상한 야만인, 기계 속의 영혼’이라는 개념을 인간 본성에 대한 대표적 오해 혹은 착각의 삼위일체론이라고 비판한다. ‘빈 서판’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마음과 지성이 백지 상태로 태어나며 주변 환경에 따라 규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그 주변 환경의 인위적 조작을 통해서 얼마든지 변혁이 가능하고 최종적으로는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상한 야만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인간은 원시 상태에서는 고상했지만 근대의 자본주의 근대 문명이 그들을 타락시켰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기계 속의 영혼’이란 앞의 두 개념과는 약간 그 궤를 달리한다. 앞의 두 가지가 다소 유물론적 입장이라면 ‘기계 속의 영혼’은 데카르트 합리론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그 우월한 영혼이 기계인 인간의 몸과 행동을 규정하고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앞의 두 가지와 같은 의미로 읽어야 한다. 


제목이 ‘빈 서판’이라, 이 개념을 옹호하는 것 같지만 반대로 이 책은 인간의 마음과 지능은 백지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일종의 경험주의적 유물론적 사고를 비판하고 부정하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물론, 인지 심리학은 기본적으로 진화 심리학이고 진화 심리학이란 유물론적 입장에 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화’란 개념은 무기물이 탄소 원자를 분자의 구성물에 포함시킴으로써 유기 분자가 되고 생명체가 되었던 것처럼, 또 암수가 분화되고 식물과 동물이 나뉘어졌던 것처럼, 인간이 감정과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을 일종의 심리적 진화 과정이라 파악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영혼이 있다면 그 마저도 진화의 산물이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스티븐 핑커는 진화 심리학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무수한 우연성 속에 마주하는 인간과 ‘인간 역사’의 운명을 동시에 말한다. 이렇게 종합적인 사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가 유명한 지식인(public intelligent)으로 세계적 명성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화론과 과학을 말한다 해서 기계적 유물론을 말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일이다. 삶의 경험이 부족한 어린애가 아니라면 사람의 인생과 역사에 운명적 우연을 부정하는 것처럼 무지한 어리석음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바꿔 세상을 변혁시키겠다는 실험은 소비에트 혁명, 캄보디아 크메루 루즈 정권의 대학살, 히틀러의 나찌 정권 등 20세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로 끝났다(나찌 철학은 경험론적 유물론이 아니라 ‘기계 속의 영혼’처럼 관념론적 우월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역사적 실험의 결과는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련이 붕괴한 후 서방의 지배 엘리트 계급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신속하게 자유주의적 세계 체제로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9.11테러라는 슈퍼 일국 체제에 대한 저항이 있었고 그 응징으로 이라크 침공,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국내적으로 미국은 이 시기를 전후해 소련의 붕괴와 함께 다 꺼진 불인줄 알았던 혁명적 유물론이 다시 창궐하기 시작하는 것을 인지했는데 2004년 이 책이 나온 배경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2016년에 이 책이 번역되었는데 한국 사회에서도 뒤늦게 이런 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유와 평등’의 개념은 충돌한다. 20세기의 급진적 실험이 실패한 것이 분명하지만, ‘자유’란 개념의 완전한 승리로 끝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유와 평등’의 개념은 경제학의 필립스 곡선의 ‘고용과 물가’의 관계처럼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유와 평등'의 개념을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적정한 균형이 필요한 개념'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통화 정책을 통해 거시 경제를 조작하듯이 양자의 균형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이 출현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 작가의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읽으니 스티븐 핑커가 미국의 정치 제도가 이 두 가치의 균형을 가장 적절하게 제시하는 정치 체제로 소개한 다고 썼는 데 나는 그런 언급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그 굳이 균형에 대해 생각하면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의 인민들이 훨씬 더 나은 개념처럼 보인다. 각각의 정치 경제 엘리트들에게는 미국이 불만족스럽겠지만 상당수의 중간 계급은 독일과 일본과 같은 2등 국가 쪽이 더 행복하다고 보고 싶다.


서방 엘리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세계화 정책은 선진 경제 사회에는 양극화를 가져왔지만 중국 중산층의 성장을 통해 세계적으로는 평등이 확장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중국 사회의 전체주의적 경향성의 강화와 대만 침공 시도는 중국 사회도 마찬가지로 내부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스티븐 핑커는 정치, 폭력, 성, 어린이, 예술과 인문학의 영역에서 “빈 서판”이란 사고에 지배되는 이데올로기들을 비판한다. 이중 어린이 부분에서 행동 유전학에 근거해 세 가지 법칙을 말한다. 인간은 유전적 영향에 강하게 지배받는다. 그러나, 동일한 가정 환경은 그 영향이 미미하지만 개별적 경험 특히 또래 경험을 통해 유전적 경향이 발화되는 것은 크게 다르다는 내용이었다(그러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너무 죄책감을 느끼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예술과 인문학에서는 ‘성 선택’ 이론에서 가져 온 개념들로 적극 설명하면서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반근대성을 비판한다. 아마도 모더니즘 내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사조는 ‘고상한 야만인’라는 개념에 거의 날 것 그대로 노출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서양 고전 음악은 적어도 19세기 후반, 특히 20세기 초반을 지나면 기억하고 연주해야 할 음악과 음악가들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서양 문학도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거의 그 시기에 멈추어 더 이상 그 생산력을 상실해 버린다. 고전 예술의 몰락은 한 마디로 형식의 파괴에서 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음악에서는 화성과 화음을 파괴한 불협 화음 등이 대표적이고 미술에서도 인상주의Impressionism에서 시작되는 형식의 파괴와 궁극적으로 추상 미술의 등장을 그 대표적 예로 든다. 캔버스 위의 네모, 세모, 원 그리고 격자 무늬에 그렇게 높은 그림값을 매기고 소위 ‘팝 아트’라며 만화같은 그림에 거액을 갖다 바치는 불합리는 성선택을 통해서 또는 행동 경제학으로 합리화하게 된다.


