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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15. 13일의 금요일에 만나요 @사계리 서점

2023년 10월 13일 (음력 8월 29일) 19시 29분에 제주도 서귀포시에 '사계리 서점'에서 호러 소설을 읽고 이야기하는 그믐밤이 열렸습니다.

 

10월 13일의 금요일, 제주에서 열린 15번째 그믐밤은 사계리 서점 김수현 책방지기와 함께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바깥 세계>, <귀신이 오는 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가장 무서웠던 단편'과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참석해 주신 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열린 그믐밤 15회는 아직 진행 중이에요. 13일의 그믐밤에 대한 후기도 나누고 있어요. 그리고 14일부터 20일까지는 앤솔로지인 <귀신이 오는 밤>을 읽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


[그믐밤] 15. 13일의 금요일에 만나요 @사계리 서점


"열다섯 번째 그믐밤이 열린 사계리 서점은 제주에 위치한 장르 전문 서점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들을 적극 영업하기 위해 서점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저와 만난 여러분, 함께 장르 소설에 대해 여러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장르 소설이 처음인 분들도 환영합니다! 순한 맛 코지부터 4단계 마라맛 호러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김수현 책방지기) https://www.instagram.com/four_seasonbookstore/
748. 조이 이야기 (존 스칼지)

이 작품과 『마지막 행성』을 합쳐서 한 편으로 썼다면, 그리고 ‘협상하는 용기’라는 주제를 여기에 쏟았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번역자가 바뀌었는데, 전작 번역본들에서는 늘 존댓말을 썼던 히코리 디코리가 갑자기 반말을 써서 당황했다. 내용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조이를 숭배하는 종족인데. ‘신경쇄약’ 같은 오자도 민망.

조이 이야기
조이 이야기
747. 마지막 행성 (존 스칼지)

가족을 잃은 남자가 군인을 거쳐 정치 지도자가 되면서 새 가족을 다시 일구는 것으로 노인의 전쟁 3부작이 마무리된다. 뒷부분에서는 작가가 그 새 가족을 너무 편애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종종 덜컹거렸다.

마지막 행성
마지막 행성
초보 독자를 위한 서비스 설문조사

초보 독자를 위한 서비스 설문조사



안녕하세요! 


세종대학교 창업 수업을 수강 중인 [책GPT] 팀입니다.



저희는 해당 수업에서,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독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예상 소요시간: 3분


응답해 주신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서비스에 반영할 예정이니, 잠시만 시간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해당 설문지에서 ‘책’은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 모든 형태의 책을 포함합니다.

감사합니다.

*해당 설문조사는 세종대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창업 프로젝트를 위해 진행하는 것이며,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설문은 익명으로 진행되며,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습니다. 

https://walla.my/survey/yMdzO46yPidnVnU0i9GM

746. 유령여단 (존 스칼지)

장엄한 비극이고, 노인의 전쟁 시리즈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용도로 만들어진 도구였던 재러드 디렉과 제인 세이건이 인간성을 획득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선악이 모호한 것도 높은 작품성에 한 몫 한다. 작가의 유머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의 어둡고 건조한 톤이 그 유머보다 더 좋다.

유령여단
유령여단
745. 노인의 전쟁 (존 스칼지)

앤디 위어의 『마션』과 함께 개인 블로그에 연재한 소설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밀리터리 SF 장르가 시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전략적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노인의 전쟁 시리즈 후반부 작품과 다른 빠른 호흡도 그런 전략적 선택이었을지 궁금하다. 아무튼 재미있다. 펼치면 빨려 들어가게 된다.

노인의 전쟁
노인의 전쟁
조력사망에 대한 찬반- 논쟁인가 현상인가

도서팟캐스트 <책걸상>에서 강양구 기자님이 추천한 책. 전자책을 다운받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로 구미가 당기는 책은 아니었다. "나는 (뭔가 신기한 일을 하는 사람) 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독자의 구미를 당기려는 시도가 솔직히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원제는 '이것이 조력사망이다 (This is Assisted Dying)') 이 책의 저자는 서울신문에서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에서 조력사망을 지지하고 그것을 시행하는 입장에서 인터뷰를 한 인물이기도 하다.  기획기사는 나의 인터뷰도 포함되어 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암 전문의 및 호스피스 의사들은 최근 법안 발의가 된 "조력존엄사"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논의가 구체성이 결여된 채 질병과 노년의 삶에 대한 공포에 이를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책을 읽은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큰 변화는 없다. 질병을 가지고 살아도,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 나를 돌봐줄 수 있고 내가 그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회라면 소위 '안락사'가 그렇게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이 이슈는 ‘논쟁’이라기보다는 ‘현상’에 가깝다고 보인다. 삶의 고통과 팍팍함을 나타내는 현상. 


