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섬님의 블로그
기고/강연 요청은 본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kokura@gmeum.com2023.04.17 안전문자
오늘 20:30분경 은평구 진관동 102 인근 야생멧돼지 출몰해 포획중에 있으니, 인근 주민들께서는 외출 자제하고 실외인 경우 건물내부로 피신 바랍니다.
그믐밤이 열리기 이틀 전, 수북강녕이 위치한 은평구 진관동에는 위와 같은 안전 문자가 발송되었다고 합니다. 이 무슨 일일까요?
악령들린 돼지떼가 등장하는 성경 구절로 시작되는 소설 <악령>
야생멧돼지 출몰 문자로 시작되는 9회 그믐밤
그믐달이 뜨는 밤, (아니 그믐달은 새벽에 뜨니까) 그믐달이 뜨기 직전의 밤, 다시 5인조 아니 9인조가 모였습니다.
책 안 읽는 사회를 어떻게 전복시킬까 하는 위험한 계획을 나누었지요. <두 도시 이야기>를 읽으니 단두대가 효과가 좋더라! 도박사 1탄 <죄와 벌>과 <악령>을 비교하며 등장인물 절반 정도는 사라지는 <악령>을 보니 2명 정도 죽은 것 가지고 전에 우리가 너무 호들갑을 떨었다며 잠시 지난 그믐밤도 회고했고요.
뷔페 음식이 부실하면 폭동이 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날의 무도회를 주관한 수북강녕에서는 민란을 두려워 하며 책보다는 음식에 신경을 쓰셨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등장한 메뉴는!
일단 러시아 차가버섯 차로 몸을 따뜻하고 덥히고 트러플 잠봉뵈르,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 (틈만 나면 불어를 섞어 쓰시는 허세쟁이 스쩨빤 선생님을 생각하며 뜬금 프랑스 음식 약간 준비), 2시간이 넘는 긴 파티 중 쓰러질 염려가 있으므로 당보충 용 쿠키, 신선한 딸기와 치즈 안주로 마치 그 시절 러시아 귀족이 된 듯한 호사를 누리기도 했고요 (내가 바로 바르바라!), 러시아산 포장지가 너무 귀여운 초콜릿 과자 (맛은 장담 못함), 계속 반응이 좋은 러시안 케이크, 그리고 대망의 러시안잭 맥주와 보드카까지!
독서모임 후기인지 먹부림 후기인지 모를 이 글의 마무리는 @스마일씨 님의 명쾌한 한 마디로 정리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악령>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
이 번 그믐밤에도 참여하여 주신 분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9인조는 곧 인터내셔널과 접선하여 전 세계로 뻗어나가겠습니다.
그믐달은 전 세계 어디에나 공평하게 뜨니까요.
매일 시켜 먹고 외식 하는 사진만 올리지만 실은 집에서도 밥을 종종 먹는다. 일주일에 그래도 이틀 정도는 집에서 무언가 차려 먹는 듯하다. 하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는 데 반해 요리에는 취미도 관심도 없는 편이라 조리 과정이 짧고 간단한 반찬이나 음식을 선호하고 있다.
배추는 적당히 썰어서 쌈장에 찍어 먹고 (배추의 대체제로 오이, 양배추 등) 자주 먹는 반찬은 참치나 스팸, 김 그리고 만만한 계란 후라이이다. 이래 보여도 꽤 맛있다. 사실 웬만하면 그냥 뭐든 맛있다.
블로그의 카테고리는 '책과 일상'인데 먹는 것만 올리고 있다. 먹기, 일하기, 책 읽기 말고 다른 대단찮은 일상이 워낙 없는 편이라 그렇다.
몇 년 전에 마라탕을 처음 먹고 놀랐다. 맛있어서!
그 다음 얼마 있다 마라샹궈를 먹고 놀랐다. 더 맛있어서!