20세기는 계급 해방, 성 해방, 민족 해방과 같은 인간 해방의 旗幟(기치)가 인간 역사의 그 어느 시기보다 하늘 높이 휘날렸던 시대였다. 그리고 적어도 21세기에도 여전히 그런 가치들에 대한 신념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일종의 신앙인 또는 종교 집단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과학은 우리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시키고 우리를 계몽시키고 있다.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록 우린 보다 더 현명하게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처럼 읽힌다.


"있는 그대로의 인간 민낯을 보고 이야기하자."

달리는 '광대'의 성난 외침

나온 지 꽤 된(원서 2007년, 한국어판 2012년) 이탈리아 코미디언이자 정치가 베페 그릴로의 책이다. 본업이 코미디언이니까 공공의 광대를 자칭한 것인가 싶기도 했는데, 검색하니 이 사람을 비판하는 미디어들도 비꼬아서 크라운 프린스라고 하니 나름 여러 의미를 담은 자칭인가 싶다. 이 책 이후 세상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저자의 정치 활동에 대한 평가는 각각이겠다만(트럼프랑 동급으로 묶이기도 하는 듯...) 어쨌든 이 책이 지적했던 문제들에 틀린 이야기는 없는 것 같으니(이탈리아어도 모르니 다 검색해서 체크하진 못하고, 어느 정도 찾은 뉴스들을 보고 짐작할 뿐이다만) 당시의 이야기에 집중할 뿐이다.

 당장 서문부터 열기가 훅 뿜어져 나온다. "곁을 스치는 쓰레기 같은 현실을 그냥 쳐다보기만 하는 것,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만큼 치욕스러운 삶은 없다. 그 자괴감은 우리 몸 안의 에너지와 영혼을 몽땅 빼앗아 간다." 정치적 행보는 둘째치고 입만 털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저자의 비판만 뜨거운 게 아니라 나열되는 정보들도 놀랍다. 시작은 저자가 범죄 이력이 있는 정치인들을 국회에서 몰아내려 했던 정화 운동의 기록인데, 막연히 뇌물이나 권력 남용을 생각하고 검색하니 이 종목들은 기본이고 갱단 활동, 방화, 납치(!)까지 아주 후덜덜하다. 그릴로의 말마따나 "이탈리아 범죄의 온상지 나폴리 스캄피아 지역의 주역 범죄자 수보다 높은 숫자"의 범죄자들이 내가 사는 나라 국회에 있다면 뚜껑이 열릴 법도...한국 국회도 선거 때마다 전과자 후보들 이야기는 나온다만, 잠자는 사람 몸에 불을 붙이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겠...지?

No Tav 운동(놀랍게도 아직도 하고 있었다! 2010년에 이 운동 때문에 저자는 체포도 되었던 모양이다...), 식수 민영화(!!!!!!!!)의 폐해, 장르 불문 범죄자 단체 사면(!), 임시고용법으로 악화된 청년 실업률...이탈리아 시민들을 괴롭히던 문제들을 지적하는데, 이 문제들이 다 심각하긴 하지만 이 넓은 범위를 다루는 열의가 더 놀랍다.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받았다고는 해도, 한 두 분야면 모를까 정경유착부터 환경, 국제관계, 미성년 대상 범죄까지 다루는 건 어지간해서는 힘들지 않을까. 거기다 아예 공직자랑 언론인들 가족 관계를 쫙 나열한 부분을 보면 용케 살아있다 싶다. 아무리 온라인에서 이미 돌던 정보라고 본인이 써놨다만, 수식어를 찾을 수 없는 배짱이다.

경악스러운 전화요금 제도는 다행히 지금은 개선된 모양이고 2020년 마지막으로 책정된 '사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도 이 책이 쓰여진 2007년보다는 올랐으며(70위에서 58위. 대한민국은 5위더라) 당시 돈으로 4천 5백만 유로 들여놓고(가치 환산 사이트에서 계산하니 지금 한화로 약 천 억...) 내용이 아예 없었다는 국가 관광 포털 사이트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발칸 증후군은 미국이 부인하니 어느 순간부터 현황 기사가 없다가 슬프게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다시 언급되긴 하지만 자세한 정보를 찾는 건 실패했고, 후반부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근황을 알 수 없으나 나아졌기만 바랄 뿐...

십 년도 더 전의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일들. 지금도 해결까지 갈 길이 멀어보이고 여러 모로 심란하지만, 늦게라도 읽어본 의미는 있었다. 

진실을 말하는 광대
진실을 말하는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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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세계적 사상가 조너선 하이트의 책, 지금 함께 읽을 사람 모집 중!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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