물론 나 역시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다. 얼마전 읽은 두 권의 책 <각자도사사회>와 <그렇게 죽지 않는다>에서 그려진 요양원의 치매노인들의 모습에 나는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암으로 인한 사망은 대체로 수일-수주 정도의 기간에 걸쳐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나는 그런 경우 웬만해선 조력사망을 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말 고통스럽다면 완화적 진정 (palliative sedation)이라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책에 나온 한 말기암 환자는 이것도 거부하고 조력사망을 택한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 기약없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리고 더 이상 나였던 사람이 아닌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도 수많은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고 고통의 모습도 모두 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겠지만, 끝까지 살아낼 자신이 있다고 말하기에 인생의 고통은 너무나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아무튼 죽음의 구체성을 접하지 않은 채 죽음에 대해 논의하는 것만큼이나, 조력사망의 구체성을 접하지 않은 채 조력사망에 반대하는 것 역시 공허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마음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저자가 산부인과 의사 (정확히는 아마도 산과 영역의 일을 주로 하는 가정의학과 의사인 것 같다)라는 것은 의외였다. 왜 죽음을 접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이 일을 시작하였나? 첫 조력사망을 준비하고 시행하는 장면에서의 '50대 이상의 환자를 보살핀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 간간히 보이는 그의 당황스러움과 서투름의 고백에는 사실 조금 짜증이 나기까지 했다. 임종과정의 돌봄은 의료인에게도 상당히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다. 그래도 여러 번 겪다보면 그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고 가족들을 잘 안심시키고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데 어느 정도의 노련함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그런 경력이 없는 의료인이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그 배경은 저자가 첫 조력사망 장면 이후에 털어놓는 자신의 죽음과 개인의 권리에 대한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에서 납득이 갔다. 네덜란드의 학회에 참석해서 보인 열정은 존경스럽기도 했고, 탄생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주로 담당해온 경력이 오히려 결국은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생은 결국 수미쌍관인 것일까.

무엇보다 아무도 해보지 않았던 일, 누군가를 죽음으로 이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라는 점을 조력사망사례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보며 깨닫게 된다. 의료행위는 “루틴”과 “프로토콜”에 의해 누군가의 몸에 손을 댄다는 망설임과 두려움을 극복해가며 익히는 과정인데, 이건 그게 아니지 않은가. 물론 나중에 알고보면 그녀도 구체적인 약의 조합이나 투여 절차, 환자와 가족들에게 설명하는 내용 등등을 어느 정도는 학회에서 배워와서 하는 것임을 짐작하게는 되지만, 서로 다른 사례마다 부딛치게 되는 윤리적 고민과 예기치 못한 상황, 환자의 죽음 뒤에 밀려오는 복잡한 감정의 묘사를 읽다보면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을 짐작케한다. 더군다나 캐나다에서의 조력사망법이 시행된 직후 비용청구코드 없이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하니 실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캐나다에선 일단 의료행위를 하면 코드가 만들어져 이후 청구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는 것일까? 우리같으면 건강보험에 명시된 코드로 (급여가 되던 안되던 간에) 정의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보상을 받으리란 보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불법이기까지 하다. 의사도 건강보험을 믿지 않고 건강보험도 의사를 믿지 않으니까. 캐나다에서의 의사와 보건당국간에는 좀더 신뢰가 존재하는 듯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MAiD가 정말 필요한 환자들이 있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신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도전적이고 선도적인 시도임엔 분명하다. 실제 우리나라에 조력사망이 입법이 된다고 해도 이런 과감한 선구자들, 운동가의 면모를 띤 의사들이 기꺼이 그 부담을 받아안지 않는다면 실행이 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과 사회에 대한 신뢰, 개인의 권리에 대한 단호한 수호 의지는 저자가 부딛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신념에 따라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와 다른 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종교적 이유로  MAiD에 반대하며 경찰을 부르겠다고 협박하는 환자의 조카 부부에게 차분히 맞서며 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용기는 솔직히 나 같으면 낼 수 없다. 환자 본인이 써 놓은 연명의료결정서의 내용에 의료진이 따르려고 해도 가족들이 반대하며 환자를 중환자실에 보낼 것을 고집하면 사실 현장의 의사로서는 무력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법보다 사적인 원망 또는 위협이 더 무서운 것이 우리 사회다. 법에 따른 냉철한 판단보다 '환자는 약자,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는 통상적인 믿음과 직관 또는 여론재판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자 하는 용기를 내기는 어렵다. 


