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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의미

연휴가 끝나간다.

한 일도 없는데 5일이라는 시간이 사라졌다.

나는 낙담하고 나의 무능력에 실망감보다는 지겨움을 느낀다.

우울감이 커져 나의 바이블 <인생의 모든 의미>를 다시 펼쳐 들고 읽어본다.


보물섬을 발견하리라는 기대 없이, 승전보를 울리며 항구에 도착한 나를 맞아주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헹가래에 대한 설레임 없이 계속해서 배를 탈 수 있을까? 카잔차키스와 율리시스는 그렇다고 한다. 결국 삶이란 항구가 아니라 배 위의 여정 그 자체이므로. 하지만 칠흑같은 바다의 밤은 무섭다. 나는 배가 어디로 가는지 몰라 불안하고 마실 물이 떨어졌을까 신경이 곤두선다. 그래도 계속 가야 한다. 따스한 햇빛과 무서운 천둥을 모두 환영하면서.


장군님, 싸움이 끝나가니 제 사정을 보고하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이렇게 싸웠습니다. 부상당했고, 상심했지만,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공포로 턱이 떨렸지만, 붉은 손수건으로 이마를 동여매 혈흔을 감추고 돌격했습니다.
언젠가
언젠가
734.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성공한 이들의 확신 가득한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어째 세뇌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기분이 되려고 이런 책을 읽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앞부분은 꽤 후끈한 분위기로 책장을 넘겼는데 뒤로 가니 열기가 좀 가라앉긴 한다.

타이탄의 도구들(블랙 에디션)
타이탄의 도구들(블랙 에디션)
733. 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온다 리쿠의 데뷔작. 중반은 재미있는데 초반이 어수선하고, 결말은 다소 허탈하다. 이야기의 중심인 ‘사요코 전설’이 너무 복잡하다.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뒤숭숭한 꿈 같달까.

여섯 번째 사요코
여섯 번째 사요코
사소한 추억의 힘

정치적인 인간인 나는 우울하다.

가난한 나는 요즘 사회의 안전망이 점점 느슨해지고, 구멍이 슝슝 뚫리고 있어서 우울해지고 분노한다.

그 우울과 분노가 나를 파괴하는거 같아 슬프다.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월말김어준을 들으며 낄낄거리고,

위로가 되는 책을 조금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 중 하나가 이책이다.

큰 위로는 아니지만,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수한 분노란 일단 득실을 따지지 않는 분노여야 한다. 손해를 볼 줄 알면서도, 때로는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끓어오르는 분노가 순수한 분노다. 사람 자체에 대한 분노여서는 안된다. 사람의 행위와 행위 뒤편에 있는 의도에 분노할 수는 있어도, 사람에 대한 연민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순수한 분노다. 분노가 증오로 확장돼서는 안 된다. 분노가 오직 분노로만 존재하고 있어 마침내 분노가 해소되었을 때, 뒤끝이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순수한 분노다.
사소한 추억의 힘
사소한 추억의 힘
천사들의 도시

조해진 작가는 완벽한 생애를 읽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진심, 환한숨,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까지 최근작을 주로 읽었다.

천사들의 도시는 작가의 초기작이라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우울해서 읽기 힘들다는 이야기에 망설이기도 했다.

좋은 소설의 정의에 대해 요즘 나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천사들의 도시는 그 정의에 조금 부합하는 거 같다.

단편을 읽으며 이 주인공은 죽은게 아닐까? 타자와 내가 동일인물이 아닐까?

하면서 생각이 널리 퍼져 나갔다.

절망적인 이야기에 한줄기 희망, 쉴 수있는 작은 공간을 남겨 두어서 다행이었다.

힘든 여정에 젊은 시절 흑백사진을 보고 있었던 독서시간이었다.

천사들의 도시
천사들의 도시
732.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유령의 집을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집인데, 글들의 분량이 짧고 대화체라 소설집이라기보다는 괴담집에 가깝다. 실제로 괴담 전문 잡지에 연재했던 글들이라고. 내용은 대부분 ‘알고 보니 내가 범인(유령).’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양장본 HardCover)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양장본 HardCover)
731.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소설에 대한 소설, 다층구조 소설을 이야기할 때 내게는 기준이 하나 있다. ‘온다 리쿠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보다 뛰어난가’이다. 감탄하며 읽었고, 그 뒤로 온다 리쿠라는 이름을 절대 잊을 수 없게 되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삼월은 붉은 구렁을
730.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나카야마 시치리)

개구리 남자가 돌아왔다는데 책을 펼치지 않을 도리가 있나.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인물도 줄거리도 전작에서 이어지며, 전작을 읽지 않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고테가와 형사는 이번에도 험하게 구른다. 반전은 예상했던 딱 그것.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729.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나카야마 시치리)

