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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문학동네, 2018
최은영 작가로는 두번째 읽는 책. 역시 소설집. 책 끝 강지희 평론가의 해설 제목 <끝내 울음을 참는 자의 윤리>처럼, 입술을 꽉 깨물며 굳어 있는 사람을 쳐다보는 느낌이다. 감정의 속도 차, 좀 더 솔직히는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게 당황스럽다. 기질과 기호의 차이일수도, 세대나 성별의 문제일수도. 여튼.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마음산책, 2022
예전에 어느 작가의 말이 ‘글이 착하다’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대략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책은 짧은 소설집. 짧게는 단행본 대여섯 페이지 짜리도 있다. 당연히 대단한 서사나 기승전결 같은 것보다, 어느 인상적인 삶의 한 장면, 이해하지도 받지도 못한 기억 한 조각 같은 이야기다. 에세이 느낌이 강하면서도, 아슴아슴 잡힐 듯 말 듯한 감정들이 이어진다. 앞표지 날개에 프린트된 작가 사진 만큼이나 선한 이야기들이고, 삽화와 잘 어올리는 무던한 이야기다. 이 작가를 알겠다고 하기엔 부족하고, 느낌만은 알 것 같달까.
<내가 있는 곳> p136
... 잠이 점점 가늘어지며 날 떠난다. 누구라도 좋으니 어떤 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 어둠의 시간에 들어서는 생각은 늘 가장 어둡고 또렷하기까지 하다. 첫 아침 햇살이 어두운 생각을 흩어놓고, 삶의 동반자가 집 아래로 지나가는 소리가 다시 들릴 때까지 그 침묵이 검은 하늘과 함께 날 움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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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곳> p131
... 고독은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기를 요구하고, 지갑 안의 돈처럼 난 늘 시간을 의식한다. 시간을 얼마나 죽여야 할까, 저녁 식사 전까지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하지만 여기서 시간은 다르게 계산된다. 그래서 한 시간의 산책은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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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곳> p92
아이가 볼펜으로 그린 선은 무해하지만 참고 보기 힘든 긴 머리카락 한 올 같다. 표류하는 줄. ...
아이가
아이가
<내가 있는 곳> p81
... 장례식에서 고모가 술에 좀 취해 내게 말했다.
"예상과 달리 도망갈 길이 없어.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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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곳> p63
... 그 모든 고통은 이따금 귀로 들어가는 물처럼 다시 흘러나오지 않는다. 아니 정신 속에 고이고, 몸 구석구석에 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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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2019
줌파 라히리는 내게 *영어/이태리어 작가 *노벨상 단골 후보 정도로 기억된다. 앞서 만난 몇 권의 책이 인상적이지 못했던 탓이다. 이 책 역시 어떤 대단한 인상보다는, 이런 식의 단상이 모여 에세이가 아닌 소설이 된다는 낯설음 때문이다. 확실히 호기심이 생겼다. 더 읽어 보려는 작가다.
<키케로 노트> #54
"여기는 로마다." 이 도시는 인간성의 시궁창이고, 기만과 음모와 모든 상상 가능한 악덕의 장소입니다. 당신이 향하는 어디에나 당신은 오만함과 완고함과 악의와 자만심과 증오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악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우뚝 서십시오. 그것은 건전한 판단력을 지닌, 혼돈과 소문과 배신을 피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을 가진 뛰어난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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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 노트> #48
...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실제로 그 도움이 필요하기보다는, 당신이 자기를 도울 의지가 있는가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 본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 안에서만 남을 도와주곤 하던 사람이 약속을 철회 하는 것보다, 공공연하게 면전에서 거절하는 사람에게 더 분노를 느끼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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