저자가 환자들이 조력사망을 원하는 이유가 신체적 고통보다는 주로 자율성과 의미의 상실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사실 처음엔 의외였다. 그건 내가 신체적 고통을 줄여주는 것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내과의사여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통증은 차라리 마약성진통제로 다스릴 순 있지만 호흡곤란, 부종 등의 증상은 좀처럼 환자가 편해지는 수준으로의 조절은 어려워서 늘 애를 먹곤 한다. 호스피스 의료기관에서  MAiD를 진행하게 되는 말기암환자인 레이의 암성 상처 (malignant wound)도 조절이 좀처럼 어렵고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리는 증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나의 존재가치를 찾기 어렵다는 실존의 문제가 조력사망을 원하는 이유라니, 그것이야말로 정신건강의학과, 성직자, 자원봉사자들이 협업하는 호스피스 진료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충분한 호스피스 진료를 받으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고통이 있었고 결국 저자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때문에 진료를 거부하기도 하고, 너무 늦게 호스피스에 의뢰되어 기다리다가 사망하기도 하며, 본인의 상황에 맞춘 (집에서의 거리  또는 가정호스피스 제공 여부) 호스피스 서비스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한 우리 실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지만 그래도 죽음을 원하는' 결론에 다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죽음을 원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지, 고통에 대한 해답으로 너무 쉽게 주어지는 선택지가 되지 않을지가 걱정이다. 


이 책은 최근 의대생들에게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토론 수업을 준비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기 전 수업을 하고 그 이후에 후반부를 읽었다. 다 읽고 나서 수업을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본과1학년 학생들에게 조력 사망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는데 이것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여기까지는 일반인의 인식과 비슷하므로 놀랍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조력사망을 개인의 권리를 수호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내가 우려하였듯이 고통을 줄여주는 수단으로서만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이 일부 있다는 것이었다. 본인의 동의가 없어도 식물인간이나 치매 환자에서도 조력사망을 고려할 수 있다며 너무 멀리 나가버리는 학생들을 보며 좀더 단호하게 말하지 못한 것이 좀 후회가 된다. 자기결정권의 존중이 MAiD를 비롯한 서구 여러 국가에서의 조력사망허용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자 이유였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너무 위험한 결론에 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실제 병원에서도 모든 것이 빨리빨리, 대충대충 진행되며 연명의료계획서조차도 종종 의료진과 가족들의 면책수단으로 변질되어버리곤 하는 (실제 책 <그렇게 죽지않는다> 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썼다는 이유로 가벼운 질병에도 병원으로 모셔가기를 거부하는 요양원 환자의 가족들이 나온다) 우리 상황에서 개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은 너무 쉽게 잊혀지곤 하는 가치가 된다. 책의 영문부제가 'Empowering Patients at the End of Life'라는 데서 볼 수 있듯 생애 말기에 있는 환자에게 자율권과 결정권을 주는 것이 조력사망의 가장 중요한 이유임을 이해한다면 조력사망에 대한 찬반이 반드시 대립되는 가치관의 충돌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뇌 해독의 신비

뇌에 독소가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이지 않는 온갖 건강 요법이 소개된다. 장과 뇌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독성 물질을 섭취하면 '장누수증후군'이라는 현상을 통해 뇌에 독소가 전달되는 구조라고 한다. 술과 커피, 탄수화물을 끊는 등 모든 걸 끊어야 함.

