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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 23년 달력

격월간지 미스테리아 44호와 함께 내년도 달력이 왔다. 달력에는 유명 추리소설 작가들의 출생일과 사망일이 나와있다. 여기까진 그냥 평범한데 추리소설 내 사건이 일어났던 날짜들이 함께 표기되어 있어 재미를 준다. 예를 들면 3월 11일은 ‘용의자 X의 헌신’ 작품 속에서 에도가와 제방에서 남성 사체가 발견된 날, 5월 20일은 해리 보슈가 옛 전우 메도우스의 시체를 마주친 날. 1년 365일 모든 날에 이런 사건이 적혀 있으면 더 좋을텐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달력을 보고 아! 오늘은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 던이 실종된 날이구나 라며 하루를 시작하면 매우 재미있을 듯. 하지만 일 년의 모든 날짜와 연결된 사건을 다 찾으려면 미스테리아 에디터들이 너무 힘들긴 할 것 같다.

 

브라더스낵

동네에서 오래된 분식집 아닌가 싶었지만 막상 들어가니 젊은 청년 두 명이 활기차게 일하고 있었다. 계란김밥과 새우튀김,왕잡채김말이튀김,오징어튀김을 주문.

계란지단으로 꽉 찬 정성이 들어간 김밥은 아침에 미리 싸 놓은 듯 조금 차가웠지만 튀김은 주문 받고 다시 튀겨 나와 따뜻하고 바삭했다. 

22. 빅웨이브와 화장실 청소

동생이 입양할 개를 정했다고 알려왔다. 지난번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나에게 묻지 않고 전격적으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토이 푸들이었다. 너무 소형견 아닌가 싶었는데, 부모님이나 조카들이 좋다고 했을 테니 내 의견이야 뭐 중요할까 싶다. 언제 데려올지에 대해서는 동생은 말하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밤에 멍하니 있다가 동생이 보내 준 강아지 사진은 다음날에야 봤다.

늦잠을 잤고, 몇 군데에 밀린 답장을 메일과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그런데도 보내야 할 메일을 다 보내지 못했다. 가끔은 메일 답장하다가 인생이 다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기타를 조금 연습했고, 전화 영어 수업을 받고, 화장실을 청소했다. F 코드는 여전히 소리가 잘 안 났고, 처음에는 잘 되는 듯했던 D 마이너 7 코드도 이제 헤매고 있다. 점심에는 삶은 계란과 견과를 먹었고, 낮에는 빵집에 가서 고로케와 토스트를 사 왔다.

전에는 바닥과 화장실을 청소하는 요일을 정해 놨었다. 그런데 HJ가 부정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 이후로는 그렇게 요일을 정해놓고 청소를 할 수 없게 됐다. 바닥을 청소할 때에는 가구를 옮겨야 하니 HJ가 집에 있으면 청소하기 어렵다. 그녀도 옆에서 내가 청소하는 모습을 불편해 한다.

금요일에 HJ가 다음 주 재택근무 날짜를 알려주면 그 자리에서 ‘그러면 나는 무슨 요일에 바닥 청소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청소를 자꾸 미루다 하지 않게 된다. 다음 주에는 수요일에 바닥 청소를 할 계획이다. 미리 적어둔다.

화장실 청소는 HJ가 집에 있을 때에도 할 수 있다. 내가 청소하는 모습이 그녀에게 잘 보이지도 않고, 화장실이 두 개니까 청소하는 중에 볼 일을 볼 수도 있다. 이 역시 청소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날이 있으면 그 계획을 전날이나 당일 아침에 입 밖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루게 된다.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다. 월말이라 칼럼과 단편소설 마감일들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글은 거의 쓰지 않았다. 단편소설을 청탁해 온 잡지사에서 ‘마감이 다가왔다, 시간이 부족하면 말해 달라’고 물어왔기에 며칠 말미를 달라고 요청했다. 편집자는 ‘마감이 다가왔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시간이 부족하면 말해 달라’는 말은 그냥 예의상 덧붙인 게 아닐까 싶었지만. 대강 구상은 해 놨는데, 썩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아니어서 애정이 안 간다.