읽는 내내 현실성을 고민하기는 했다. 어떤 사건은 그냥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고, 일본 경찰이 저 정도로 무능할 것 같지는 않았고, 작품 속 일반 대중의 반응도 지나치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허술한 것 같기도 하고 치열한 것 같기도 하고 가학적인 것 같기도 하고 성찰적인 것 같기도 하다. 고테가와 형사가 몸이 튼튼해서 다행이었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23-035 | 김초엽, 므레모사

현대문학 (230929~230930)


❝ 별점: ★★★★☆

❝ 한줄평: 이해받지 못한 자가 이해받기 위해 내린 선택

❝ 키워드: #환지통 #화재 #화학물질유출 #다크투어리즘 #귀환자들 #여행자들 #함정 #비밀 #중독 #탈출 

❝ 추천: 삶과 죽음의 관계의 전도가 궁금한 사람


❝ 나는 이해의 실패로부터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그 실패의 결과를 파국으로 밀어붙인 시도였다. (작가의 말, p.201-202) ❞


🦿첫 문장: 중요한 무대를 망쳐버리는 상상을 하고 있다. (p.9)


📝 (23/10/01) SF호러 소설이라고 해서 대체 어떤 내용일지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엄청난 긴장감으로 읽어 내려갔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전율이 일었다. 이 소설은 꼭 사전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읽을 것을 권한다.


☠️ 므레모사:


| 원인 불명의 화재로 유독성 화학물질이 유출돼 초토화된 ‘죽음의 땅’ 므레모사가 수십 년간 감춰왔던 장소를 개방하는투어를 열어 여행자들이 찾아옴, 코를 찌르는 달콤한 향기가 풍겨오는 곳.


🏃🏻‍♀️여행자들:


| 유안 / 레오 / 헬렌 / 이시카와 / 탄 / 주연은 각자 므레모사에 방문한 목적이 있음


🦿유안:


| 사고로 다리를 잃고 기계 다리를 착용, 무용수로 활동했으나 사라지지 않는 환지 감각으로 고통받고 있음


🚶🏻‍♂️귀환자들:


| 죽음의 땅 므레모사로 돌아온 귀환자들의 신체가 좀비처럼 끔찍하게 변이 되었다는 소문이 있음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이해받지 못한 자가 이해받기 위해 내린 선택


  므레모사 투어는 ‘재난 지역이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곳을 돌며 교훈을 얻는 여행’인 ‘다크투어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자인 유안, 레오, 헬렌, 이시카와, 탄, 주연은 각자의 이유로 므레모사 투어에 오게 된다. 사실 ‘날것, 다듬어지지않은 비극‘을 목격하는 게 연구의 희소성이 있다고 말하는 이시카와나, ’이르슐의 폭압과 므레모사 주민들의 비극‘을 특종으로 삼으려는 탄, 투어를 유튜브 콘텐츠화해서 므레모사를 볼거리로 삼으려는 주연 모두 나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했지만, 가장 불쾌감을 준 인물은 헬렌이었다. ‘인류의 역사는 끔찍한 실패로 점철되어 있고, 자신의 비극은 비극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것을 상기하며 비극을 비극으로 잊어보려는’ 사람이자, ‘다듬어진 비극’은 희석된 것이기에 좋아하지않는다는 사람. 타인의 비극을 자신의 목적으로 삼는 인물들에 불쾌감을 느껴 더더욱 므레모사의 방문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유안이라는 인물에 몰입해 이야기를 읽어나간 것 같다.


  유안 또한 개인적 비극을 경험한 인물이다. 사고로 다리를 잃은 무용수. 자신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사랑하는 연인 한나를 위해 힘든 재활을 이겨내고 도약하고자 하지만, 연인은 자신의 통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기계 다리와 그림자다리의 끝없는 존재 주장으로 엄청난 통증과 고통에 시달린다. ‘살아있다는 건 움직이는 것’이라는 한나. 그러나 유안은 ‘고정된 것, 정적인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렇다고 그녀가 바라는 게 죽음은 아니다. ‘단지 다른 방식의 삶’을 원하는 것뿐. 그것이 유안이 므레모사에 가게 된 이유다.


  므레모사가 예상과 달리 비극이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땅이 아닌 활력과 생동감이 넘치는 삶의 터전이고, 이 장소에 남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암시’에 걸린 여행자들과 귀환자들. 그리고 그 사이의 유안과 레오의 고군분투가 손에 땀을 쥐게했다. 그리고 ‘므레모사의 진짜 귀환자들’을 목격하게 되는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어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


  사람들이 절망과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춤추는 유안을 보고 싶어 한 것처럼,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을 도우려던 이들도 절망과 고통을 이겨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던 걸까? 아니면 오직 타인의 비극과 절망, 고통에만 관심을 보였던걸까?


  그래서 유안의 선택이 더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위해 므레모사로 향하는 유안의 선택. 유안은 이해받지 못했기에 자신을 이해해 줄 존재들이 있는 므레모사에 머물기로 선택한 게 아닐까. 그녀의 선택이 이해되면서도 어쩐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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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레모사
므레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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