마라샹궈를 좋아해서 오뚜기 '마라샹궈면'이라는 라면도 즐겨 먹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품절. T.T
이처럼 마라샹궈를 좋아하지만 그리 자주 먹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마라샹궈는 한 번에 많이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폭식을 즐기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었던 거다. 먹다 보면 입 안은 화끈거리다 못해 쓰리고 뱃 속은 뜨끈 따끔한 것이 맛은 있지만 자극이 너무 심해 배부를 만큼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묘수를 발견했다. 바로 흰 쌀밥과 함께 먹는 것이다. 당연한 건가? 아무튼 여태 그걸 모르고 마라샹궈만 먹었던 거다. 김치찌개 시켜놓고 밥이랑 같이 안 먹고 김치찌개만 먹는 외국인 = 바로 나.
흰 밥이랑 같이 먹으면 마라의 풍미가 살면서 훨씬 덜 맵고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밥 공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진을 세심히 의도하여 찍었다.
대한민국 국민 중의 한 사람답게 원래는 배달 치킨을 즐겨 먹었다. 특히 금요일 저녁이 되면 왠지 뭐라도 시켜야 될 것 같고 괜히 술 한 잔 마셔야 될 것 같은 들뜸이 항상 있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 마냥 아주 오랜 시간 학습된 패턴이다.
그러던 내가 배달 치킨을 점차 시키지 않게 된 계기가 있으니 바로 '에어 프라이어'의 구입이다. 주방가전계에 돌풍을 불러 온 이 제품을 한동안 여러가지로 외면하고 있다가 몇 년 전에 구입했는데 정말 신세계다. (여러가지 이유라고 썼지만 여러가지 아니고 한 가지 이유인데, 음식을 먹을 때 굳이 너무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하지 말자!는 나름의 원칙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그냥도 맛있는 게 많은 세상인데 에어 프라이어까지 동원해서 그렇게 매일매일 맛있는 걸 먹어야 될까? 하지만 이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먹을 거 앞에 무심해지자고 매번 다짐하지만 나도 모르게 최선을 다해 맛있는 음식을 찾으며 음식과 궁합이 맞는 소스와 반찬 등을 준비하고 따뜻하게 데워먹는 등 온갖 노력이 저절로 기울여지고 있다.)
아무튼 에어프라이어 구입 후 냉동 치킨들을 여기에 조리해 먹으니 시중 치킨점을 능가하진 못해도 그 나름의 별미 역할은 한다. 그래서 한동안 치킨 배달을 안 시키고 있다가 그제는 오랜만에 주문을 해보았다. 오븐마루 현미베이크 치킨(순살)인데 겉에 현미후레이크(?)를 뿌려 바삭바삭하게 씹는 맛이 있어 약간 과자 먹는 것 같기도 하다. 맛은 괜찮지만 양이 좀 부족.
신도림에서 6년을 살았기에 근처 식당은 많이 가봤는데 족발은 여기가 제일 괜찮다. 예전에 여기 살 때는 포장하면 3천원인가 할인을 해 줘서 항상 테이 크 아웃해서 집에서 먹었는데 오늘은 간만에 매장에서 먹어 보았다.
뒷다리가 36,000원이고 앞다리는 5천원이 더 비싼 41,000원인데 나는 항상 뒷다리를 시킨다. 뒷다리도 충분히 맛있다.
위치는 신도림동 337 푸르지오1차상가 1층 124호
책 내용 간단히 요약 정리해 본다.
메타데이터 : 콘텐츠를 구성하는 객관적 데이터. 예를 들자면, 한국 영화, 송강호 주연, 2시간 10분 상영 시간 등
사용자 기반 협업 필터링 : 비슷한 사용자가 좋아한 제품을 추천
아이템 기반 협업 필터링 : 좋아한 아이템과 비슷한 아이템을 추천
필터버블 (매일 똑같은 것만 추천)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가끔 이질적인 것도 섞어놓는다. (보통은 베스트셀러)
알고리즘 계산은 행렬로 이루어지며 이 때 유용한 것이 GPU
추천에서는 시간도 주요 고려 요소.
과연 10년 동안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을까?
최근 데이터는 언제나 가중치가 높다.
막걸리 전문점이라 그런지 내가 오랜만에 막걸리를 마셔서 그런 건지 맛있었다.
막걸리 무한리필이 한 사람에 1만2천원이니까 많이 안 마셔도 그냥 무한리필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 우린 모르고 그냥 단지로 마셨다. 한 단지는 약 1만원 정도인데 크기는 그냥 작은 주전자다.