얼마 뒤에 나올 소설집에 들어갈 단편 원고도 우편으로 교정지를 받아 저자 교정을 봐야 하는데 며칠째 손 놓고 있다. 역시 막판까지 참신한 구상이 떠오르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 평범한 아이디어로 숙제하듯 쓴 소설이다. 그랬더니 원고를 다시 보는 일조차 내키지 않는다. 나 요즘 왜 이러나.

헬스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돌아와서는 HJ와 맥주를 마셨다. 우리의 화제는 이번에도 한국 경제와 자산 투자였다. 낮에 사 온 빵과 집에 있던 가래떡을 안주 삼아 빅웨이브,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를 마셨다. 내 흐리멍덩한 정신 상태는 빅웨이브 캔 라벨에 그려진 시원한 하와이 바다 풍경과는 정반대였다.

빅웨이브는 하와이의 맥주 회사인 코나 브루잉 컴퍼니에서 만든 산뜻한 골든 에일이다. 나도 HJ도 좋아한다. 부드러운 질감에, 향이 곱고 깔끔하며 쓴 맛은 거의 없다. 이 회사는 맥주에 ‘하와이 정신’을 담으려 애쓴다고 한다. 이런 맥주는 화창한 하늘 아래서 하루 일과를 보람차게 마친 뒤에 꿀꺽꿀꺽 마셔야 하는 건데.

다음날에는 또 늦잠을 잤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맥주야말로 요일을 정해서 일주일에 두 번만 마셔야겠다고 다짐했다. 화요일, 토요일, 그리고 여행 가는 날에만 마시자. 내 간이 남들보다 튼튼한 것 같긴 하지만, 술을 마신 다음날에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술을 마시건 마시지 않건 잠자리에도 지금보다 일찍 들리라 다짐했다.

 

맥주에 미안해지지 말자

태양을 밝히고 파도를 일으켜라

그리고, 꿀꺽꿀꺽!


288.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먼드 카버)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볼 때의 조마조마한 기분. 끝내 그들이 제대로 걷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예감하는 파국.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287. 권력과 영광 (그레이엄 그린)

사제가 주인공인 소설들은 어떤 면에서 가장 반종교적이다. 신 없이 신성이 가능함을 보게 되기에. 그런데 섭리는 왜 스스로 실현되지 않고 인간 따위의 희생을 요구하는 걸까.


권력과 영광
권력과 영광
‘소설가의 인생책 함께 읽기’ 2탄, 언론 기사들을 소개합니다

‘소설가의 인생책 함께 읽기’ 2탄에 관한 기사들을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 기사 읽기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 소설가의 인생책 함께 읽어요!


독서신문 기사 읽기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 ‘소설가의 인생책 함께 읽기’ 2탄 시작

286. 잠의 사생활 (데이비드 랜들)

요즘이 수면 연구의 황금기라고 한다. 꿈은 대부분 최근 경험의 반영이고, 매트리스는 숙면과 별 상관이 없다고. 몽유병자들이 저지른 ‘범죄’가 상당히 많고 소름끼친다.


잠의 사생활
잠의 사생활
285.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앤드류 포터)

대중은 소외를 경험하며 ‘진정한 것’을 찾기 시작했고, 그러다 진정함을 과시하며 마케팅 전략으로 삼게 됐다. 오늘날 진정성 추구는 거대한 기만극이며, 우리는 관광객들이다.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284. 대설주의보 (윤대녕)

‘어둡고 무겁고 혼미한 느낌이 드는, 좀처럼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 한 단편의 화자인 소설가가 정신적 불륜 관계인 여성에게서 이런 작품 평가를 듣는다. 그 말을 그대로 이 소설집 전체에 대해 적용해도 될 것 같다.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가 좋았다.


대설주의보(문학동네 소설집)(양장본 HardCover)
대설주의보(문학동네 소설집)(양장본 HardCover)
283. 중국 고전 이야기 첫째권: 선진 시대부터 당대까지 (송철규)

대체로 비참하게 살다 떠난 옛 문인들에 대해 읽다보니 글이고 삶이고 뭐고 다 허망해지는 기분. 송(宋)부터 청(淸)까지인 둘째 권은 나중에 읽기로.


중국 고전 이야기(첫째권-선진시대부터 당대까지)
중국 고전 이야기(첫째권-선진시대부터 당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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