뇌 해독의 신비
뇌 해독의 신비
너무 재밌어서 잠못드는 해적의 세계사

2023. 2. 27 '생각의 나무'에서 출판되었다. 


일본의 정치학자 竹田いさま(다케다 이사마)가 쓰고 2013년 5월에 世界を動かす海賊(세계를 움직인 해적)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처음 출간되었다. 책을 읽을 때는 다케다 이사마가 서양사학자라고 오해했다. 정치학자로써는 이례적인 내용의 책을 썼기 때문이다. 작가 본인도 정치학자로서 금기시 되는 역사책을 내게 된 것에 당혹스러워 하는 所懷(소회)를 후기에 적고 있다. 나도 後記(후기)를 읽고 나서야 그가 국제 정치학자인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재밌어서 잠못드는 해적의 세계사”란 다소 가벼워 보이는 국내 번역서 제목은 자칫 이 책이 담고 있는 진중한 함의를 파악 못하고 애들이나 읽는 가벼운 책처럼 보이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 그만큼 이 책은 팍스 앵글로색스나(Pax Anglosaxna)라고도 규정할 수 있는 근대 이후의 세계질서를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참고서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교의 ‘大義名分(대의명분)’을 중요한 정치윤리로 생각하는 동아시아 국가들(특히 한국은 더욱 명분에 원리주의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에게 해적질을 통해 브리타니아 제국의 초석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고 쉽게 도덕적 분노를 유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칼 마르크스는 서구 사회의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질서가 상업혁명을 통해 본원적 자본축적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지만 브리튼 제국에 있어서는 해적산업이 그 역할을 대신한 것처럼 보인다. 모헙상인, 탐험가, 모험가 등이 모두 해적들을 표현하는 또다른 말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니 뎁이 주연한 디즈니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은 전형적인 가족 영화다. 우리 역사에서 ‘海賊(해적)’이라 하면 倭寇(왜구)를 쉽계 연상하게 되고 그 부정적인 이미지를 쉽게 탈색시킬 수가 없다. 그런데, 어째서 서양인들은 바다의 양아치들에게 그렇게 많은 애정과 로망을 갖고 있으며 그들에 대한 내러티브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것인지 의아했다. 


1920년대 영국 왕립박물관 자료실에서 16세기 후반 ‘천일의 앤’으로 유명한 '앤 블린'과 헨리 8세의 딸,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 해적질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 전략 사업으로 육성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기록들을 발견하고 나서야 캐러비안 해적들의 실체가 역사의 렌즈에 포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헨리 8세가 스페인 왕가 출신 왕비 캐서린과 이혼하고 앤 블린과 재혼을 했으며 그 결혼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반대 때문에 종교개혁을 했다고 알고 있다. 엘리자베스가 왕위에 오른 뒤 가톨릭 세력이 지배적이었던 대륙의 스페인, 프랑스, 교황청으로부터의 위협은 이 독신 여왕에게 항상 존재론적 위기였던 것 같다. 그 당시, 영국은 스페인에 비해 2, 3류의 국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압도적인 적들로부터 왕위를 지키고 국가를 보존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돈을 버는 가장 손 쉽고 수익이 컸던 해적질은 신대륙으로부터 金銀(금은)을 실어나르는 스페인과 포루투갈 배에 대한 습격과 약탈이었다. 이 같은 해적활동은 게릴라전과 용의주도한 스파이 활동을 통해 이루어졌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해적은 프란시스 드레이크 또는 호킨스가 주요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런 영국의 스페인에 대한 해적활동은 1588년 아마다 해전에서 정점을 이루는 데 영국의 해군-해적 혼성부대는 도버 해협의 거센바람 등을 이용한 火攻(화공)으로 스페인 함대를 격파하게 된다. 게릴라전, 스파이활동, 그리고 화공작전 이 세가지가 영국해적이 보다 더 강한 적, 스페인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중요한 秘策(비책)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비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그 당시 영국 사회에 이 같은 여왕의 결단(해적산업 육성)에 대해 영국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擧國一致(거국일치)의 합의, 컨센서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Under Dog가 Top Dog를 깰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룰을 따르는 것으로 절대 가능하지 않다. 바로 해적질이라는 신의 한 수가 그 비책이 되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선택한 시공간에서 싸우는 지혜와 창의성이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했다.


