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려져있다시피 부산은 김해와 더불어 한국에서 난개발로 악명높은 도시다. 한국전쟁 이래로 도심을 넓히는 형태로 도시를 확장한 부산은 신도심이 건설됨에 따라 과거의 도심은 대부분 방치되고는 했다.
물론 도시는 이러한 현상을 막기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한다. 그리하여 관광객들을 유치해서 도시의 활력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저개발지역을 역사적 관광지로 만들었다.
허나 관광객들이 다니는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난 주거지역에는 수년째 비어있는 건물, 특색없는 카페(그리고 영혼없는 종업원), 사라져버린 거주민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도시는 그것들을 외면하면서 관광수입을 올린다.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으며 환상을 가져간다. 그리고 자신의 생활터전에서 추방된 주민들은 집 안에서 상처도 접촉도 없이 고립되어가며 점차 기억되지 못하는 역사로 풍화되어간다.
작가의 뉴욕 유학 후기. 작가는 한예종에서 전문사를 수료하고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역시나 한예종 전문사는 석사 학위 인정이 안 된다.
- 등장 인물
- 주인공
- 와이프
- 목사
- 남동생
- 과거의 연인
- 장인
- 장모
- 주인공의 부모
- 목사의 아내
- 목사의 쌍둥이 딸
- 줄거리
- 주인공은 교수라는 현실적인 꿈을 위해 연인을 버리고 부유한 가문의 아내와 결혼해 박사 학위를 받고자 뉴욕으로 유학을 온다. 그 사이 임신한 과거의 연인은 낙태를 하고 그녀의 정신병이 있는 남동생은 주인공과 누나 사이의 배경을 듣게 된다. 남동생은 복수를 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탄다. 뉴욕의 한인 교회에서 목사를 만나는데 그 목사의 부모는 오래 전 남매의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 트라우마의 여파로 산후 우울증을 앓게 된 목사의 아내는 힘겹게 얻은 쌍둥이 딸과 함께 자살했다. 남동생은 주인공의 와이프와 접근해 관계를 맺게 되고 와이프는 조깅을 하다가 히스패닉계의 남성 2명에게 강간 미수를 당한다. 하지만 와이프는 남편과 남동생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증언하고 이후 의문의 실종을 당한다. 며칠 후 장인 장모가 뉴욕 여행을 위해 방문할 예정이었다. 남편은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와이프의 물건을 뒤지던 중 남동생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의 뉴욕 후견인이었던 목사와 만나게 된다. 남동생은 와이프의 복수를 위해 목사에게 총기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던 터였고 목사는 혐오해하던 장로의 금고 안에서 총기를 훔쳐 그에게 건넨다. 비밀 번호는 장로와 목사의 평소 대화에서 단서를 얻어 추리해낸 터였다. 남동생은 페드로라는 히스패닉계 운전 기사를 범인으로 의심했고 그를 찾기 위해 길을 헤매다가 동명이인과 시비가 붙어 2명을 살해한다.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주인공이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자 둘은 격투를 벌인다. 주인공의 안경을 망가뜨리고 낭심을 걷어차며 쓰러뜨린 끝에 마지막 남은 총알 한발을 누이의 복수를 위해 사용하려는 순간 뒤에서 나타난 경찰의 테이저 건에 쓰러진다. 남동생은 페드로 수사를 나서기 전에 와이프와 만났는데 오렌지 주스에 그가 평소 먹었던 신경 정신과 약을 섞어서 잠들게 했다. 그리고 목사에게서 총기를 받으면서 그녀를 목사에게 건네었다. 목사는 그의 부모와 아내와 딸의 복수를 위해 함정을 파는데 마치 남동생이 와이프를 납치해 범죄행각을 벌인 것처럼 현장을 조작했다. 와이프는 탈출에 성공했고 주인공과 재회한다. 장인 장모의 비행기가 착륙하고 주인공과 와이프는 마중을 나간다. 와이프는 입덧을 하는데 남동생과의 관계에서 피임을 안 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주인공은 와이프의 아기가 자신의 아기일지 폭력 성향의 정신병이 유전되고 있는 남동생의 아기일지 궁금해한다.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를 아주 좋게 읽었고, 내가 왜 시간에 쫓기는지, 그게 내 탓인지, 시간에 쫓기지 않을 방법은 없을지 궁금해서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쪽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원제는 ‘The Time Paradox’이며 SF에 나오는 그 타임 패러독스 얘기도 아니다. 시간관이라는 접근법이 삶에서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전에 몰랐던 새로운 통찰을 주는지도 의문.
동성애가 가혹하게 배척되는 시대에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두 여인, 그리고 그 사이에 범죄가 끼어든다는 점은 『핑거스미스』와 같다. 성애 묘사가 생생하면서 아름답다는 점도. 하지만 『핑거스미스』처럼 현란하게 플롯을 꼬아놓지는 않았다. 그래서 서스펜스의 반전의 재미는 덜한 대신 두 주인공의 고통에 보다 집중한다. 책장을 덮으며 그들의 행복을 빌었다.
