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8
백수가 되어보니 알겠다.
매일을 헤엄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걸...
요즘 방향을 잃고 허우적대는 나의 감정과 생각들에 위로가 되어 준 책.
2022.10.6
몇년 전 '월든'을 읽고 퇴사 후의 삶의 방향을 정하였다. 소박하지만 독립적이고 자유로우며 생산적인 삶을 살겠다고...
삶의 방향을 정하고 구체적인 실현방법을 찾던 중 루시드폴이라는 가수가 제주도에서 감귤 과수원을 하며 음악을 한다는 방송을 보았다. 자연에 의한 생산과 음악에 의한 생산을 통해 창의적이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마침 시부모님께서 귀농하셔서 자두 과수원을 하고 계셨다.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나도 과수원을 하며 그림이나 글쓰기를 통한 창의적 활동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근처에 땅을 사고 나무를 심었다.
애기 나무들은 이제 두살~ 세살이 되었다. 난 퇴사한지 10개월이 되었다. 애기 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라 올해 조금이나마 과일이 달렸다. 난 퇴사 후 아무변화가 없는 것 같아 요즘 살짝 우울해졌다.
그래서 과수원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직후 구매한 '기적의 사과'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무농약 사과를 재배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9년을 버티며 노력한 끝에 일본 최고의 사과를 만들어낸 농부의 이야기이다.
우울해진 기분은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나에겐 어떤 신념이 있는가.
그리고 그 신념을 위해 얼만큼 노력했는가
2022.4.26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은 후 집에 빌브라이슨 책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책을 구매할 당시에는 빌브라이슨이 누군지도 모르고 책표지가 이쁜 유럽여행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음..근데 좀 당황스러운 여행기다...술과 19금 유머와 공상을 좋아하고 싫은 것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냉소와 욕을 날리는 한 아저씨의 현실 여행기를 읽으면서..첨엔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얘기해도 되는거야..???..하다 점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불친절한 유럽인들에 대해 욕을 할 때면 어찌나 속시원하던지...바보같은 실수를 하거나 공상을 하는 부분은 넘 재미있어서 남편한테 낭독도 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니 빌브라이슨 아저씨와 인간적으로 친해진 느낌인데...이 책을 먼저 보고 '거의 모든것의 역사' 책을 봤다면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봤을 것 같다는 아 쉬움이 든다.
2022.4.11
집에 있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책의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2018년출간).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래 세계적 화제가 된 과학교양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책을 읽으려고 할 때마다 이 문구가 보이니 '시간의 역사'를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침 이 책도 집에 있어 더더욱 읽어야만 하는 의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하지만 '스티븐 호킹'이라는 이름만 봐도 벌써 두려움이 앞선다..천재 과학자가 하는 우주 설명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안 그래도 미국에서는 가장 많이 팔렸지만 가장 읽히지 않은 책이라는 역설적인 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후 개정판인 이 책은 페이지마다 그림이 1개 이상 들어 있어 두려움을 달래준다는 것이다.
과학을 전공하고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논문이나 과학서적을 읽는 나만의 요령이 생겼는데 일단 죽 읽으면서 모르는 용어를 정리해나간다. 대신 그림이나 그래프를 설명하는 부분은 유심히 본다. 이렇게 1회독 한 후 정리된 용어의 정의를 다시 훑고 책의 처음으로 가서 그림이나 그래프만 골라본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숙지하면 내용을 다 이해못하더라도 저자의 의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그림도 많은데 뒤에 용어 정의도 되어있다!!)
스티븐 호킹은 이 책에서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한다. 과학은 우주 전체를 기술하는 단일 이론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 목적에 맞게 우주 전체를 기술하기 위한 우주의 변화론과 초기상태론의 발전과정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깔끔하게 펼쳐진다. 학생 때 무작정 외웠던 공식들의 기원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캄캄했던 다음과 같은 근원적인 의문을 밝혀주기도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주가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2022.4.6
강물 가까이로 다가가 보자. 시간의 강물 가까이로 접근하면 출렁이는 물결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거센 바람이 불면 강물은 몸을 한껏 뒤척이며 하얀 거품을 만든다. 하얗게 반짝이는 수백만 개의 거품이 물결과 함께 일어났다 스러지는 모습을 보라. 물결은 균일한 리듬으로 일어났다 스러지기를 반복한다. 한 순간 솟았던 물결이 다음 순간에는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춘다. 우리 역시 그처럼 덧없는 무엇, 아주 작은 거품이나 물방울은 아닐까 생각해보라. 작은 물방울을 품에 안은 깊고 거대한 강물은 안개처럼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흘러만 간다. 우리는 떠올라 주변을 돌아보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 지나면 다시금 사라져버린다. 유유히 흐르는 거대한 시간의 강물에서 우리는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이다. 늘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우리의 운명이란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속에서 작은 물방울들이 벌이는 다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짧은 이 순간을 잘 이용하고자 한다. 그럴 만한 가치는 있기 때문이다.
(P435)
2022.4.5
이 책은 너무 두꺼워 감히 읽을 엄두를 못내지만 책장에 당당히 서있는 모습만 봐도 흐믓한 책들중 하나이다. 그런데 '다시 그림이다' 책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할아버지가 잼있게 읽었다 하여 나도 모르게 홀린듯 읽기 시작하였다.
읽기 시작하니 점점 빠져들어 이 두꺼운 책을 놓을수가 없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가 물 흐르듯 흘러가고 곰브리치 교수님이 나에게 친절히 얘기를 해주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시로 보여주는 예술품의 컬러도판이 413개나 있어 흥미진진했다.
책이 무거워 손목이 욱신거리지만 다 읽고 나니 성취감은 최고다!!
2024.4.24
어제 도서관에서 '그림의 방'이라는 강연이 있었다. 강연 중에 이 책이 언급되었는데 이 책 초판에는 여성예술가가 0명이었다고 한다. 한참이 지나 개정판에 여성 예술가 몇 명을 추가하였다고 한다.
난 읽으면서 이런 사실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좋은 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의문을 품을 생각조차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