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셔터를 올리며> 모임에 올라온 글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고 있는데 오늘 올라온 질문 (나에게 특별한 가게) 에 대한 답으로 요즈음 꼽는 가게가 바로 이 곳이다.
특히 건어물 안주가 맛있는 곳인데 가게의 주된 안주거리를 담당하고 있는 노가리는 한 마리에 2천원, 내가 좋아하는 땅콩은 한 접시 1천원이다. 단 돈 몇 천원 안주거리에 맥주 한 두 잔으로 마음이 아주 풍성해지는 곳.
연탄불에 정성껏 구운 촉촉한 노가리는 양도 그리 적지 않다.
'구디노가리호프' 라는 그닥 센스가 느껴지지 않는 이름에 비해 소박 한 실내 인테리어나 선곡 센스는 제법 괜찮다. 제일 멋진 건 사장님의 마인드인데 언제 가도 한결같이 정중하고 신사다운 매너에서 자신의 가게와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단점은 안주가 워낙 싸고 맛도 괜찮다 보니 작은 가게 사이즈에 비해 손님이 매번 많아서 자리가 없을 때도 있고 자리가 있어도 꽤나 시끄러울 때가 많다는 것.
위치는 관악구 조원로 13.
애니메이션 감독을 경험하면서 얻은 가치가 '그림 실력이 좋아졌다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인터뷰를 읽으니 더는 할 말이 없어짐.
☾그믐이 생각하는 '인생책'은?
-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깊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의미합니다.
- 독자의 자아성찰과 자기계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 각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나 고민에 대한 대답을 찾는데 도움을 줍니다.
-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독자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그의 삶을 개선하는데 역할을 합니다.
인생책은 누구나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책의 내용이나 저자도 모두 다를 거에요. 예를 들어, 자기계발서나 철학서, 만화나 웹소설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모두 누군가의 인생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믐은 한 사람이 한 권씩 자신의 인생책을 소개하는 ‘인생책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자, 이제 당신의 인생책을 알려주세요.
어떻게?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인생책에 대한 5가지 질문에 답을 기재해 주세요.
인생책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사회의 교육과 문화를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라며 전 국민이 모두 인생책 한 권씩 가슴에 품는 그 날까지! 이 프로젝트는 계속됩니다.
*참여에 어려움을 겪으셨다면 contact@gmeum.com 으로 메일 주세요.
난해한 제목이고, 사실 내용도 어렵다. 번역본 기준 꼭 800쪽인 분량도, 세계를 이해하고 진리를 발견하겠다는 전투적 주제의식도 만만치 않다. 로버트 M. 피어시그의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은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줄거리 요약이 큰 의미가 없는 소설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일이 책의 메시지를 배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이자 화자가 마지막에 깨닫는 바에 따르면, 주체와 객체는 따로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주체와 객체를 나누는 이원론에서 현대 문명의 비극들이 시작된다. 유일하게 존재하는 현실은 주체와 객체가 만나는 사건뿐이다. 주체의 자리에 ‘독자’를, 객체에 ‘책’을, 사건에 ‘독서’를 넣어도 성립하는 말일 것 같다. 즉, 나의 내용 요약은 절대 당신의 독서를 대신할 수 없다.
그러니 내용 소개는 포기하고, 차라리 이 책이 내게 일으킨 사건을 이야기해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이 서양 철학 전체에 맞서도 된다는 사실을, 한 사람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칸트를 비웃고 인도철학에 작별을 고하고 노자를 재해석하고 아리스토텔레스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해도 된다. 세계와 진리에 대한 독자적인 사상을 펼쳐도 된다. 피어시그의 작업에 비하면 계몽주의를 비판하는 일 정도는 수월해 보였고, 나중에 나는 그런 철학을 설파하는 살인범이 나오는 소설을 썼다.
‘질(質)의 철학’은 동의하든 거부하든 격렬하게 응답할 수밖에 없는 거대하고 도발적인 주장이다. 솔직히 나는 크게 감명 받았다. 출간 40년이 지난 지금도 해외 인터넷에서는 재야 철학자들이 사이트를 만들어 이 책을 토론 중이다. 그 철학과는 관계없지만 문장은 내내 유려함을 넘어 아름답고, 책 출간 뒤 저자와 아들에게 벌어진 사건을 담담히 적은 후기는 무척 기묘하고 슬펐다.