수익의 크기로 볼 때 금은 등의 귀중품 약탈 > 아프리카 흑인 노예무역 > 향신료, 커피, 차 등으로 순서를 매길 수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부터 시작된 노예무역은 공식적으로 1807년에 끝났지만 실제로는 1844년까지 지속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70년간 천만 명의 흑인 노예가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移送(이송)되었다. 맨처음 노예무역은 포루투갈이 독점을 했다. 하지만, 곧 영국은 스페인의 금은을 노략질하는 방식으로 노예선을 약탈, 노예들을 빼내서 신대륙의 스페인 사탕수수 농장주들에게 팔아 넘기는 노예 密貿易(밀무역)을 시작한다. 노예무역도 부족해서 그것을 또 밀수한 것이다. 해적 호킨스는 여왕의 인가를 받고 서아프리카 기니아 만을 중심으로 한 직거래에 뛰어 들지만 쉽게 그 노예 무역의 유통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 결국, 이 흑인 노예들의 공급 원천은 다름 아닌 아프리카 부족간의 전쟁의 산물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아프리카의 지배세력, 왕들과의 결탁을 통해 흑인 노예들의 장기적,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하게 된다.


영국 동인도 회사의 모태는 현재의 튀르키에를 가리키는 지명 레반트, 그 이름을 따라 지은 레반트 회사에 있다. 그 지리적 위치가 동서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레반트 회사는 중개무역을 통해 나름 짭짤한 수익을 영국 왕실과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영국도 희망봉을 따라 인도, 동남 아시아의 직항로를 개척하면서 직거래를 하고자 시도하고 그 결과물이 동인도 회사의 설립으로 이어진다. 인도의 동인도 회사가 워낙 유명하고 독점적이었기 때문에 그 밖의 회사는 거의 없는 줄 알았는데 상당히 많은 수의 회사들이 설립되고 사라졌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후추 등의 香辛料(향신료)는 말 그대로 조미료로서의 역할보다는 ‘의약품’으로서 효용성 때문에 영국과 유럽의 지배계급에 크게 어필했다는 것이 정설인 것으로 확인 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한약재 등도 유럽에서 근대 의학이 본격화 되기 전까지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던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때, 영국은 茶(차)의 나라가 아니라 커피의 나라였다. ‘모카커피’란 에티오피아의 커피가 예멘의 모카항에 집산되어 유통되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동인도 회사는 모카를 거점으로 커피를 영국과 유럽에 비싼 값에 팔면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네델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커피 묘목을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가져다 재배에 성공하면서 자바 커피를 유럽에 유통시키자 커피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감소한다. 영국 동인도 회사는 '커피무역'의 독점이 깨지자 대신 茶(차)를 전략 품목으로 밀면서 영국의 차문화가 만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왕실 브랜드를 차 마케팅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들 해적상인들의 아이디어였다. 특히,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Mason이 대표적 왕실 브랜드 마케팅의 성공사례였다. 스타벅스가 유럽을 침공?하기 전까지 유럽은 커피 보다는 차문화가 압도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커피문화는 약 100년간 지속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매일 같이 마시는 커피, 차 등에도 관계되는 역사적 내용들이 이 책에는 잘 소개되어 있어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대표였던 오진호의 라이엇 게임즈 회고록. 개발자가 아닌 퍼블리싱 포지션에서 바라본 라이엇 게임즈의 문화와 게임 개발이 기술되어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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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 증정]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6기 [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단순 생활자 황보름 작가님과 함께 읽으실래요?
<계급 천장> 함께 읽으실래요?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함께 읽으실래요? <빌리 서머스> 함께 읽으실래요?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떠오르는 책을 추천해주세요!
[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세계적 사상가 조너선 하이트의 책, 지금 함께 읽을 사람 모집 중!
[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 5월 7일 그믐달이 뜨는 날, 온라인 그믐밤 채팅 함께 해요.
[그믐밤] 22. 가족의 달 5월, 가족에 관한 책 얘기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1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9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8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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