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사실주의 소설가인 이서수 작가님이 경향신문 창간 특집으로 김미정 문학평론가와 대담을 했습니다. 주제는 ‘지금, 노동소설’이고, 월급사실주의와 제 이름도 잠깐 언급됩니다. 과거와 현재의 노동소설에 대한 두 분의 의견 등 여러 대목 흥미롭게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
#이서수 #이서수작가님 #월급사실주의 #경향신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24568?sid=103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쓴 플랫폼 노동 이야기. 제목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이기도 한데, 나 역시 배달의 민족이 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다. 한국의 독특한 동네 배달 대행사에 대해서도 당연히 몰랐다. 플랫폼 노동자는 개인 사업자인가? 사람의 얼굴을 지닌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새로운 법적 개념을 발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고, 웃기고, 감동적이고, 뭘 더 바라랴.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조금 가르쳐주고, 가족의 가치까지 생각해보게 하는데.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성인에 대한 집착으로 승화(?)시킨 주인공 소년을 꼭 안아주고 싶었다. 대니 보일의 영화를 만들다가 시나리오를 소설로 먼저 펴낸 거라고 하는데, 그런 영화가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아니, 애든 어른이든 요즘 인간들은 다 마찬가지야.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지. 자기 혼이 빠져나가도 모른다니까. 생기가 부족해지면 자꾸 딴 생각만 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해. 뻔한 생각만 하는 따분한 인간이 되어 가는 거야. 놀만한 사람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118쪽
신체가 약해져서 자꾸만 병에 걸리고, 마음은 딴 데 팔려서 중요한 일을 망치게 되는 거야. 결국 넋을 놓게 되지. 넋이 빠지면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죽는 일, 발을 잘못 디뎌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 150쪽
사람의 영혼은 본디 고요하다. 그 고요함 속에 깊이 잠기면 마음이 회복되고 새로워진단다. 185쪽
이수연 작가의 비밀의 숲 스핀 오프. 이수연 작가는 크리에이터의 포지션이고 극본은 다른 작가들이 진행했다. 모르긴 몰라도 마이클 코넬리의 핑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레퍼런스로 삼았을 듯 싶다.
책이 워낙 얇고 작아서, (심지어 표지 참으로 상큼) '모차르트는 길 떠나네 우후~' 이런 풍의 시집이려나 했는데 소설이었다. 원래도 낮은 예상 적중률이 바닥치네...
작품 발표가 1850년이라니 지금보다야 훨씬 모차르트가 가깝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했겠다만, 어느 기준으로 봐도 팬심 한 가득이다. 영화 아마데우스 이미지에 가까우면서도 굉장히 자세하고 혹은 시시콜콜한 모차르트의 수다 한 마디 한 마디의 이 정성. 자신의 아이돌의 한 순간을 써보는 기쁨(...이겠지?)이란 참 신기하면서도 상상하기 어렵다. 어쨌든, 지출은 경솔하나 심성은 아름답고, 호기심에 소동도 일으키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유쾌하며, 자신을 무한지지하면서 어떻게든 집안 재정을 관리해나가는 부인까지 둔 모차르트에서 작가의 희망사항도 살짝 느껴짐.
그런 작품치고는 살짝 불길하게 시작되다가, 잊어버릴 때쯤 다시 같은 분위기로 마무리되니 이런 부분 때문에 먼 나라까지 번역이 되었나보다 짐작. 뒤에 하나 더 실린 단편(전래동화 스타일이고 개인적으론 이게 더 신기방기 재미있...)까지 합쳐도 120쪽이니 부담 없는 책이다. 작품의 여운이 남아있을 때(...정확하게는 아직 기억하고 있을 때...) 부분부분만 좀 줏어본 것이 다인 돈 조반니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봐야 쓰겄다.
로맨스와 퀴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지만 ‘누나’를 제외하고는 굳이 성별을 생각하면서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애초에 사랑에 성별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외로운 사람에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그 ‘사랑’이라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정보가 '국민시인' 한 단어뿐인 상태에서 읽는데 시작부터 놀란다. 그냥 시인이 아니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 번역자분이 우크라이나의 역사 상황과 타라스 셰브첸코의 인생을 간략히 실어놓은 글의 서두도 심상치않다. 굉장히 전투적이고, 유대인 비판 표현도 한국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몰라 마음에 걸린다고...어지간한 민족 서사시는 악독한 외적의 모가지가 한두번은 날아가는 법이고, 격정이라면 국어 교과서 작품들만으로도 한국 독자들은 기본 단련이 되어있다 생각하는데 크게 걱정할 일이려나? 유대인 이야기도 뭐, 베니스의 상인도 잘만 보는데 하면서 본편을 보는데...아...이래서 쓰신 말이구나 가슴에 강펀치 빠박. 내딴에 머리굴려 표현을 찾아보자면 '격정'이란 한 단어가 한 권이 된 것 같은 시들이고, 한 마디로 하면 불타오른다! 이 활활타는 글들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마주하던 핍박과 부조리를 연료로 했다는 걸 생각하면 착잡하다...
저항정신 참으로 어마무시하다. 독립운동 시기 기개 넘치는 시 쓰신 분들 한국도 많지만, 방향성이 다른 것이...소개글에서, 러시아 황실을 조롱하는 대목을 시에 써서 긴 유배를 가게 되었다는 대목을 보고 '아마 러시아 황실을 상징하는 뭔가를 우스꽝스럽게 썼겠지?' 했는데...
'훌쩍하니 키가 큰 황제 자신이 노기등등하니
나타나더군. 그 옆에 따라붙어 걸어오는 건
재수없게 생겨먹은 황후마마이셨네.
시들어빠진 버섯처럼
비쩍하니 마른데다 껑충한 다리를 하고
거드름을 피면서
고개를 건들거리더군.'
비유가 아니잖아! '꿈'이라는 시에서 이 조롱은 서두일 뿐이니, 식민지 농노 출신 시인이 이런 시를 몰래도 아니고 그냥 출판해서 총살을 안 당한 게 놀랍다...
세부사항은 달라도 식민지에서 벗어난지 그닥 오래 안 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와닿는 대목도 많고, (외국인도 순간 울컥하는 부분이 있으니, 이 시국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겐 와닿는다 수준이 아니겠지...) 폭력의 허무함이나 어머니의 사랑, 종교적인 사람 아니어도 상당히 놀라운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시도 있으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이 책 말고 한 권 더 국내번역이 있어서 찾아보니, 절판에 근처 도서관에도 없고 그나마 별로 없는 중고가 사오만원대. 일단은 이마에 땀 좀 맺혀도 다른 시는 인터넷의 영번역을 보는 걸로...