장경렬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원문을 정확하게 한국어로 옮기기 위해 정비소에서 실제로 모터사이클을 분해해가며 기술용어를 배웠다고 한다(그는 “이 책을 사볼 여력이 안 되면 훔쳐서라도 읽어라”고 한다). 그렇게 번역을 마치는데 10년이 걸렸단다. 계약을 두 번이나 갱신하면서 더딘 번역 작업을 기다려준 문학과지성사도 대단하다. 번역가에게나 출판사에게나 ‘나는 10년쯤 지나도 여전히 위력적일 걸’ 하고 믿음을 주는 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경찰 출입기자가 나오는 소설 중에 이보다 사실적인 작품은 보지 못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기자 초년병 시절 지방 경찰서 기자실에 가면 딱 이런 분위기였다. 한창 『재수사』를 쓰는 동안 읽은 소설인데 재미있었고, 감동 받았고, 응원과 위로도 얻었다. 징그러울 정도로 자세하게 현실적인 경찰의 모습을 그려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점, 집필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작품을 잘 써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경무, 인사, 비서, 감찰 등 경찰조직 내부를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집. 이색소재도 눈길을 끌고, 미스터리물로서도 깔끔하다. 씁쓸하지만 개성 있는 어른의 맛과 향. 좋아하는 작가다. 일본 원서와 한국 번역서의 표지 분위기 차이가 굉장함.
* ‘인권연대 숨’ 소식지 2023년 3월호 ‘현경이랑 세상 읽기’ 꼭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제목: 여러 줄의 우연 / 글쓴이: 박현경(화가)
1.
모델의 움직임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는 온 감정을 실어 팔을 뻗고 다리를 굽히고 목을 숙였다. 허공을 향해 던지는 눈빛에조차 어떤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나는 그 움직임을 받아쓰기하듯 그림으로 옮겼다. 그날따라 내 손이랑 크레용이 뜻대로 잘 움직여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서울에서 누드 크로키를 마치고 청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마음속 깊이 차오르는 뿌듯함에 혼자 웃었다.
2절지 수채화 용지를 펼치며 마음이 설렜다. 분무기 통에 물을 붓고 물감을 풀었다. 나무젓가락으로 휘저은 후 뚜껑을 닫고 힘껏 흔들었다. 신나게 흔든 다음, 종이에 물감을 뿌렸다. 분무기 속 보랏빛 물감이 촤악촤악 뿜어져 나오는 걸 느끼며 나는 조용한 해방감을 맛봤다. 보라색 물감이 없어 빨강과 파랑을 섞어 만든 물감의 색깔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물감이 흥건히 고이는 곳들은 고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그곳들엔 물감이 마르면서 은은한 무늬가 생겼다.
크로키 북을 한 장씩 넘기며 ‘괜찮은’ 크로키들을 골랐다.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뒀다가 가위로 오렸다. 쓱싹쓱싹 잘리는 종이의 질감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인체 형상들이 종이 인형처럼 잘려 나왔다. 보랏빛 물감이 다 마른 2절지 위에 그 형상들을 이리저리 배치해 봤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자리에 형상들을 풀로 붙였다. 형상들은 함께 있으면서도 하나같이 몹시 외로워 보였다. 그래서 ‘혼자라고 느낄 때 부르는 노래’라고 제목을 붙였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힘들 때 부르는 노래’, ‘다시 일어설 때 부르는 노래’, ‘네가 보고 싶을 때 부르는 노래’ 등 노래 연작을 작업했다. 이 연작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이 연작을 작업하며 나는 우연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날 모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더라면, 모델이 그 포즈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아예 다른 모델이 배치됐더라면, 아니면 내가 그날 크로키 모임에 가지 않았더라면, 물감 혼합이 다른 식으로 되었더라면, 이 지점이 아닌 다른 지점에 물감이 고여 무늬가 생겼더라면, 그 수많은 우연이 기가 막히게 서로 만나 주지 않았더라면, 이와 같은 작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2.
아기 고양이는 자꾸만 사차선 도로를 건너갔다 건너 왔다 했다. 그러다 어느 토요일 저녁, 차에 부딪혀 높이 날아 떨어졌다. 지나가던 여고생 M이 이 장면을 보았다. M은 고양이가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고양이는 아직 살아 있었다. M이 신고해 고양이는 처음엔 시청으로 다음엔 반려동물보호센터로 옮겨졌다. 골반이 두 군데 부러진 채로였다.