안주도 맛있고 가게도 깔끔했지만 아주 간만에 불친절한 직원을 만나 일견 신선함마저 느껴졌다. 요즘도 이런 직원이 있다니... 아마 이 곳은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직영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믐북클럽 <셔터를 올리며> 모임에 올라온 글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고 있는데 오늘 올라온 질문 (나에게 특별한 가게) 에 대한 답으로 요즈음 꼽는 가게가 바로 이 곳이다.
특히 건어물 안주가 맛있는 곳인데 가게의 주된 안주거리를 담당하고 있는 노가리는 한 마리에 2천원, 내가 좋아하는 땅콩은 한 접시 1천원이다. 단 돈 몇 천원 안주거리에 맥주 한 두 잔으로 마음이 아주 풍성해지는 곳.
연탄불에 정성껏 구운 촉촉한 노가리는 양도 그리 적지 않다.
'구디노가리호프' 라는 그닥 센스가 느껴지지 않는 이름에 비해 소박한 실내 인테리어나 선곡 센스는 제법 괜찮다. 제일 멋진 건 사장님의 마인드인데 언제 가도 한결같이 정중하고 신사다운 매너에서 자신의 가게와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단점은 안주가 워낙 싸고 맛도 괜찮다 보니 작은 가게 사이즈에 비해 손님이 매번 많아서 자리가 없을 때도 있고 자리가 있어도 꽤나 시끄러울 때가 많다는 것.
위치는 관악구 조원로 13.
도대체 이 야심찬 기획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도스토옙스키의 3대 장편을 3개월 안에 다 읽자는! 이 어마 무시한 계획!
‘도박사’라는 이름을 처음 생각해 내신 수북강녕 책방지기님의 꼬드김에 넘어가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안 읽으면 그냥 우리 둘이 읽으면 된다는 책방지기님의 호쾌상쾌한 결단에 3개월의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 이름만 들어보고 책 한 권 안 읽어본 사람. 많지 않을까?
는 바로 저! 하하하.
그래도 <죄와 벌>은 어떤 청년이 노파를 도끼로 살해한다는 대략적인 줄거리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악령>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전혀 모르고요. <악령>은 영화 <엑소시스트>와 비숫할까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는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느낌인가 싶습니다만…
다른 그믐밤은 제가 스탭과 진행 요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이번 그믐밤은 참가자의 한 명으로 저 역시 열심히 읽고 달렸습니다.
그믐밤 당일 방문한 수북강녕 벽에는 도 선생님의 커다란 포스터가 쫘악! 독서 토론을 하다 저게 누구냐며 작은기적 님은 흠칫 놀라시기도 하셨고요. 계속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에 다소 섬찟했습니다만 원래 도박판은 쫄리는 맛이지요?
후시딘 모임지기님의 매끄러운 진행에 이끌려 홀린 듯이 저희들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2시간 토론이면 그래도 모자라진 않겠지 싶었는데요 역시나 등장인물 캐릭터 좀 나누니 1시간이 이미 훌쩍. 진공상태 님이 당일에 동대문 러시안 상가까지 직접 출동하셔서 구해오신 러시안 케이크와 과자를 먹으며 출출함을 달래고 2부로 이야기를 넘어갔습니다.
2부에서는 이 책의 다른 제목으로 ‘죄와 벌과 구원’ ‘소냐의 사랑’ ‘불쌍한 사람들’ ‘살인과 8년형’ ‘인간의 조건’ 등등의 제안이 나왔고, 역시나 누구 한 사람 치우침 없이 다양하게 생각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각자의 한줄평을 나누며 기독교적 시각에서 바라본 구원의 의미, 현대 한국의 거주불안과 희한하리만치 비슷한 당시 러시아 시대상, 마광수 교수의 <죄와벌> 칼럼 등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세상살이에 바빠 죽겠는 월요일 저녁 시간, 부동산 값 오르는 것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이러한 독서모임에 늦은 시간까지 참여하여 죄를 이야기하고 벌을 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 모두 너무나 감사합니다!
온라인 그믐밤에서 끝까지 발제문에 답하며 생각을 나눠주신 온라인 도박사님들께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고난의 행군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악령>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하오니 2탄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