일전에 그믐×벗이미술관 모임에 글을 몇 번 남겼는데 이렇게 기념품을 보내주심에 감사드리며^^
비밀을 품고 살았던 은둔의 예술가들이 있다. 비비안 마이어는 보모와 가정부로 일하며 수십만 장이나 되는 사진을 찍었지만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다. 헨리 다거는 병원 잡역부로 일하며 1만5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서사시를 쓰고 삽화 수백 장을 몰래 그렸다. 그런 종류의 낯설고 집요한 창조성이 있는 것 같다.
고(故) 박지리 작가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른다. 그는 다른 작가와 어울리지 않았고, 인터뷰와 행사를 피했다. 출판사의 전화나 메일에도 몇 달씩 답하지 않곤 했다. 856쪽짜리 소설을 내면서 ‘작가의 말’ 쓰기를 거부했고, 책이 나오고 8일 뒤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일이었고, 작가는 31세였다.
그 작품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아주 낯설고 집요한 소설이다. 한 줄로 요약하면 ‘출신 지역에 따른 신분제가 엄격히 유지되는 가상 세계에서, 엘리트 학교에 다니는 십대 주인공이 과거의 살인사건을 추적한다’는 줄거리다. 그러나 『헝거 게임』 유의 영어덜트 SF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설정은 비슷할지 몰라도 이야기는 그 문법에서 한참 멀다.
모험극이라기보다는 사변소설이며, 분위기는 대단히 어둡다. 3대에 걸친 악(惡)의 기원을 쫓아 심연으로 향하는 주인공의 뒤를 독자들이 고통스럽게 따라 걷게 만든다. 청소년소설로 분류하기도, 성장소설이라고 부르기도 망설여진다. ‘현실비판, 사회비판’이라는 전천후 독법에도 썩 들어맞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해설 없이도 그 자체로 강렬하다.
책의 정서적, 물리적 무게도 그렇거니와, 영미식 이름을 한 등장인물들, 과거인지 미래인지 모호한 시대 배경, 독자의 호오가 뚜렷이 갈릴 결말 같은 요소들은 ‘최근 한국소설 트렌드’에 정면으로 맞선다. 돌연변이 같다. 이런 괴물 같은 소설을 무슨 계기로 어떻게 쓴 건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사계절출판사의 김태희 팀장은 “작가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면 거의 대답하지 않았고 가끔 ‘그냥요’라고만 했다”고 전했다.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도 끝내 수수께끼로 남았다.
박지리 작가는 25살부터 6년 동안 한 사람이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색깔의 장편소설 네 편과 단편 한 편을 냈다. 그 글을 모두 사계절출판사에서 김 팀장을 통해 발표했다. 출판사와 편집부는 작가를 진심으로 아꼈고, 지난해에는 고인에게 누를 끼칠까 염려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충분히 홍보하지 못했다.
늦었지만 이런 칼럼을 통해서라도 흔치 않은 작품이 자신을 알아봐줄 독자를 더 만나면 좋겠다. 고인의 유작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무책임할뿐더러 자기보호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형편없다. 그럼에도 그가 기본적으로 선량한 인물이고,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실도 틀림없다. 그는 뒤늦게나마 세계에 대한 의무감도 품는데, 그 방향이 적절하고 현명한지는 따져볼 여지가 많다. 이 문장들은 주어를 ‘인류’로 바꿔 다시 써도 여전히 옳은 관찰 같다.
독특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예상보다 더 독특했고, 그런 점은 좋았다. 동명 영화와는 제목만 같을 뿐이며, 제임스 본드는 절반이 지나고 나서야 등장한다.
역행자, 악인론 등 근래 수상한 사람들이 쓴 자기 개발서의 원류가 된 책. 자기 모멸감 기반의 성공 판타지물. 포토 리딩 같은 허무맹랑한 초능력 스킬도 곁들어 소개.
[열 번째 그믐밤,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2023년 5월 18일 (음력 4월 29일) 19시 29분, 열 번째 그믐밤이 열렸습니다.
지식공동체 그믐과 동네책방 수북강녕이 손을 잡고 야심차게 준비한 도박사 시리즈의 마지막 시간인만큼, 그 분위기가 더욱더 뜨거웠어요.(*도박사: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박”식한 “사”람들의 모임)
도스토옙스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대해 장강명 작가님의 발제와 함께 도박사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자연 풍광이 멋지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은평 한옥마을에 위치한 수북강녕에서 깊이 있는 이야기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오늘 그믐밤이 열리기 전, 그믐에서도 열띤 이야기들을 나누어 왔었는데요. 열 번째 그믐밤 이야기는 이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믐밤이란? https://www.gmeum.com/blog/40/364 매월 음력 29일 저녁 7시 29분에 전국의 동네 책방 한 곳에서 우리끼리 만나는 그믐의 오프라인 모임, 날짜는 정해져 있지만 장소는 미정. 함께 달빛을 비춰주실 동네 책방지기님들은 contact@gmeum.com 으로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