M의 담임교사였던 나는 별 생각 없이 M과 얘기를 주고받다가 이 고양이의 사정을 알게 됐다. 마음에 걸려 견딜 수가 없었다. 반려동물보호센터 측과 통화를 했다. 한 번 데려가면 절대 다시 데려올 수 없고, 치료하는 데 돈이 꽤 많이 들 거라고 했다. 데려가 치료해 줄 사람이 오늘 중에 나타나지 않으면 오늘 밤 안락사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루 종일 머리가 깨지도록 고민한 끝에 퇴근하자마자 남편과 반려동물보호센터로 갔다. 입양 신청서를 쓰고 봉순이를 데려왔다. 그렇게 봉순이는 우리 가족이 됐다.
그날 봉순이가 차에 치일 때 M이 그 길을 지나고 있지 않았더라면, 지나고 있었더라도 그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더라면, 보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고 그냥 지나쳤더라면, 내가 학교에서 M이랑 얘기를 나누지 않았더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수많은 우연이 기가 막히게 서로 만나 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가족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3.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동은’은 ‘연진’에게 말한다.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까지 오는 데 아주 여러 줄의 우연이 있었어.”
빛나는 우연들이 만나 오늘이 되었다.
오늘도 삶은 빛나도록 우연하다.
* 그림_박현경, 「혼자라고 느낄 때 부르는 노래」
개발독재는 필요악일까? 민주주의는 사치재일까? 상당수 한국 지식인, 어쩌면 현대 지식인들이 은밀히 품고 있는 위험한 질문일 것이다(아니, 이른바 ‘중국 모델’이라는 것의 부상 이후에는 입 밖으로 꺼내 이야기해야만 하는 질문 같다). 이 책은 적어도 민주주의가 기근을 막는 데에는 매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기근은 식량이 부족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발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논의하지 않은 채 ‘선진(developed)국’들이 모두 비슷한 것처럼 뭉뚱그려 말하곤 한다. 정의론이나 인권 개념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흥미로웠다.
종교는 종교 전쟁을 낳는가. 저자는 ‘아니다’라고 말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근대에 이르러 종교의 의미가 협소해지고 근본주의적이 되었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암스트롱이 펼쳤던 것인데 여기에서도 다시 활용한다. 세속주의의 폭력을 지적하기도 하고, 종교가 아니지만 종교 같은 성격을 띠는 이데올로기가 종교 전쟁과 흡사한 전쟁을 불러일으킴을 말하기도 한다. 근대 이후의 종교적 폭력과 종교 전쟁에서 종교를 제외한 부분을 살피기도 한다.
벗이미술관과 그믐이 만나서 탄생한 새로운 콜라보 "벗이 감상 클럽"을 소개합니다.
“벗이 감상 클럽“은 벗이미술관<MONOLOG:독백>의 참여 작가님 3인의 이야기를 글로 들으며 전시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29일 동안 나누는 모임입니다.
정진성, 서순원, 한승민 작가님이 작업과 예술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임에서 들려주실 거에요.
관람 전이라면 전시에 관한 기대와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 주세요.
이미 관람하셨다면 감상평을 남겨 여러분의 예술 경험을 나눠 주세요.
작가님들께 궁금한 점도 무엇이든 물어봐 주세요.
벗이 미술관이 너무 멀어 전시를 관람하러 가기 힘드신가요? 괜찮습니다.
“벗이 감상 클럽“을 통해 글로 작가님들과 함께 소통하며 <MONOLOG:독백>을 상상해 보는 즐거움을 누려 보세요.
글로 소통하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 작품 감상 "벗이 감상 클럽"을 시작합니다.
신청 기간: 23.03.23(목) - 03.27(월)
모임 기간: 23.03.28(화) - 04.25(화)
★벗이미술관 X 그믐 특별 이벤트★
- (선착순) 모임 신청자 10명에게 벗이미술관 독백전 모바일 초대권을 드립니다.
- 모임 감상평을 뽑아 벗이미술관 독백전 도록을 드립니다. (최대 3명)
*벗이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아트브룻 (Art Brut) 및 아웃사이더아트 (Outsider Art) 전문 미술관으로 관 내의 모든 차별을 배제하고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과 조화를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이념으로 2015년 설립되었으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